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터뷰] “尹, 김종인 영입 반대 뚫어내야 대통령 돼”
  • 이원석·조문희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2 10:0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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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①
“쌍특검 OK, 여야 특검 추천권 바꿔 갖자”
“尹과 주도권 다툼? 제가 이득 볼 게 뭐가 있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 쌍특검을 제안한다면 받겠다. 대신 고발 사주 의혹 특검 임명권(추천권)은 여당이 갖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 임명권은 야당에 넘겨라”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11월11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간과 관계없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특검이 중요하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즉각 동시 특검 하자. 우리는 자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로에게 불리한 의혹에 대해 상대 당이 특별검사 추천권을 행사해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이 동시 특검 수용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상대로 대장동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면서 고발 사주 특검 수용도 압박 카드로 활용해 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선대위를 꾸리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선 “윤 후보에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일각의 시선엔 “저는 당연직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업무 영역이 명확하다. (주도권다툼을 해서) 제가 이득 볼 게 뭐가 있나”라며 “관계에 전혀 문제없다. 저는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종현

여권에서 대장동 의혹 조건부 수용론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쌍특검’ 제안이 나온다면 받을 의향이 있나.

“윤석열 후보가 고발 사주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쌍특검을 제안한다면 받을 수 있다. 제가 역제안하고 싶은 건 임명권(추천권)을 서로 바꿔서 진행하자는 거다. 대장동 건은 우리가 특검을 추천하고, 고발 사주 특검은 민주당이 추천하면 된다. 해볼 테면 해보라.”

시간을 벌기 위한 여당의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특검도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거대 권력 수사에서 유일하게 성과를 낸 게 김경수 건이다. 시간과 관계없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특검이 중요하다.”

윤 후보에게 준 ‘비단주머니’는 뭔가.

“전혀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단주머니 속엔 두루뭉술한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담겨 있다. 허풍이라는 말도 들리는데 어떤 비단주머니에는 투입되는 예산만 10억원이 넘는다. 기간을 들여 굉장히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윤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2030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본선에선 통할까.

“2030이 후보를 가까이서 보진 못한다. 후보 주변 인물이나 입장을 통해 후보를 파악하는데, 일부 후보 주변 인사 중 젊은 층에 안 좋게 각인된 이들이 있다. 그에 대한 재조정이 있어야 한다. 선대위를 꾸리며 보완하면 확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경선 직후 2030 탈당 건으로 당내에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경선 이후 실망해서 탈당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조롱이다. 겸손하게 받아들일 문제다. 입당보다 탈당 절차가 몇 배나 어렵다. 우편이나 팩스로만 가능하다. 이 정도의 집단 탈당이 나온 건 제가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심각한 시그널이다. 다행히 제가 지적한 이후 그런 발언들이 안 나와 2~3일 만에 안정화됐다.”

나간 2030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날 믿고 돌아오라’ 이런 식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거다. 우리 당이 정당정치를 개혁하는 데 있어 그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일을 계속해 나간다면 자연적으로 돌아올 지지세다.”

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대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보나.

“선거 캠프에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중요하다. 김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보면 권력의 눈치를 본 일이 없다. 본인의 높은 자존감으로 인해 명예를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해온 분이다. 특히 사적인 목표를 위한 회유 등에 넘어가지 않았다. 선대위를 해보면 오만가지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많다. 후보가 당선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공적인 목표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김종인뿐이라고 보는 거다.”

‘파리떼’ ‘하이에나’ 정리를 ‘선결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선대위가 크면 클수록, 무시할 수 없는 체급의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저런 제안을 하러 온다. 물론 가져오는 사람도 선의일 수 있다. 그러나 후보가 그걸 다 막을 수 없고, 다 쫓아가다 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선대위는 콘셉트가 중요하다. 요즘엔 선거운동을 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얻는 이익보다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기사를 내는 게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이게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걸 능수능란하게 하기 위해선 선대위가 가벼워야 한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가 경선 기간에 많은 자문을 구했고, 김 전 위원장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둘의 신뢰 관계는 매우 두텁다고 본다. 늘 김 전 위원장 이름이 나올 땐 태클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윤 후보가 그걸 뚫어내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공천권을 김 전 위원장에게 주기 싫어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줬다. 그 결과로 180석을 내준 거다. 경험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든지 아니라면 아예 모시지 않는 게 낫다. 결과가 말해 주는 거다.”

