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은 31일 다자 토론 잠정 합의…“윤석열, 왜 4자 토론 기피하나”
여야가 대선 후보 토론회 방식을 두고 ‘핑퐁’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양자 토론을 고집하는 반면, 민주당 측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포함하는 다자 TV토론을 우선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서로 토론회 회피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은 27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를 향해 “당당하게 양자 토론에 먼저 응하고 4자 토론은 언제든지 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오전 민주당 측에 설 연휴인 31일 양자 토론을 역제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시 한 번 같은 조건으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양당이 합의했으니 방송사 초청 형태가 아닌 두 당이 직접 주관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언론인이 오고 방송하고 싶은 방송사가 와서 자유롭게 방송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 하고 더 듣고 싶어 한다”며 “이 후보는 비겁하게 4자 토론의 커튼 뒤에 숨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4자 토론을 위한 28일 실무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에서 전날 두 후보의 양자 토론에 제동을 건 이후 현재 지상파 3사 측에서 31일 또는 2월3일자로 4자 TV토론회를 준비 중인데, 이보다 자체 양자 토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성 의원은 “4당이 함께 하는 합동 토론회는 법적으로도 3번이 보장돼 있고 필요하다면 협의를 해서 언제든지 다시 하면 될 것”이라며 “4자 토론은 한 후보가 말할 수 있는 시간도 30분 안팎”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국민의힘이 양자 토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4자 토론에서 윤 후보가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가 현재 여론조사 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자칫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받다 실점 할 경우 설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오는 31일 다자 TV토론을 열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이 때문에 3당은 양자 토론을 고집하는 국민의힘 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윤 후보가 4자 토론을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이 어제는 다자 토론도 괜찮다고 했다가 오늘 갑자기 양자 토론을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며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인가. (윤 후보 측이) 4자 토론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토론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하면 될 텐데 자꾸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께서 신발을 하나 사도 다 비교하면서 사는데 국민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들을 국민에게 비교·분석할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윤 후보 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심 후보도 이날 SNS를 통해 “윤석열 후보님, 심상정은 물지 않는다”며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 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고, 4자 토론에 나오셔도 괜찮다”고 밝혔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싸우고 싶다면 거기서 본인 혼자 원맨쇼를 하면 된다”며 “이런 정신상태, 이런 ‘새 가슴’으로 무슨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건가. 국민의힘 후보를 빼고 3자 토론을 진행하자”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