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단계별로 슬기롭게 투자 받는 방법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3 08: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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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성장 담보하는 자체 역량·기술 고도화가 필수

얼마 전 한 액셀러레이터의 초청으로 스타트업 데모데이(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나 제품, 아이디어 등을 소개하는 행사)에 심사를 하러 갔다가 한 중견기업 대표를 만났다. 이 기업은 연매출 1조5000억원을 올리는 동종 업계 상위권 기업이다. 이 기업 대표가 핵심 직원들을 이끌고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투자처를 찾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사진은 민관 합동으로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 라이즈 2020’ ⓒ연합뉴스

창업 초기 시드머니를 투자받는 세 갈래 길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통기업들의 신사업 탐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지만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이 투자받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투자자들은 본질적으로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의 검증을 받을 때까지는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시트(Exit)’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상장(IPO)하는 방법이다. 여기까지 가려면 대체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 기업에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가. 우선 창업 초기 시드머니를 투자받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엔젤투자를 받는 것이다. 엔젤투자는 개인이나 개인투자조합에 지분을 주고 투자를 받는 형식이다. 규모는 보통 1억원 이하로 비교적 소액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에게도 리스크가 큰 만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사 같은 투자라 하겠다. 

둘째,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는 것이다. 정책자금에는 융자와 지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부담이 적은 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초기 지원금액은 1억원 이내로 보면 된다. 대체로 경제 부처마다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큐베이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러한 육성기관에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청년창업사관학교, 서울시 ‘서울창업허브’ 등이 있다. 정부 지원자금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앱도 있다. KB국민은행이 무료로 제공하는 ‘KB브릿지’가 그것이다.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해당되는 정책자금 지원정보가 모두 뜬다.  

셋째, 크라우드 펀딩이다. 글자 그대로 대중에게 사업 내용을 공개하고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초 미국의 인디고고, 킥스타터가 있고, 국내에는 와디즈, 텀블벅 등이 있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을 원한다면,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시드머니를 확보해 창업한 이후의 단계는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받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담보 없이 투자하는 기업이나 자본을 말한다. 엔젤투자와 벤처투자의 차이점이 있다. 엔젤투자는 개인이나 엔젤클럽을 통해 개별로 투자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에 벤처캐피털은 외부 투자자의 돈을 모아 투자하거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투자사가 공동으로 1개 기업에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투자 단계에 따라 시리즈A, 시리즈B 등과 같이 알파벳 순으로 구분하고 있다. 시리즈A는 대체로 투자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인데 기업 규모에 따라 펀드 규모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밴처캐피털에서는 시리즈B 수준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리즈C부터는 투자금액이 커진 만큼 규모가 큰 벤처캐피털이나 국부펀드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 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막하다면 액셀러레이터에 ‘노크’ 

벤처캐피털은 150개 정도가 있다. 그렇다면 어느 벤처캐피털을 만나야 유리할까. 벤처캐피털은 정부나 대기업이 기금을 지원하는 소위 모태펀드가 있다. 대략 50~60%가 모태펀드다. 이 기관들이 모태펀드를 제공할 때, 대체로 조건을 내건다. 예를 들면 대표가 여성인 기업에만 투자하게 한다거나 소셜벤처나 임팩트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건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에 따라 해당되는 벤처캐피털을 찾아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해도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투자까지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엔젤투자나 VC, 크라우드 펀딩을 어떻게 유치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해하는 초기 기업도 많다. 

이런 경우는 액셀러레이터를 먼저 만나볼 것을 권한다. 액셀러레이터는 벤처투자를 목적사업으로 하는 벤처캐피털과는 달리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업그레이드, 판로 개척 등 성장 단계별 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미국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와이컴비네이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KB인베스트먼트, 씨엔티테크, 나눔엔젤스 등 270여 개가 있다. 올해 8월부터 등록 기준을 완화한 ‘벤처투자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액셀러레이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액셀러레이터 등록은 공공기관이나 벤처캐피털 외에도 기술지주회사, 금융회사, 대학 등 다양한 기관에서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스타트업들에는 업종에 따라 단계별로 투자받을 기회가 있다.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내놓고 있어 더욱 많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만큼 유망한 스타트업들에는 기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려는 것은 투자를 레버러지로 외부 자원을 수혈해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투자를 받아 양적 성장에만 집중해 M&A 같은 엑시트를 노리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른바 ‘치고 빠지려는 전략’이다. 투자시장에서 가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은 투자받기 이전에 자체 역량과 기술 고도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꾀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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