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부채공화국 되나  [쓴소리곧은소리]
  •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wonshikk@gmail.com)
  • 승인 2021.09.12 14:00
  • 호수 16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 604조원 ‘마지막 예산안’ 누가 책임질 건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5년 만에 36.0%에서 50.2%로

2021년 예산은 2017년부터 편성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이다. 그러한 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총정리하는 예산이면서 직전 박근혜 정부의 성과와 비교되는 지표라는 의미를 갖는다. 내년 예산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주역들은 대한민국 역사에 ‘부채공화국’의 시초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불명예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604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3%나 큰 폭으로 증액하면서 77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고 한다. 국가채무는 내년에만 112조3000억원 더 증가해 1068조3000억원이 된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2016년의 36.0%에서 50.2%로 증가해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경제위기로 GDP가 역행하면 이 비율은 부채의 증가 없이도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국가신용도에 치명상을 준다. 이는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인플레를 유발하면서 국민 경제를 피폐하게 할 것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0월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적자국채 발행해 저녁 몇 끼 식사값 현금으로 뿌려

내년 예산과 국가채무 증가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선진 교역국들이 2019년 이전으로 환원돼 일정한 성장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에 한편으로 안정적 재정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치명률이나 사망률이 많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정상적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격리를 강요하면서 국민 대다수인 88%에게 다섯 번째 재난지원금을 2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국민 전체가 이미 재난지원금 중독에 빠져 받지 못하는 12%의 부자 국민들도 속 터져 한다. 국채를 발행해 몇 끼 저녁 식사값으로 끝날 돈을 ‘복지’라는 이름을 앞세워 현금으로 나눠주고 있다.

부채는 영원히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 연이어 이전된다. 이를 상환하는 방법은 경제성장을 통해 세금을 더 걷고 지출을 더 줄이는 길밖에 없는데 이를 받아들일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경제구조가 경직된 노동시장과 폐쇄적 규제 강화로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상태에서 부채 상환 능력을 낳을 경제성장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가계부채 1700조원, 기업부채 1400조원도 국가재정 위협

그리고 적어도 2.0을 넘어야 할 다음 세대의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0.84까지 떨어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령화시대의 베이비부머들이 국가 발전에 희생적으로 헌신해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그 부담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면 결국 국채 상환이 불가능한 국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제운용의 실패로 개인과 기업들의 부채가 급등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감당해야 할지 모르는 부채다. 가계부채는 올 1분기 말 기준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기업부채도 같은 시점에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나 급증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면 업계의 불황과 정부가 강요하고 있는 격리(Lock-down)에 따른 것이다. 정상적인 건전 대출이 아니라 코로나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채를 개인과 기업이 돈을 벌어 상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또한 국채 발행을 통한 예산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량채권이 돼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고 국가가 더 큰 규모의 공적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해놓지 않으면 이를 우려하는 전주들의 뱅크런(bank-run)으로 개인과 민간의 부채는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공식적이든 잠재적이든 나중에라도 국가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국가부채가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빚으로서의 국가채무보다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재정적자로 정부보전금이 각각 3조700억원, 2조9000억원 지출되고, 향후 충당부채추계액이 공식적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이는 현재발생부채 개념에 따라 현재의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현재까지의 기여에 대한 연금급여, 즉 현재 퇴직했을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들이 앞으로 정년이 될 때까지 연금을 납입할 것이므로 실질적인 연금충당부채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봐야 한다. 단순한 가정으로 모든 공무원이 30세에 임용돼 60세 정년까지 근무하고, 평균 공무원 연령을 45세로 가정한 충당부채가 800조원이라면, 이들이 앞으로 15년을 더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발생하는 충당부채는 2배로 추정돼야 한다. 이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 수가 증가할수록,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둘째, 2056년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계되는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도 부채화될 수 있다. 2018년도 4차재정재계산에서 연금수익비가 1.8배이고 실질적으로는 유족연금 등 기타 급여를 포함하면 2.6배로 추정되고 있다. 본인이 낸 보험료 총액의 1.6배는 현재 임시로 기금에서 지급되고 있으나 사실은 다른 어디엔가 쌓아놓고 있어야 하는 돈이다. 즉, 현재 세대가 이를 따로 적립해 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다음 세대가 내게 하겠다는 것으로 잠재적 국가부채로 쌓여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감소하던 공기업 부채 늘어나

셋째, 박근혜 정부에서 감소하던 공기업 부채의 증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공기업 부채는 198조400억원으로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적자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 사항들을 공기업을 통해 실천하다 보니 적자를 내게 하는 조치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박근혜 정부에서 감소하던 사회보험들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이 지난해 18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매년 사회보험료 인상도 가파르지만 앞으로도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을 중심으로 의무적 정부 지원은 더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특히 고용보험은 정부의 무절제한 현금 중심의 실업급여 확대와 고용지원으로 기금이 고갈되고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다. 내년 19.8%에 이르는 세수 증가와 사회보험료 인상은 국민부담률을 28.6%로 인상시킬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 상태에서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지배당하는 한 문재인 정부가 낳은 부채구조는 관성을 가지고 다음 정부에도 이어질 것이다. 보편적 복지제도의 법제화에 따른 예산 증가, 불경기로 궁핍해진 국민들의 정부 의존도 상승, 변화를 거부하는 강성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 등이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정부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이고 개방적인 거대 담론과 실천으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제2의 부채공화국으로 남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