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JTBC 누르고 자존심 회복… 포털 영향력은 더 세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08: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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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신뢰도 1위 KBS, 영향력·열독률 1위 네이버
누구도 넘지 못한 언론매체 신뢰도 20%의 벽
네이버와 다음, 영향력·열독률 끌어올리며 전통 언론매체 압도

공영방송 KBS가 ‘만년 2위’를 떨쳐내며 오랜만에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 5년간 JTBC의 독주를 보며 쓴잔을 삼켰던 KBS는 올해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신뢰도) 1위를 탈환했다.

물론 다소 불안한 승전보다. ‘손석희 부재’로 인한 반사효과를 부인할 수 없어서다. JTBC의 독주 시대가 끝난 뒤 올해 조사에서 어느 매체도 신뢰도 20%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도 20% 도달’ 매체가 전무하다는 점은 차기 대통령선거 관련 보도와 후보 검증을 해야 할 언론에 묵직한 숙제를 던진다. 불안한 신뢰도 1위의 공영방송과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포털, 그리고 JTBC의 가파른 하락세가 뒤섞인 올해 조사 결과는 요동치는 미디어 환경을 여실히 드러냈다.

KBS 《뉴스9》 진행을 맡고 있는 이소정 앵커(왼쪽)와 박노원 아나운서ⓒKBS 제공

‘신뢰도 1위’ 탈환한 KBS, ‘영향력’은 네이버 이어 2위

KBS는 시사저널이 실시한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의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신뢰도) 분야에서 19.1%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다시 과시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영향력)에선 2위(34.3%),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열독률)에선 4위(12.6%)를 차지했다.

신뢰도 조사에서 KBS는 2위 JTBC(17.5%)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MBC(15.6%)와 한겨레신문(11.5%), 네이버(11.1%)가 그 뒤를 이으며 5위권을 형성했다. 방송과 신문, 포털이 골고루 두 자릿수의 지목률을 보였다.

KBS로서는 와신상담 끝에 얻어낸 결과다. 2016년 조사 이후 줄곧 신뢰도 1위를 달성했던 JTBC의 질주를 무려 6년 만에 막아냈기 때문이다. KBS의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2019년 신뢰도 조사에서 1위 JTBC(39.2%)와 2위 KBS(15.3%)의 격차는 무려 24%포인트에 육박했지만, 1년 뒤인 2020년에는 4.9%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1위 자리를 넘보던 KBS는 올해 조사에서 드디어 역전에 성공하며 1위 깃발을 꽂았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든 평가 지표에서 압도적 우위를 달리던 JTBC는 ‘손석희 효과’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간의 상승세를 빠르게 반납했다. 그 자리를 전통의 강호 공영방송이 파고들었다. KBS 보도에 드리웠던 ‘정치 편향성’ 논란이 상당 부분 잦아들었고, 뉴스 콘텐츠 제작에 다양한 변화를 준 점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다. 시청률 침체기에 빠진 KBS가 보도부문 상징인 《뉴스9》에 최초로 여성 메인 앵커를 기용하고 심층취재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온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KBS의 1위가 지속성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과 19.1% 지목률로 1위에 올라, 절반의 성과라는 분석 때문이다. KBS의 신뢰도 지목률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절대적 수치 면에서 후퇴했다. KBS의 선방이라기보다는 하향 평준화로 인한 ‘어부지리’ 성과가 있다는 의미다. KBS는 2016년 이후 5년간 26.6%→18.0%→14.0%→15.3%→22.4%의 신뢰도 지목률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5년 전 20%대 신뢰도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10%대 횡보를 거듭했다. 지난해 20% 선을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불과 1년 후 다시 10%대로 밀려났다.

이마저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 이유는 KBS가 정권 출범 때마다 공정 보도 논란을 피하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정권이 교차할 때마다 KBS의 독립성은 시험대에 올랐다. 공영방송이란 태생적 특성이 ‘친정부 성향’ 이미지를 굳히는 촉매제가 됐다. KBS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지켜낼지에 대해서는 내년 대선을 기점으로 또 한번의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올해 1위 KBS와 10위 연합뉴스(6.7%)의 신뢰도 지목률 차이는 불과 12.4%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촘촘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별 간격은 더 좁혀졌다. 매체별 ‘충성 독자층 또는 시청자층’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신뢰도에서 3위를 기록한 MBC는 2년 연속 KBS와 JTBC를 뒤쫓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7.6%)은 각각 4위와 9위에 올랐다. 한겨레신문 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경향신문은 두 계단 내려갔다. 조선일보(8.5%)도 한 계단 내려간 7위에 머물렀다. 방송사가 1~3위를 모두 휩쓸며 신문의 신뢰도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KBS의 신뢰도 1위는 JTBC의 앵커 세대교체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불안정한 선두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뢰도 지목률 상위 3곳의 누적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하고, 이 하락분이 8~10위권 신뢰도 상승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전체적인 하향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특히 1위를 차지한 전통 매체 역시 20%를 넘지 못한 것은 전반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향력·열독률 더욱 높이는 포털…유튜브는 ‘흔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영향력)와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열독률)에서는 모두 네이버가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영향력에서 37.0%, 열독률에서 31.5%의 지목률을 각각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위를 차지한 다음카카오(13.3%)와 네이버를 합산할 경우, 양대 포털의 영향력 지목률은 무려 50.3%에 달한다. 지난해 합산 영향력(41.5%)을 크게 앞서며 해마다 달라지는 위상을 실감케 했다. 네이버가 영향력과 열독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가 콘텐츠 생산 매체들의 플랫폼으로만 인식되던 경향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JTBC는 영향력 면에서 손석희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지난해 33.8%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던 JTBC는 올해 17.6%에 그치며 5위로 주저앉았다. JTBC는 2017년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줄곧 영향력 1위를 기록했지만, 신뢰도에 이어 영향력마저도 크게 흔들렸다. JTBC의 앵커 교체 실험을 지켜보던 상당수 시청자가 돌아서면서 시청률 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런 분위기가 전문가 조사에도 반영되면서 영향력과 신뢰도 추락까지 초래했다. KBS는 34.3%로 전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27.7%를 기록해 3위로 신문매체의 체면을 지켰다.

유튜브는 올해 영향력 지목률에서 6.9%를 받아 10위에 턱걸이했다. 1년 전 7.5%(7위)에서 3계단이나 하락했다. 흔들린 건 영향력만이 아니었다. 유튜브는 신뢰도에서도 10위권 내 진입에 실패하며 ‘가짜뉴스’ 악재를 떨쳐내지 못했다. 유튜버와 콘텐츠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외형은 성장했지만, 무분별한 주장이나 허위사실에 기반한 뉴스 비중도 함께 커지면서 신뢰도 하락을 막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고(故) 손정민씨 사건’ 당시 유튜브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정보가 유통·재상산되면서 의혹과 논란의 진원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열독률에서는 네이버(31.5%)와 다음카카오(16.9%)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포털을 이용해 뉴스에 접근하는 이용자가 많아졌고 머무르는 시간 역시 더 길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네이버(27.5%), JTBC(17.7%), 다음카카오(15.1%) 순이었던 열독률은 올해도 3개사가 선두권을 유지했다. 다만 올해는 다음카카오가 JTBC(13.8%)를 앞질렀다. 포털이 언론사 선택, 배열 기능을 강화한 데다 맞춤형 콘텐츠 제공까지 내놓으면서 가독률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뉴스 소비가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수용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포털의 열독률 선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황용석 교수는 “네이버 등 포털이 점차 개인화된 뉴스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전통 매체들과의 구분이 점차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포털이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흡수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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