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 둘러싼 유시민·검찰의 끝나지 않는 공방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1 10: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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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검이 노무현재단에 보낸 공문 입수…’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문구가 2차 공방 불러

검찰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사저널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검찰의 공문을 입수했다. 전국 검찰청 어디에서도 노무현재단에 대한 계좌 조회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유 이사장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구에 주목하며 “대검이 지출계좌를 봤다”는 의혹을 꺼내들었다. 갈등 양상이 오히려 더 구체화된 모양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검찰의 공문은 지난 7월6일 노무현재단이 대검찰청과 남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 공문에서 대검은 “일선 검찰청에서 귀 기관(재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보았으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6월23일 재단이 대검에 ‘금융거래 정보 제공 및 통지유예 여부 확인 재요청’ 민원을 보내 사실관계 확인을 촉구한 데 따른 답변이다.  

대검은 지난 6월18일 계좌 조회 여부에 관한 답변권을 남부지검에 넘긴 바 있다. 남부지검이 지난해 8월 유 이사장과의 연계 의혹에 휩싸인 바이오 업체 신라젠을 수사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부지검이 재단에 보낸 공문에는 “재단의 계좌에 대해 금융거래 정보 제공 및 이에 관한 통지유예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나와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재단이 7월6일 대검으로부터 받은 공문 ⓒ 시사저널 임준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재단이 7월6일 대검으로부터 받은 공문 ⓒ 시사저널 임준선

“계좌조회 여부 확인 안 됐다”…봤다는 뜻? 안 봤다는 뜻?

유 이사장은 “남부지검이 재단 계좌를 안 본 건 확실하다”고 했다. 7월24일 MBC라디오에 나와서다. 그는 대신 “작년 11월말~12월 초순쯤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검의 특정 부서를 지목한 것이다. 

유 이사장이 이렇게 추측한 데는 나름 의 근거가 있다. 대검의 7월6일자 답변을 뜯어보면, 대검은 ‘일선 검찰청’을 상대로 재단의 금융정보 수신 여부를 파악했다. 즉 재단의 주거래은행으로부터 계좌 정보를 받아본 적 있는지 물어봤다는 뜻이다. 그 결과 “확인되지 않았다”란 표현을 썼다. 대검의 자체 조회 여부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유 이사장은 ‘확인되지 않았다’란 문구를 두고 “말장난이다”고 깎아내렸다. 유 이사장은 8월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검이 은행에 물어보고 답해 주면 된다”며 “확인되지 않는다는 건 모르겠다고 답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계좌 조회 가능성을 부인했다. 특히 유 이사장이 의혹을 제기한 반부패강력부는 그 전신인 중수부가 2013년 폐지되면서 직접 수사권을 내려놓았다. 이후 직접 계좌 추적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계좌 조회를) 했으면 했다고 당연히 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또 은행을 상대로 직접 확인해 보지 않은 점에 대해선 “모든 민원에 관해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아 답변하지 외부기관에 물어본 뒤에 답변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결계좌 포함 가능성 있다”…합법 추적? 불법사찰?

유 이사장은 MBC라디오를 통해 노무현재단 계좌는 입금용과 출금용 등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원이 확인되는 입금계좌는 봐도 되지만 (검찰이) 출금계좌를, 지출계좌를 봤다면 이건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는 처음부터 검찰이 지출계좌를 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 공문에는 이러한 추정과 관련된 대목이 나온다. 

해당 공문에는 “금융거래정보 요청 과정에는 사건 관계인 명의의 계좌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상 연결된 계좌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계좌 명의인 정보만으로는 요청사실 유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특정 계좌의 조회 여부가 그와 연계된 다른 계좌의 조회 여부까지 담보하지 못하는 셈이다. 재단의 입·출금 통장은 총 15~20개로 알려져 있다. 모두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 계좌로 개설됐다. 

일단 대검은 재단 명의로 된 계좌의 조회 여부는 모두 파악해 봤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적용된 계좌를 들여다보다가 해당 계좌에 찍힌 송금인·수금인의 정보를 찾아보는 경우는 있다. 익명으로 거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신라젠 등의 계좌 조회 과정에서 ‘노무현재단’이나 ‘유시민’이란 단어가 나왔다면, 그 진위를 확인해 봤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단 이러한 확인 절차까지 ‘계좌 추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송금인·수금인의 계좌도 추적하려면 따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경찰은 통지유예 여부 확인불가”…유예 걸었다? 안 걸었다?

한편 노무현재단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은행에 금융정보의 제3자 제공 여부를 문의했다. 국민은행은 그때 ‘제공 여부를 못 밝힌다’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를 두고 유 이사장은 “재단이 수백억대의 시재금(은행이 보유한 지급준비금)을 유지한 고객인데 제3자 정보 제공 여부를 못 말해 줄 리 없다”며 “국민은행이 (검찰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뜻이고 (검찰은) 통지유예를 걸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통지유예란 금융실명법에 따라 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금융기관에 청구할 수 있다. 통지유예를 받은 은행 등 금융기관은 6개월 동안 명의자, 즉 재단에 금융정보 제공 내용·목적·날짜 등을 알려줄 수 없다. 통지유예 요청은 추가로 3개월씩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최장 1년까지 비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MBC라디오에서 통지유예를 언급하며 “저희가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검찰 빼고는 그럴 권한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기관에서 그런 일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 외에 다른 기관은 통지유예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대검은 공문에서 통지유예 요청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이 통지유예 요청을) 6개월 추가 연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경찰청은 지난 1월22일 재단에 “수사 기밀 보호상 통지유예 요청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지유예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아예 여부 자체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이사장은 “공식적인 답변은 모든 기관이 같다. 그래서 우리가 비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 경찰청 관계자는 “공문 외에 재단에 따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했다.

진실공방은 해를 넘기기 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유 이사장 주장대로 대검이 지난해 11~12월 계좌를 조회했고, 통지를 1년 유예했다면, 올 11~12월에는 은행이 금융정보 제공 여부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통지유예 기간이 끝나면 숨길 이유도 없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세월이 지나 내가 오해하게 된 거라면 정중히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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