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차별금지법 찬성” 66.5%…“반대” 33.5%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6 10: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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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법안 발의 후 시사저널-시사리서치 여론조사
가장 심각한 차별은 ‘경제력’…‘성별·고용·성적지향·장애’ 뒤이어

헌법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국가 통치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라고 돼 있다. 쉽게 말해 국가의 통치 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 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헌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헌법에 명시된 대로 우리 사회는 움직이고 있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당위를 담고 있는 것일까. 

우리 헌법은 제2장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말한다. 가장 먼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힌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도 돼 있다.

바로 다음 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어떤 차별을 받고 있지 않을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공동으로 ‘차별금지 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5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공동으로 ‘차별금지 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5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6월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이 동의자 10만 명을 넘겼다. 청원이 시작된 지 22일 만이다.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내에 10만 명 동의’를 얻은 청원을 국회에서 심사하는 제도다. 이 청원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된다. 15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 후 일곱 차례 정부·의원 입법이 발의된 것과 달리 국회 청원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법사위에는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올라와 있다. 최근에는 집권여당 소속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평등법은 정의당이 당론으로 삼은 차별금지법과 법안 명칭은 다르지만,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은 같다. 인권위가 지난해 국회에 제정을 촉구한 ‘평등법’ 시안에는 성별·나이·장애·국적·종교·학력·성적 지향·외모·고용 형태 등 21가지 사유로 직·간접적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인권위의 입법 권고로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의 역사는 ‘수난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동안 국회에서 발의와 철회, 폐기를 반복해 왔다. 보수 개신교계 등이 차별금지법 항목에 ‘성적 취향’이 포함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회의원이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압박에 굴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차별금지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인권위 여론조사에선 시민 88.5%가 차별금지 법제화에 찬성했다. 찬성 응답률이 전년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였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금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과연 어떨까. 시사저널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우리 국민 10명 중 6~7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에서 차별금지법 찬성률 오히려 낮아 

시사저널은 6월22일 여론조사 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에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통계 보정은 2021년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우선 ‘차별금지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의 파악 여부를 조사했다. ‘잘 알고 있다’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26.4%와 41.5%로 나타났다. ‘잘 모른다’와 ‘전혀 모른다’는 30.1%와 1.9%였다. 즉 ‘알고 있다’는 67.9%, ‘모른다’는 32.0%로 조사된 것이다. 국민 10명 중 7명 정도는 차별금지법의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차별금지법의 구체성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세대는 20대(만 19~29세)였다. 10명 중 8명(79.8%)이 법의 내용을 안다고 대답했다. 30대(74.8%)도 70%대의 응답률을 보였다. 40대와 50대는 각각 67.0%, 68.4%로 조사됐다. 60대는 62.7%였다. 성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70.6%)이 여성(63.0%)보다 법의 내용을 잘 안다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은 ‘찬성’ 66.5%와 ‘반대’ 33.5%로 조사됐다. ‘매우 찬성한다’와 ‘어느 정도 찬성한다’가 각각 32.4%와 34.0%의 응답률을 보였다. ‘어느 정도 반대한다’와 ‘매우 반대한다’는 12.7%와 20.8%였다. 우리 국민 10명 중 6~7명 정도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법 제정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던 지난해 인권위 조사(88.5%)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결과다. 최근 차별금지법 국회 청원이 동의자 10만 명을 넘기고, 관련 법안 발의로 여론이 환기되면서 반대 진영의 여론 결속력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세대별 ‘찬성’ 응답률에서 발견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가장 찬성하는 세대는 50대(77.4%)로 조사됐다. 60세 이상(69.1%)과 40대(67.0%) 등도 상대적으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반면에 20대와 30대는 각각 51.0%, 54.5%로 상대적으로 찬성 응답률이 낮았다.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인 50대와 낮은 찬성률을 보인 20대 사이의 격차는 26%포인트 이상 났다. 남성(66.8%)과 여성(67.3%)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뜻밖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더 보수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이란 화두를 전 사회로 끌어올린 2030세대가 ‘공정=능력주의’라는 인식구조를 갖고 있다면,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공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해 보이지만 이는 추가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심각” 60.1%

‘우리 사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만큼 차별과 혐오가 심각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6명은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하다(25.6%)와 어느 정도 심각하다(34.5%)는 답변이 전체 응답의 60.1%를 차지했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각각 29.4%와 10.4%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심각성을 가장 우려하는 세대는 50대(69.2%)였다. 60세 이상(60.7%)도 상대적으로 차별과 혐오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3040세대는 각각 51.2%와 54.3%라고 답했다. 20대는 56.7%로 조사됐다. 이는 5060세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상대적으로 더 찬성하고, 2030세대에서 낮은 찬성 응답률이 나온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성별로는 여성(65.5%)이 남성(57.1%)보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6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10만 서명 보고 및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6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10만 서명 보고 및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20대는 가장 심각한 차별로 ‘성별’ 꼽아

그렇다면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차별과 혐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경제력’(30.5%)이 가장 심각한 차별과 혐오로 꼽혔다. 성별(15.0%), 고용 형태(12.3%), 성적 지향(11.8%), 장애(11.0%) 등이 뒤를 이었다. 학력(6.0%)과 국적·인종(4.8%), 외모(2.8%)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눈에 띄는 포인트는 20대를 제외한 전 세대는 ‘경제력’을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차별과 혐오로 꼽은 반면, 20대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성별’로 꼽았다는 점이다. 20대는 성별(27.9%) 문제가 두 번째로 심각한 차별이자 혐오 문제인 경제력(12.5%)보다 두 배 이상 심각하다고 봤다. 20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학력(10.6%) 문제를 두 자릿수 응답률로 꼽기도 했다. 

남성과 여성의 가장 큰 인식 차이는 ‘성별’에서 드러났다. 여성은 성별(21.9%) 문제가 심각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대답한 반면, 남성은 9.8%만 이를 꼽아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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