캠프에서 일부 불만이 감지되는 듯한데.

“평소에 김 전 위원장에게 잘하지, 왜 이제 와서 그러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도 어르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분이 많다. 근데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지 않나. 윤 후보를 생각하면 김 전 위원장의 역량이 필요하다. 간단하다. 최근에도 ‘파리떼’ 얘기가 나오니 윤석열 캠프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이미 김 전 위원장의 제압 능력이 발동된 거다.”

윤 후보가 보스 기질이 강해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와도 잘 조화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윤 후보는 보스 기질이 강한 거에 더해 때를 기다리는 능력이나 감내하는 능력도 돋보였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에서 댓글 수사로 탄압받을 때 여주지청장에 가서 웅크리고 있으니 특검의 기회가 다시 왔다. 못 참고 사표 내는 검사도 많다. 웅크릴 땐 웅크릴 줄 아는 거다. 최종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거다.”

윤 후보가 경선에서 당원 투표, 즉 조직에선 앞섰으나 여론에선 10%포인트 가까이 뒤졌다.

“서울시장 선거 때를 보면 다수 원로가 모여 있던 조직이 소위 신진세력에 깨졌다. 당 대표 선거 땐 캠프라곤 3명이었던 제가 당선됐다. 윤 후보도 알 거다. 조직 선거가 당내 선거에선 영향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대선에선 그렇지 않다. 전 국민에게 영향을 주기엔 부족하다. 창의적인 선거전략을 계속해서 얘기하는 이유다.”

이 대표 자신이 승리했던 승리 방정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그렇다. 2030이 주도하면 인터넷에서 문화를 만들어낸다. 파급효과로 전 세대에 대한 지지층 상승으로 이어진다. 오세훈 시장과 저의 선거에서 증명됐다. 이번 경선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수직상승도 있었다. 윤 후보도 똑같은 기적의 힘을 받는 게 유효하다는 게 명확하다. 근데 또 그것만으론 안 된다. 홍 전 대표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젊은 층이 바람을 일으키면 후보가 그걸 뛰어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후보만의 매력이 필요하다. 오세훈의 토론이나 이준석의 연설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

경선 과정 중 윤 후보의 ‘1일1실언’ 논란으로 타격이 컸다.

“제가 윤 후보의 공보담당자였다면, 윤 후보가 문제 되는 발언을 했을 때 바로 정정했을 거다. ‘전두환 발언’ 등 표현상의 미숙이 있을 때 보완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게 일차적 문제다. 앞으로 굉장히 많은 일정이 있을 거다. 센스와 용기를 갖춘 사람이 윤 후보 주변에 필요하다. 심지어 당 중진이라고 해도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를 위해 급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활동을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뭔가.

“같은 얘기다. 윤 후보의 정치 경력이 짧기에 위험요소들을 잘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동네 강아지도 임명장 물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던 과거 박근혜 대선 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렇게 선대위를 구성하면 후보 장악력이 떨어질 거다. 지방선거가 대선 직후 따라온다. 개개인이 후보 당선이 아닌 각자의 다른 목표를 갖는다. 대선 중 공천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후보가 이러한 부분들을 미리 고민하며 냉정하게 선대위를 짜야 한다. 공동으로 다 때려박으면 욕은 안 먹는다. 그러나 청소는 안 하고 급하게 이불로 덮고 나가는 느낌일 거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이 대표가 주도권 다툼을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저는 상임선대위원장이란 업무 영역이 명확해서 주도권 다툼을 한다고 이득 볼 게 없다. 총괄선대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 시키라는 거다. 자리 싸움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주목받고자 하는 사람이 병참 역할을 자처하겠나. 주도권 다툼을 한다면 저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김 전 위원장을 막는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

윤 후보 개인과는 전혀 문제가 없나.

“문제 없다. 입당 전부터 윤 후보에게 말했다. ‘주변에서 무수히 이간질할 텐데 나는 당신을 해할 이유도 없고, 당신도 나를 해할 이유 없으니 의심하지 않는다. 당신도 의심하지 마라’. 서로 신뢰를 갖고 있다.”  

☞ ‘이준석 인터뷰’ 2탄 「“안철수와 단일화 논의는 여권 단일화 촉발할 것”」 기사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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