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크리스마스 명소’로 만든 조명의 정체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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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본점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각종 규제 있었지만 이젠 랜드마크 기술로 떠올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는 ‘신세계백화점’으로 검색되는 게시물 목록에 백화점 건물 외벽 수백 장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지난 12월20일 크리스마스 주간이 시작될 때부터 백화점 주변에는 상당한 인파가 모여들고 있다. 12월25일 크리스마스인 이날 밤에도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12월23일 서울 명동을 찾은 한 시민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23일 서울 명동을 찾은 한 시민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스크린)다. 지난 11월15일 공개된 이 스크린은 마치 한 편의 서커스 쇼를 보는 듯한 화려한 영상을 보여준다. 약 3분 동안 이어지는 해당 영상에서 외줄타기 쇼와 저글링 묘기, 코끼리 곡예 등이 펼쳐진다. 뒤이어 나오는 영상에서는 ‘Magical moments for you(당신을 위한 황홀한 순간)’라는 메시지가 올라오며 행복한 연말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영상은 일몰 후부터 자정까지 반복 상영되고 있다.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건물 전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외벽에 디스플레이를 조각조각 이어 붙여 영상을 구현하던 방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에 따르면, 본점 건물에 적용된 미디어 파사드에는 LED칩 140만 개가 사용됐다고 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조명과 영상, 정보기술(IT)을 결합한 21세기 건축의 새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동시에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홍보 기능을 수행하는 등 긍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등이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국내에서는 2004년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7월8일 밤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빌딩 외벽에 코로나19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하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 '덕분에'가 상영되고 있다.
2020년 7월20일 밤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빌딩 외벽에 코로나19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하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 '덕분에'가 상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확장 적용 가로막은 규제, 완화되자 미술계도 주목해

그런데 미디어 파사드가 공개됐을 당시에는 각종 규제로 확장 적용이 쉽지 않았다. 우선 옥외광고물법에 의해 종류와 규격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 서울시를 비롯해 ‘빛공해 규제 조례’를 갖춘 일부 지자체에서는 미디어 파사드가 조례를 어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2009년 미디어 파사드 관리 제도를 도입해 관련 규제를 점차 없애 나갔다. 2014년에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전체적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LED 전광판을 활용해 창의적인 광고물을 내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2016년 정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를 국내 최초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했다. 이후 코엑스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옥외 미디어 광장으로 꾸며졌다. 2017년 코엑스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 아트갤러리는 서울시가 주최한 ‘좋은빛상 공모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광고뿐만 아니라 미술계도 미디어 파사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디어 파사드는 공공미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란 평을 받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20층 높이로 설치된 LED 전광판이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최초의 공공미술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이 전광판에는 영국 포스트 팝아티스트 줄리언 오피와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 양만기씨(덕성여대 교수)의 영상 작품이 교대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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