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의학·과학] 조성권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교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1 14:00
  • 호수 1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전자 연구 통한 난치병 치료에 도전한다 

조성권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교수는 2008년 성균관 의대를 졸업하고 2013년 연세대 의대 임상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보다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그가 의대생이던 2000년대 초반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유전자 연구는 ‘인류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목표와 부합한다고 생각한 그는 유전자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를 연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부터 난치성 신장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전공의 시절 그는 당뇨약들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한 공로로 2011년 미국 임상약리학회가 전공의 우수 논문 17편에 주는 학회장상과 그 가운데 최우수 논문 저자 1명에게만 주는 데이비드 골드스타인상을 받았다. 

2002~12년에는 전 인구에서 유병률이 1% 미만인 희귀질환(신장 저요산혈증)의 유전적 소인과 질병 위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신장 저요산혈증이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혔고 그 공로로 2019년 분쉬의학상을 받았다. 분쉬의학상은 조선 고종의 주치의이자 국내 최초 독일인 의사인 리하르트 분쉬 박사의 이름을 따 1990년 제정됐다. 2016년부터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8년부터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는 연구는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가.  

“현재 진행하는 것은 저요산혈증(신장 저요산혈증, 잔틴뇨증)에서 시작한 집단유전학 연구다. 이 질병의 원인(멘델리안 유전자)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찾고자 한다.”

그런 결과가 일반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저요산혈증 유전 연구를 통해서는 기존 통풍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컨대 잔틴뇨는 선천성 대사질환으로서 태아선별검사를 하면 7만 명 중 1명 정도의 비율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또 임상 양상을 보면 아황산염이 축적돼 신경질환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난다. 현재 1형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나 연구 중인 3형은 아직 치료 방법이 없다. 1형의 치료제 임상 결과를 보면 경과가 좋기 때문에 3형도 마찬가지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가. 

“현재 내가 속해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진행하는 연구 중 하나가 백인보다 높은 만성 신질환을 가진 흑인 유전자 연구다. 아프리카 흑인에게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자연 선택적으로 생긴 APOL1 유전자 변이가 있다. 이는 아프리카 수면병(체체파리에 의해 전파되는 원생기생충 감염증) 저항을 위해 선택된 변이지만 흑인이 노예무역 당시 새로운 대륙으로 오면서 이 유전자로 인해 오히려 만성 신질환 발생 위험이 커졌다. 비슷하게 한국인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신질환 및 유전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 배경과 유전변이 선택압(어떤 개체가 자연에서 선택되기까지 가해지는 환경적인 압력)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관련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유전 연구 자체를 보면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산된 유전 데이터가 많고 이를 연계할 수 있는 의료 정보 인프라가 잘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귀질환 유전 연구는 그렇지 못하다. 멘델리안 유전질환은 발생 빈도가 낮다 보니 연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연구 인프라 확대를 위해 산업화를 위한 연구가 아닌 기초의학 연구를(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원(NHGRI)과 같은)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토대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세계를 이끄는 연구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러스트 신춘성
ⓒ일러스트 신춘성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