외신도 놀란 ‘손정우 판결’ 거센 후폭풍…“강영수 판사 탄핵해야‘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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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앞서 규탄 기자회견 잇달아 열려
“범죄자로부터 감사하단 말 듣고도 창피한 줄 몰라”
강영수 판사 대법관 자격박탈 청원 35만 명 넘게 동의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범죄인 인도 요청을 불허한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여성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사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의 대법관 후보 박탈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불이 붙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선 손정우의 송환 불허 판단을 내린 판사와 법원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 이어졌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정우 송환 불허 판단은 올바르지도 않고 정의롭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거된 '웰컴 투 비디오' 국내 회원 235명 중 법원 선고까지 이어진 것은 손정우를 포함해 43명에 불과했다"며 "실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손정우뿐이며 그조차 고작 징역 1년6개월이라는 미약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재판부가 정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면 손정우가 한국에서 처벌받기를 바랐겠는가"라고 덧붙였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손정우 송환 불허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손정우 송환 불허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여성의당도 이날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아동 성착취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여성의당은 "(불허 판결은)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한국이라면 아동 성착취를 자행해도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정우 아버지가 판결 직후 '현명한 판단 감사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범죄자 측으로부터 '현명한' '감사'란 말을 듣고도 창피할 줄 모르는 재판부가 어찌 국민들의 분노를 읽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판부가 미국의 송환 요청에 응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를 하나도 대지 못했다"며 "강영수 부장판사의 탄핵을 밀어붙여 피해자보다 범죄자를 대변하는 재판부는 국민으로부터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원 여성의당 공동대표는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며 "재판부의 미온적 결정이 각종 성착취를 키워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전날 '웰컴 투 비디오'와 관련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수사가 아직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만큼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손정우는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등 22만여 건을 유포한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기소 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27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던 손정우는 미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강제 인도를 요구하면서 출소를 못 하고 있다가 서울고법의 인도 불허 결정 후 곧바로 석방됐다.

주요 외신도 이번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각) "손정우의 미국 인도가 성범죄 억제에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했던 한국의 아동 포르노 반대 단체들에 커다란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도 서울고법의 결정을 보도하며 "한국의 활동가들은 손정우가 한국에서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인도할 것을 법원에 촉구해 왔다"고 언급했다.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는 기사 링크를 첨부하며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서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형을 요구한다. 이것은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35만 명이 넘게 동의하며 여론의 분노를 대변했다. 

청원인은 강 판사가 밝힌 인도 거부 사유를 되짚으며 판사가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판결을 내린 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대체 어떤 나라가 만들어질 지 상상만해도 두렵다"라며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7일 오후 5시 기준 3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7일 오후 5시 기준 3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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