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심층분석] 바이든, 여론조사 우세에도 믿음 못 주는 까닭
  • 감명국 기자·김원식 국제칼럼니스트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2 10: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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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D-40] “여론조사 반영 안 되는 변수 많을 것”
미국 여론조사기관, 4년 전 망신 피하려 애써 침묵하기도

미국 대선을 약 40여 일 남겨둔 9월17일 현재, 미국 현지 언론은 여전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51%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46%)을 여전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뉴스는 보수 성향의 언론사로 알려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5~7%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특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이른바 ‘6개 핵심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도 CNN은 10일(현지시간) “바이든이 4%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합주(swing-state)’ 6개 주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주를 가리킨다. 미국 여론이 이번 대선에서 특히 이 6개 주의 여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4년 전 대선 여론조사 때의 뼈아픈 실패 경험 탓이다. 모두가 주지하듯 미국 대선은 직선제가 아니라 간선제이며, 이른바 주별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주 득표율에서 1%를 앞서든, 10%를 앞서든 1위 후보자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약 3%포인트를 앞섰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실제 대선 전국 득표율에서도 48.18%를 획득해 46.09%에 그친 트럼프를 약 300만 표 차로 앞섰다. 여론조사의 득표율 예측은 비교적 정확했던 셈이다. 하지만 주별로 확보하는 최종 선거인단 수에서는 232명에 그쳐 306명을 확보한 트럼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힐러리는 이 6개 경합주의 전패로 선거인단을 트럼프에게 모두 내준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지금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전국 지지율뿐만 아니라 경합주에서도 꾸준히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트럼프가 낙승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올 법하다.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전망이 여전히 공존하는 이유는 뭘까.

ⓒUPI 연합·AP 연합

‘좌충우돌’ 후보들과 코로나 혼돈 상황이 빚은 ‘예측불허’

“상황을 단정하기 힘들다. 이번에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6개 경합주 지역을 직접 현장 취재한 뒤 이렇게 전했다. 여론조사와 실제 지역 정서가 다소 차이가 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의 최근 통계만 보더라도 바이든 후보가 전국 지지율에서 49.9%를 획득해 42.9%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7%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예측 전문기관인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은 100개의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의 수가 75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24개에 그쳤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바이든에 3배나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여론조사기관들은 섣불리 바이든 당선 예측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여론조사 결과가 맞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반면에 정치인으로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함과 기대감은 사라졌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퀴니피액(Quinnipiac)대학’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강점인 경제에 관해서도 바이든(53%)이 트럼프(4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뉴스위크’도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대(불찬성률)가 55%를 기록해, 과거 재선에 나섰던 지미 카터나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카터와 아버지 부시 모두 재선에 실패한 가장 최근의 전 미국 대통령이다.

하지만 앞서 NYT 기자의 현지 취재 내용이 소개됐듯, 여론조사에 다 반영되지 않는 숨은 정서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란 점은 다들 인정하고 있다. ‘좌충우돌’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당선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될 바이든 후보 또한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신음하는 미국의 현재 상황 또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또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점도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맹추격하고 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9월10일 여론 분석 전문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는 그동안 ‘민주당 약간 우세’로 분류했던 플로리다주를 ‘경합’으로 조정했다.

이번 미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 ⓒUPI 연합

‘트럼프 대 바이든’ 아닌 ‘트럼프 대 反트럼프’의 대결

또 하나 바이든의 당선 예측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이든 후보 자체의 문제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선거를 ‘트럼프 대 바이든’의 대결이 아닌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의 대결로 규정짓고 있다. 정작 바이든 후보는 무대에서 사라진 셈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40일 동안의 실수 여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바이든에 대한 기대치가 무난하지만, 동시에 새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이든 지지층의 허술함을 대변하기도 한다. 같은 지지율이라도 트럼프의 지지층은 무척 견고한 반면, 바이든 지지층은 결집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석은 실제 투표율에서 바이든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에 비해 크게 뒤처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표 기피 전망은 이번 대선의 또 하나의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창출 등 탄탄한 경제 실적을 앞세워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등장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계의 우려에도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긴급 승인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2016년 대선과는 달리 올해 대선은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 선거인단을 하나하나 이삭줍기하는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지난 2016년 대선 때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다만 4년 전과 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섣부른 예단을 피한 채 마지막까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와의 TV토론을 통해 지금의 전세를 역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사실상 이번 미국 대선의 마지막 승부처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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