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에게 왜 집을 주나요”…논란 커진 자활 지원사업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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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LH와 협약 맺고 탈성매매 여성 지원 추진
“그 돈으로 국가유공자 지원하라” 거센 반발
허성무 창원시장(왼쪽 두번째)과 하승호 LH경남지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월1일 시청 접견실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과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 창원시 제공
허성무 창원시장(왼쪽 두번째)과 하승호 LH경남지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월1일 시청 접견실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과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 창원시 제공

"지원해 줄 집이 있다면 국가유공자나 그 자손들을 한번 더 보살펴주세요."
"합법적으로, 하루하루 힘든 노동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에 박탈감 주는 정책입니다."

탈(脫)성매매 여성을 위한 임대주택 지원 사업 논란이 거세다.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창원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에는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시와 LH 측은 자활 사업을 통해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고 도시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도 주거가 불안정한 서민이 도처에 있는데 혈세를 들여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탈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창원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 ⓒ 창원시 홈페이지 캡처
탈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창원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 ⓒ 창원시 홈페이지 캡처

들끓는 창원시민들…대체 무슨 일이 

27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시는 LH 경남본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최대 4년간 공공임대주택 거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LH가 다세대주택을 사들여 개·보수한 뒤 최대 700만원 한도로 주택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주거비 이외에도 매월 생계 유지비 100만원과 직업 훈련, 구조지원사업(의료·법률지원 등) 등이 지원될 방침이다. 

시가 이같은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따른 것이다. 시는 해당 지역을 2024년까지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는 불법 성매매 행위를 지역사회에서 완전히 뿌리뽑으려면 집결지 폐쇄에 더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소한의 지원이 없다면 이 여성들이 다시 불법 성매매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고착화 된다는 이유에서다. 

창원시 여성가족과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추진에 앞서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와 자활이 선행해야 한다"며 "탈성매매를 돕고 지속적인 관리로 재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지원 정책은 법에도 명시돼 있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 피해 보상 및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창원시와 LH는 지자체의 판단에 따른 성매매 집결지 폐쇄로 종사자들의 생계에 지장이 생기는 만큼, 지원사업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서성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 ⓒ 창원시 홈페이지
창원시 서성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 ⓒ 창원시 홈페이지

분노한 시민들…역차별·불공정 반발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창원시 온라인 홈페이지 시민 소통광장인 '시민의 소리'에는 탈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에 대한 항의성 게시글이 폭주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다수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창원시 정책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며 올린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국가 유공자분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사시고, 나라위해 목숨 바쳐 싸우신 분들에 더 지원해주지 못할 망정 성매매한 사람들을 왜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먹여살려줘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창원시 측은 "자활지원사업의 첫 걸음은 안전한 주거 마련"이라며 "안전한 환경에서 사회 적응을 준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성동 집결지는 1905년 마산항 개항부터 100여 년 동안 존재하고 있는 곳으로 일제강점기 유곽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잔존하고 있다"며 "집결지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연대책임 의식으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집결지 피해자 대부분 가정불화와 학대 등으로 10대에 성매매에 유입돼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오랜 세월 비자발적인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마지막으로 집결지라는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측은 이들을 '성매매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신체적 폭력과 성병 노출, 사회적 낙인으로 집결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혈세 낭비, 불공정과 역차별이라는 시민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은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성인이 돼 어쩔 수 없이 독립해야 하는 아이들이나 도와달라", "가정불화 등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사람들을 집단 모욕하는 멍청한 행정"이라고 성토했다. 

창원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불법인 성매매로 돈을 벌고도 세금 한 푼 안 내던 사람들을 왜 혈세로 지원해야 하느냐"며 "이런 사업에 쓸 세금과 인력을 다른 곳에 써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시민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LH 임대주택이 제공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진정한 사회적 약자, 우리가 보살펴야 할 곳이 어딘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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