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학점 인플레에 성적장학금 축소 현실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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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절대평가 도입으로 학점 인플레 현상
대학 성적장학금 폐지·축소에 학생들 반발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서 비대면 수업과 절대평가가 도입된 가운데 ‘학점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이에 맞춰 학교 측에서는 성적 장학금 폐지·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예고한 학교가 상당수여서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20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전국 대학학생회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상반기 등록금 즉각 반환 전국 대학생 분노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6월20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전국 대학학생회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상반기 등록금 즉각 반환 전국 대학생 분노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학점 인플레로 변별력 약해지자 성적 장학금 폐지 현실화

서울여자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등 일부 수도권 대학에서는 성적장학금 축소 또는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들 학교는 당초 수석에게 돌아가는 성적장학금으로 수업료의 전액을 지원했지만, 서울여자대학교는 50%, 명지대학교는 30%로 축소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인하대학교와 숭실대학교 등 다른 대학에서도 성적장학금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적 평가 방식이 변경되면서 성적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서울여대는 지난달 31일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코로나19로 대부분 수업의 성적평가가 절대평가로 변경됨에 따라 동석차 처리기준을 적용했으나, 성적장학금 수혜 동석차가 다수 발생해 지원금액을 축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4.5점 만점인데도 석차가 3등이었다거나 4.4점인데 석차가 두 자릿수였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대학생들이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생들이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등록금 돌려 달랬지, 수석 장학금 뺏어 달랬나”

대학의 성적장학금 폐지 움직임은 등록금 반환 문제와도 관련 있다. 전교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기 위해서는 성적장학금 등 교내장학금으로 재원을 충당해야 해서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성적장학금 폐지 등 절감액을 포함 총 77억여원의 재원을 마련해 전교생에게 등록금의 10%를 다음 학기 장학금 형태로 반환해주기로 결정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가 전국 153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79개 학교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재원으로 교내 장학금 축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학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수도권 복수 대학의 에브리타임에서 관련 글을 조회한 결과, ‘어이없다’는 입장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갈렸다. 한 글쓴이는 “학교 설비 안 쓰고 등록금 다 내는 게 어이 없으니까 내가 피해 본 돈을 돌려달라는 거지, 누가 공부 열심히 한 애들 돈을 뺏어 달라고 했느냐”면서 “학점 관리 열심히 한 애들은 무슨 죄냐”라고 비판했다. 반면 “절대평가나 선택적 패스제 도입하라고 주장할 때 이런 결과 예상 못했느냐”면서 “성적 부담은 줄이고 싶은데 성적 장학금은 받고 싶다는 건 욕심”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문제는 다음 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예고한 학교가 많아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3개 사립대학 중 81개교가 다음 학기에도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대면수업만 진행한다고 밝힌 학교는 7개교에 불과하다. 성적평가의 경우 동국대·중앙대 등에서 절대평가를 예고했으며 그 밖의 대학들은 교수 재량에 맡기거나 아직 방침을 확정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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