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어떻게 대처할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5 11: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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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 도움 필요⋯약물요법으로 70% 회복

최근 유명을 달리한 넥슨 창업주는 이전부터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으로 우울한 감정이 아니라 하루 종일 또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우울증이다. 감기처럼 흔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2020년 국내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약 83만 명이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는 전체의 약 5%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이 우울증인지 모르거나 알고도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약 76%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의 60~70%는 자살을 생각하고 15%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할 위험성이 약 4배 높다.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경우는 ‘자살 경고’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자살 전에 워닝 사인(경고)이 있다. 워닝 사인은 금전 관계 등 주변을 정리하거나, 걱정이 많던 사람이 갑자기 평온해 보이거나, 주변에 고마웠다는 전화를 돌리거나, 죽고 싶다거나 괴롭다는 문자를 보내는 등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많이 힘들겠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표현으로 공감을 나타내는 것이 좋다. 특별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병원 진료를 받으라거나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너만 힘드냐, 모두 힘들다’는 식의 비난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홍승봉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증이나 자살에 대해 묻기만 해도 자살을 생각한 3명 중 1명은 자살을 포기한다.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평가도구’로 체크 가능 

그렇다면 언제 우울증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평소 하던 일이 갑자기 힘들게 느껴지거나,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거나, 해야 할 집안일을 방치할 때다. 또 손쉽게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김선미 교수는 “우울증의 초기 증상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우선 자가진단 평가 척도인 ‘우울증 평가도구(PHQ-9·표 참고)’로 체크해볼 수 있다. 다양한 우울증 관련 증상이 지난 2주 동안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체크하고 결과를 점수화해 우울증 위험을 판정한다. 5점 이상 나왔을 때는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치료는 대체로 정신요법, 약물요법, 운동요법을 통해 이뤄진다. 정신요법은 한마디로 소통이다. 의사는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대화와 공감만으로도 많이 호전된다. 정신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우울증 환자의 70%는 치료된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자살 가능성은 우울증 발생 후 3개월까지가 가장 높다. 이때 발견해 항우울제로 치료하면 효과가 가장 좋다. 운동요법이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꾸준히 운동하면 약을 먹지 않고도 신체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와 불안을 없앨 수 있고 외로움이나 부정적인 생각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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