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세액공제는 무조건 좋을까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1 15: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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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은퇴] 핵심 목적은 은퇴자산 형성…세금 효과는 소득별로 달라

매년 10월 즈음이면 대다수 금융기관의 첫 페이지를 도배하는 것이 있다. 무엇일까? 연금저축을 통한 세액공제, 바로 ‘연말정산’ 이슈다. 연말정산은 사람들에게 13월의 월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리는 이렇다. 회사는 근로자를 대신해 1년 동안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한다. 그러면 근로자는 가능한 한 많은 공제 항목을 추가해 납부한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거나 혹은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연금저축은 가장 손쉽고 도움이 되는 연말정산의 단골손님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무조건’ 연금저축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세액공제를 받지 않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 사실일까? 분명 연금저축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모든 사람, 과연 내게도 적용되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의문 해소를 위해서는 연금저축 세액공제의 세제 혜택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 홈택스에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기능. 미리 연말정산을 해 보고 절세 팁을 얻을 수도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세청 홈택스에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기능. 미리 연말정산을 해 보고 절세 팁을 얻을 수도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무후무한 제도, 개인연금저축

1996년 6월 국세청은 지금까지 적용되는 전무후무한 제도를 도입했다. 내는 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해 주고 받을 돈에는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인연금저축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대부분 구개인연금 또는 구연금이라고 부른다). 금액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 제도는 2001년 1월부터 소득공제 한도를 늘리는 대신 연금 수령 시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상품 변경과 함께 제도를 변경했지만 기존에 판매된 상품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소득공제 한도를 400만원까지 늘렸고, 2013년 3월에는 현재와 같이 소득공제를 통한 세제 혜택을 세액공제로 변경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혜택이 큰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사실상 납입자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지금은 절세 효과가 많이 축소됐다. 

현행 세액공제의 세부 내용은 자세히 설명된 자료가 많아 《표》로 간단히 정리했다(아무리 길고 자세히 설명된 내용도 이 《표》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액공제 제도에 대한 이해보다는 ‘나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까’일 것이다. 

실제 연금저축을 통한 세액공제는 누구에게는 혜택이 있지만 누구에게는 반대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연금저축 상품의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선 상품 가입 시 혜택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렇게 가입한 상품을 수령할 때는 어떤 혜택 또는 불이익이 있을까? 연금저축은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로 알려진 퇴직연금계좌와 연금계좌로 분류된다. 납입 시 세액공제 혜택으로 절세 효과가 있지만 연금 수령 시점에는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단순히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좋을 텐데 연간 수령액이 12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에 합산 과세한다(물론 모든 연금이 여기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세금 하면 무서운 단어가 몇 개 있는데 크게 두 가지만 꼽으라면 ‘누진’과 ‘합산’이 아닐까 싶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다. 합산은 말 그대로 합한다는 의미이고 누진은 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소득이 1200만원 이하인 경우는 6.6%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3400만원(4600만원-1200만원)은 16.5%의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연금소득세는 연령에 따라 차등 적용하지만 3.3~5.5%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수령하는 연금 총액이 연간 1200만원을 넘는 순간 다른 소득과 합산(종합소득 합산과세)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연금 수령 시점에 ‘연간 수령연금이 1200만원 이상’이며, ‘그 외 임대소득 같은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다’면 낮은 단일세율의 연금소득세가 아니라 소득이 클수록 많이 납부하는 누진세율의 종합소득세를 내는 구조라는 얘기다.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에 다른 소득이 얼마인가에 따라 세액공제 효과가 불리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세청 홈택스에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기능. 미리 연말정산을 해 보고 절세 팁을 얻을 수도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다른 고소득 있으면 연금저축 불리할 수도

앞서 살펴봤던 《표》 ‘세액공제’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연봉이 5500만원을 넘는 사람은 13.2%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연금 수령 시 해당 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면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13.2%를 세액공제 받고 받은 돈에 얼마라도 더 붙여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지금 내가 당신에게 10만원을 줄 테니 20년 후에 나에게 20만원을 주는 거래를 할지 말지의 문제와 유사하다. 물론 재투자를 하고 투자수익률이 괜찮다면 그런 차이들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 세금 효과로 인해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정확히 모른 채 당장의 세금 효과만 고려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연금저축은 은퇴자산 형성이 핵심 목적이고 세금 효과는 그에 따른 장점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제 혜택은 받았지만 그것보다 적게 연금을 수령하거나 혹은 그것보다 세금을 더 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금은 제도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영역이다. 

이번 글은 연말정산과 연금에 대한 내용이라 세제 혜택 부분만 간단하게 풀어봤다. 연금 수령 시점 기준으로 종합소득 신고 대상이며 적용 세율이 16.5% 이상인 경우(종합소득금액 1200만원 초과)는 연금소득세로 분리과세 되는 자산은 연간 수령액 기준 1200만원 이하까지만 연금저축계좌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는 추가 납입을 활용하거나 연금소득세 대상 자산이 아닌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종합소득 신고 대상이 아니거나 적용 세율이 16.5% 미만인 경우(종합소득금액 1200만원 이하)는 연금저축계좌와 IRP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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