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초호화 변호인단 수임료, 화천대유에서 제공했을까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8 10: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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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 10개 법무법인-28명의 변호사 참여 
“수임료,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강찬우, 화천대유 자문 활동하면서 이재명 1심 변호

‘대장동 게이트’가 대선 레이스를 흔들고 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대장동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돼 있으니 시장(이 후보)의 배임 혐의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서 “배임 혐의가 나오면 민주당 후보가 법적 조치를 받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다.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 만일 사안이 그렇게 되면 당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배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장동 게이트로 조성된 돈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을 받는 것이 이 지사의 변호인단이다.

이 지사는 지난 2018~20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때 수십 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 수임료가 대장동 게이트의 돈으로 대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이 지사의 변호사 비용 의혹은 대장동 게이트를 파헤치는 진입구일 수 있다”면서 “이재명의 변호사 비용 출처 및 재산신고에 대한 의혹점이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변호사 비용에 대해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친문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은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에게 20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며 10월7일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깨시연 측은 “이 지사는 지난 8월31일 페이스북에 변호사비(수임료)가 3억원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깨시연이 확보한 제보자와 이 지사 사건을 맡았던 A변호사 간 약 5분 분량의 녹취파일에는, 제보자가 다른 사건 수임료를 논의하면서 '해당 변호사가 이 지사 사건 수임료로 20여억원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A변호사가 수차례 '아, 네네'라고 대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구원투수’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이 지사는 2020년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만약 패소했다면 경기지사 자리마저 내놔야 하는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말 그대로 '초호화 변호인단'이 동원됐다.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 지사 재판을 살펴보면, 이 지사는 1~3심과 판기환송심에서 10개 법무법인과 개인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28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는 법무법인에서 담당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변호사만을 계산한 것으로, 이 외에도 법무법인 소속 다른 변호사들이 함께 변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소한’ 28명의 변호사가 나섰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2명의 전 대법관, 1명의 전 헌법재판관, 2명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이 포함돼 있다.

1심에서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담당변호사: 김종근, 이힘찬, 이승엽, 정진열, 이평희)를 필두로, 법무법인 평산(담당변호사: 강찬우, 하지인, 신성윤), 법무법인 소백(담당변호사: 황정근, 최원재, 황수림), 변호사 나승철·이태형·김준엽이 나섰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문재인 정부의 ‘구원투수’로 불린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설립한 이광범 변호사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을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지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훈 전 대법관의 동생이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맡은 사건을 보면 조국 일가 사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댓글조작 사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뇌물수수 사건 등 문재인 정권과 관련한 주요 사건을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사 재판에서는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근 변호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기도 하다.

1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호사는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다. 강 전 지검장이 이 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던 시기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의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강 전 지검장은 2015년 12월 퇴직했다. 이후 2018년경 이 지사의 1심 때 법무법인 평산 소속으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와 동시에 강 전 지검장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기자 출신 김만배씨의 제안으로 화천대유 자문변호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 전 지검장은 "화천대유 자문은 2018년부터 저의 소속 법무법인(평산)이 자문계약을 했다. 저는 그 담당 변호사"라고 밝혔다. 현재 법무법인 평산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화천대유의 변호를 맡고 있기도 하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만약 강찬우 전 지검장에게 지급된 이재명 1심 수임료가 이 지사가 아닌 김씨가 제공한 것이라면, 이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김씨가 이 지사(당시 성남시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강 전 지검장 수임료의 출처가 사건을 밝히는 핵심 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나승철 변호사, 이 지사 부인과 연관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을 변호했던 이태형 전 수원지검 공안부장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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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민변 회장 출신 각 2명, 헌법 재판관 출신 1명 등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열린 2심에서는 법무법인 중원(담당변호사: 권재칠, 박현민, 김태연, 박영섭)이 충원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2심 결과,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면서 지사직 박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3심에서는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초호화 변호인단이 출동했다. 이상훈 전 대법관, 이홍훈 전 대법관(2021년 7월 작고),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이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민변 회장 출신 최병모·백승헌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김&장 법률사무소, 엘케이비앤파트너스, 화우, 양재, 한결, 덕수, 경 등 참여한 법무법인만 7곳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수임료’로 귀결된다. 이 지사가 초호화 변호인단에 과연 얼마를, 어떻게 지급했을까.

수임료 문제로 이 지사를 고발한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상임대표는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018년 12월~2020년 10월 약 2년에 걸쳐 원심·항소심·상고심·파기환송심 등 4번의 심급에서 변호비용으로 약 30억원 이상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지사가 2017년 신고한 공직자 재산신고 금액이 총 26억여원인데 형사사건 종료 이후 공개된 2020년 재산신고 금액은 28억여원으로 오히려 1억7000만여원 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핵심은 대형 로펌과 호화 변호인단의 배석인데, 그분들에게 얼마를 지불했느냐는 (이 지사가) 그냥 밝히면 된다”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굉장히 오랜 기간 변호를 했다. 1개 로펌당 최소한 수억원이 들어가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게이트를 공론화한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는 시사저널에 “이재명 변호인단급이면 최소한 수임료가 억대다.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가 한둘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그런데 이 지사의 재산상에는 변동이 없다. 재판이 있었다면 자산 유출이 있었을 텐데 의미 있는 감소가 별로 없다. 오히려 현금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신고한 재산 내역 자체가 허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 전 지사는 “저희 캠프 특별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지사는 2018년 12월 기준으로 19억원이 넘는 예금과 공시가격만 8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은행이 아니라,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사법연수원 동기이던 이아무개 변호사로부터 현금 5억원을 차용했다(사인 간 채무 5억원)고 재산신고를 했고, 같은 해인 2019년도에는 누군가에게 5억500만원을 빌려줬다(사인 간 채권 5억500만원)고 수정해 재산신고를 했다”면서 “이 재산신고가 과연 진실한 것이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계사는 “이재명과 이아무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은 당시 금융상품(예금 등)도 많았는데 왜 이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을까”라면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료변론 했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지난 9월 제9대 인권위원장에 오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수임료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송 위원장은 수임료를 받지 않고 이 지사의 상고심(3심)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변론은 이 지사가 요청했고 선임 약정할 때 금액 이야기는 없었고 받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면서 “이게(이 사건의 수임료가) 100만원 이상인지, 이하인지 제가 생각해본 적이 없고, 만약 그때 생각했더라도 수고의 대가가 1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당시에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원이 중요한 것은, 무료변론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대표 권민식)은 이 지사와 송 위원장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송 위원장(당시 인권위원장 후보자)이 이 지사에게 무상으로 행한 상고이유서 검토 및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는 행위는 무형의 경제적 이익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1항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집행과 관련이 없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송 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대북송금 특별검사 업무도 수행하는 등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전관에 해당하며, 그동안 수임료도 100만원 이하로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상고이유서 검토 및 무료변론 행위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무형적 가치가 있는 금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 외에도 일부 변호사가 이 지사 재판에서 무료변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이 지사)에 대한 무료변론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이 지사에게는 무료변론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 지사가 수임료 지급과 관련한 재산 변동 사항을 공개하면 모든 의혹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공개가 늦어질수록 의혹만 커질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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