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진출 예고한 LX그룹, 승계 염두에 뒀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7 15: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남은 LX, 장녀는 벤처캐피탈 부분 주어지나
구본준 LX그룹 회장 ⓒLX그룹 제공
구본준 LX그룹 회장 ⓒLX그룹 제공

LX그룹이 금융업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4세 승계를 위한 초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LX그룹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융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LX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CVC는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다. 그동안 지주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CVC를 설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주사 벤처투자를 목적으로 한 금융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재계에서는 LX홀딩스의 이번 사업목적 추가가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범LG가는 그동안 장자 승계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 왔다. 장자가 그룹의 적통을 맡으면 나머지 형제들은 각 사업 부문을 분리해 독립하는 방식이었다.

LX그룹도 바로 그런 경우다. LG가의 장자인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뒤 그의 장남인 구광모 LG 회장에게 그룹의 지휘봉이 넘어갔다. 이후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G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설립했다.

LX그룹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상무는 LX그룹 내에서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LX홀딩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는 LG전자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왔다.

다른 범LG가들과의 차이점은 구 회장의 딸 구연제씨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범LG가 여성 대부분은 결혼 뒤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구씨가 사회생활의 첫발을 뗀 영역이 금융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구씨는 범LG가로 분류되는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 팀장으로 합류해 기업 투자 경험을 쌓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향후 구씨가 LX그룹의 벤처캐피탈 경영에 주력하다 이 부문을 중심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상무와 구씨에 대한 지분 승계 상황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12월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으면서 LX홀딩스 지분 40.04%를 확보했다. 그 직후 구 회장은 자녀에게 지분의 절반 가량을 증여했다.

그 결과 구 상무와 구씨의 LX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11.75%와 8.78%로 증가했다. 그동안 범LG가 딸들에게는 경영권 지분이 쥐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LX가의 증여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