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⑧ 직방] 프롭테크로 부동산 시장 게임 체인저 꿈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6 12: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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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Ontact) 시대, 직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보를 비교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구매한다. 배달, 외식, 신선식품 등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가격도 다양하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늘어났고,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도 방대해졌다. 그러나 그 성장세에 발맞추지 못한 시장이 있었다. 사람에게 필수적인 의식주(衣食住) 영역 중 삶의 배경이 되는 것, 가장 갖고 싶은 것, 가장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것. 바로 주(住). 곧 부동산의 영역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전통적으로 로테크(Low-Tech) 산업이었다. 개발업자와 건설사, 금융회사가 그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였다. 소비자들은 전적으로 중개업자에게 의존해야 했다. 좋은 정보를 아는 것보다 ‘호갱’이 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허위매물도 많았고, 미끼상품도 판쳤다. 소비자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정보는 불균형했다.

그래서 직방이 등장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모든 정보를 균일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소비자가 부동산 생태계의 플레이어가 되게끔 하는 것이 직방의 목표였다.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팔아 방을 구할 수 있는 온라인 부동산 시장을 연 직방은, 이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넘어 프롭테크(Proptech) 분야의 차세대 유니콘으로 조명받고 있다.

신뢰도 확보 위해 허위매물아웃연구소 설립

직방의 시작은 2012년이었다. ‘직접 찍은 방 사진’이라는 이름답게, 직접 찍은 매물 사진 5장 이상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원룸과 오피스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 아파트단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종합 부동산 정보 제공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고, 2018년에는 신축 분양 서비스를 론칭해 분양 단지에 대한 정보를 아파트단지 정보에 추가했다.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분양 지역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분양 알림 서비스’도 제공했다.

사업 영역을 넓힌 직방에 대한 이용자 호응도도 높아졌다. 직방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2900만 건(2020년 5월말 기준)을 기록했고, 등록된 중개사무소는 4만2000곳이 넘는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직방의 이용자는 143만 명. 부동산 앱 중 1위다. 일명 ‘국민 부동산 앱’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용자 신뢰도다. 직방은 설립 5년 만인 2017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다각화보다 이용자들의 신뢰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허위·과장광고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사에게 페널티를 주고 있다. 경고 조치가 누적되면 해당 중개사는 퇴출된다.

진화하는 허위매물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매물아웃연구소도 설립했다. 기존 허위매물을 사례별로 분석해 패턴을 연구하고, 직방 내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심 매물을 추출해 검증한다. 매물을 문의한 이용자에게 연락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안심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허위매물아웃프로젝트와 안심운영정책을 시행하면서 허위매물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2019년 5월 83%였던 직방 매물 신뢰도는 2019년 10월 93%대로 올라갔고, 허위매물로 간주되는 매물의 비율도 16%에서 6%로 떨어졌다. 아직도 월 평균 약 600건의 경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악성 중개사무소 퇴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직방 측의 설명이다.

 

모바일 모델하우스 등 비대면 서비스 강화

부동산 업계를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데 초석을 세웠기에, 부동산 시장은 ‘직방 이전’과 ‘직방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직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로테크 산업으로만 여겨졌던 부동산 산업이 기술을 만나 프롭테크로 진화하고 있고, 그 진화를 직방이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3D VR(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VR홈투어 서비스’의 론칭은, 2D 이미지로만 제공되던 매물의 내부 모습을 VR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작이 됐다. 아파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는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내놨다. 주민등록상 거주자 정보를 분석하고 시간에 따른 인구 이동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인구 흐름 정보’다.

지난해에는 프롭테크 기술을 총 집산해 모바일 모델하우스를 론칭했다. 분양 일정, 분양가, 호재 정보, 주변 입지 특성뿐 아니라 전문가 분석 등을 앱 하나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VR과 CG(컴퓨터그래픽) 등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해, 견본주택에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서비스를 구성했다. 일반적인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실물 견본주택을 건립한 뒤 이를 토대로 구성하는 것이라면, 모바일 모델하우스는 3차원 CG와 VR, 드론 촬영 등을 통해 실제 모습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직방은 지난해 3월 ‘길음 롯데캐슬 클라시아’로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20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GS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에 분양한 DMC리버시티자이는 온라인으로 100% 분양이 이뤄진 첫 사례로, 직방이 홈페이지와 모바일 모델하우스를 구축해 온라인 분양 마케팅을 진행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용두 래미안 엘리니티, 강원도 속초 디오션자이 등 굵직한 사업지들이 모바일 모델하우스를 채택했다.

직방은 프롭테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각광받을 것이며,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모바일 모델하우스, VR홈투어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매물을 보러 다니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프롭테크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이용자의 행동패턴 알고리즘을 분석해 이용자에 맞는 모바일 모델하우스 정보를 선별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방은 지난해 매출 확대보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직방 매출은 2015년 120억9000만원에서 2016년 275억5000만원, 2017년 345억6000만원, 2018년 414억5000만원, 2019년 415억10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9년 영업손실 41억6000만원을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직방은 허위매물을 올리는 악성 중개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면서 매출 성장이 둔화됐지만,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서라도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마케팅비를 늘린 것이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강식 직방 사업운영그룹 이사 겸 허위매물아웃연구소장은 “매출의 10%를 손해 본다고 해도 허위매물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중개사는 공정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개사에 적용된 경고와 탈퇴 등 페널티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어벤져스’ 구성해 종합 프롭테크 기업 도약 노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프롭테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로 꼽았다. 그동안 기술 활용도가 낮았던 부동산 분야이기에 기술 혁신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는 것이다. 프롭테크에 대한 기대감은 직방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직방은 지난해 6월 골드만삭스PIA,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DS자산운용,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부동산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였다. 2014년 60억원, 2015년 590억원의 투자를 포함해 누적 투자 유치액은 2280억원에 이른다.

직방은 이제 프롭테크 종합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일명 ‘어벤져스’를 구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미 2018년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갱노노를 인수한 직방은, 지난해 쉐어하우스 운영사인 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 네모를 운영하는 슈가힐을 인수했다. 인수한 기업들의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해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부동산 영역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혼자 혁신할 수 없다. 직방은 부동산 판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받았다”며 “자금 중 상당 부분은 프롭테크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고, 앞으로도 부동산 혁신을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방의 10년’이 되는 2022년, 12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대표 종합 부동산 플랫폼이 되는 것이 직방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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