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철새 날아든다?"...낙동강 철새 도래지 훼손 자초한 부산 강서구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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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원상 복구 전제로 행정절차 밟아
부산시의회 "허가 문제점과 의혹 살펴보겠다"
철새가 점령한 낙동강 하구. ©부산시
철새가 점령한 낙동강 하구. ©부산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인근에 공동주택 건립 공사가 진행되면서 천연기념물(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철새도래지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28일 부산 강서구에 따르면, (주)호수건설은 25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022년 10월까지 동선동 198-6번지 외 30필지 등에 공동주택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축 1층 15동, 연면적 1203.69㎡ 규모의 공사다. (주)호수건설은 해당 지역에 10m와 11m의 옹벽을 세우고, 4m 성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일대는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인데, 지난 1966년 7월23일 천년기념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 중의 하나다. 이 지역의 생물·지질과 해양환경 등은 교육·학술적 가치가 높다. 뻐꾸기와 백로 등 150종 이상의 조류가 도래한다. 현재 부산과 김해에 걸친 면적만 87.3㎢에 달한다. 이 탓에 이곳 주변을 개발하려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심의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은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 역사문화환경보존제1구역이 포함돼 있다. 역사문화환경보존구역에 성토와 옹벽을 세우면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바뀐다.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불빛과 소음 등으로 환경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철새도래지로서 역활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낙동강 하구는 한때 한국을 찾는 고니류 70% 이상이 도래하는 대한민국 최대 고니류 월동지로 꼽혔다. 시민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조사한 '낙동강 하구 고니류 도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12월 낙동강하구를 찾은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는 1220마리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12월 3047마리에 비해 59% 줄어든 수치다. 최근 따져보더라도 2016년 3195마리에서 2017년 1509마리로 크게 줄었다. 2018년에는 1520마리가 관측됐다. 3년간 계속해서 1000마리 대로 관측되고 있다.

(주)호수건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덕도동 일대ⓒ시사저널 김동현
(주)호수건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덕도동 일대ⓒ시사저널 김동현

황평우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은 "철새와 천년기념물을 떠나서 국가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런식으로 공사를 해버리면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관계자는 "강서구 관내에는 이런 경우가 많다"며 "강서구는 대책 없이 개발을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해야 할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청 관계자는 "사유지라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공사 시 토사유출과 소음, 진동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또 "겨울철새 도래기간인 11~3월은 공사를 중지하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이 지역은 철새의 주 주거지가 아니고, 소수의 철새가 날아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소수의 철새는 철새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하면 할말은 없다"고 했다.

 

강서구, 역사문화환경보존구역 관리·감독 허술

앞서 (주)호수건설은 2016년 11월 해당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강서구에 허가를 요청했다. 이에 강서구는 2016년 11월23일 해당 지역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용기준 제1구역이 포함돼 있다며 현상변경허가를 득한 후 건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주)호수건설에 전달했다. 하지만 (주)호수건설은 강서구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해당 지역에 공사를 진행했다. 강서구는 이를 발견하고 2차례에 걸쳐 (주)호수건설에 보강토 옹벽 제거와 성토를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공사가 진행된지 약 3년만에 불법 행위를 발견한 것이다. 강서구는 2020년 11월18일 원상복구가 됐는지 확인하고, '원상회복 현장 확인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보냈다.

강서구가 확인한 원상복구 사진ⓒ시사저널 김동현
강서구가 확인한 원상복구 사진ⓒ시사저널 김동현

문제는 강서구가 일부만 원상복구된 상태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일부구간에 토사유출 등 안전상의 문제로 완전 원상회복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이어 (주)호수건설은 지난해 10월23일 일부구간에 대한 원상회복은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이전에 원상회복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강서구에 의견서를 내고 문화재청에 문화재현상변경을 신청했다. 허가 이전 원상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받아 들인 강서구는 원상회복 확인 등 행정절차를 밟았다. 원상복구를 전제로 한 행정으로 문화재현상변경 허가가 나면서 강서구의 행정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종허가는 문화재청에서 하지만 강서구가 보낸 자료들을 토대로 심의한다"며 "만약 일부구간이 원상회복 되지 않은 상태로 행정절차가 진행됐다면, 강서구 직원들의 현장 확인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덕도 주민 김진옥씨는 "원상복구를 전제로 한 허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무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제가 발령받았을 당시에 확인하고 바로 조치했다"며 "이전 담당자가 왜 3년동안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문제가 있어 일부 구간에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부민 부산시의회 특위 위원장은 "부산시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 등 문화재보호구역 내 개발사업 허가 시 문제점 및 각종 의혹을 제대로 살펴보겠다"며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시정 요구와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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