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진짜 민주주의 국가 맞아?” 의심케 하는 황당한 선거제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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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투표율에 우편투표 차질…주마다 다른 개표방식에 혼선 예상
대선 불복으로 이어지면 대혼란 불가피

대선의 날이 밝은 미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각 진영의 극성 지지자들은 선거 이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약탈과 폭동을 일으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허점 많은 미국의 선거 제도 때문이다. 미국 선거 제도가 승자독식주의를 고집하는 데다, 주마다 다른 개표방식으로 인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우편투표에 참여했지만 오류가 넘쳐나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선거제도가 모순적이게도 미국의 헌정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21일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9월21일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민주주의 위협하는 승자독식주의

미국의 선거 원칙인 ‘승자독식주의’는 악명 높다. 최다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정작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례가 번번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선은 국민의 직접 투표가 아닌 주별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투표로 이뤄지는데, 각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간다. 지난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체 득표수는 많았지만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트럼프 대통령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전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선거인단 제도와 승자독식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론 각 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서다. 개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때마다 실패했다. 1969년 미 하원에서 선거인단 제도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1970년 상원에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을 차지하기 위해 경합주 경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2016년 10월9일 TV토론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후보 ⓒAP 연합
2016년 10월9일 TV토론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후보 ⓒAP 연합

주마다 개표방식‧날짜 달라 혼선 불가피

게다가 주마다 개표 기준과 방식이 달라 혼선이 일고 있다. 미국 대선의 투표 방법은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 투표, 선거 당일 현장 투표로 나뉘는데, 주마다 우편투표의 집계 기준과 개표 시기가 다르다. 가령 플로리다주는 선거 당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하는 반면, 펜실베이니아주는 선거일 이후 3일 전까지 도착한 표를 유효하다고 판단키로 했다. 또 개표 시점의 경우에도 펜실베이니아는 당일 현장 투표 종료 후 개표하도록 하는 반면 플로리다는 현장 투표 마감 전 일찌감치 개표 절차를 허용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과 부산의 개표 기준이 각기 다른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통상 우편투표는 코로나19에 예민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될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 투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다가 이후 우편투표로 바이든 후보가 뒤집는 결과가 나오는 식이다. 이에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 일부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측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조기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현지 시각) 대선 경합주(州)인 플로리다의 펨브룩파인즈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대선 경합주(州)인 플로리다의 펨브룩파인즈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편투표 서명오류‧배달지연에 중복투표 우려까지

우편투표 자체에 시스템적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투표율이 급증하면서 우편투표 용지 배달이 늦어지고 서명 미비 등으로 접수 거부된 표가 속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각) 기준 부재자 투표용지 중 3600만 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나 접수가 거부됐다.

중복투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표용지가 실수로 여러 장 배송될 수 있을뿐더러 유권자가 우편투표를 한 뒤 대선 당일 현장 투표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아주에서 지난 6월 실시된 예비선거 결과 1000여 명이 중복투표 한 사실이 확인됐다. AP통신은 지난 7일 올해 대선에서 2016년 대선보다 무효표가 최대 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각 주에서는 대선 이후 폭력사태에 대비해 상점에 철문을 덧대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AP연합
미국 각 주에서는 대선 이후 폭력사태에 대비해 상점에 철문을 덧대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AP연합

트럼프, 대선 불복 시사…대규모 폭동 우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결함을 지적하며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트위터에 “우편투표는 부정 선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달 열린 1차 대선토론회에서도 “집배원들이 투표용지를 매매했으며 투표용지들이 강에 버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편투표로 인해 개표가 지연되고 결과가 뒤바뀔 경우 대선 불복을 현실화할 태세다.

문제는 대선 이후 결과에 불복하는 열성 지지자들 중심으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더힐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총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유통업체 월마트는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부 매장에서 총기와 탄약을 진열하지 않기로 했다. 또 USA투데이가 미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명 중 3명은 대선 이후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각 주에서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상점에 철문을 덧대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편 우편투표와 현장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는 지난 2일(현지 시각) 976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현 추세라면 1908년(65.4%) 이래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1월3일(현지 시각) 실시되는 미국 대선의 승패는 한국 시간으로 5일 오후 2시 정도에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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