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절묘한 선택이 대선 승부 갈랐다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1 10: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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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에서 진보 성향 강했던 2030, 두 후보에 표 균등히 나눠주며 결과적으로 尹 당선 견인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기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피 말리는 초박빙 접전 끝에 3월10일 새벽 제20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개표 결과 초반에는 이 후보가 줄곧 득표율 3~6%포인트 차이로 윤 후보를 앞서나가는 듯했지만, 격차가 점점 좁혀지더니 개표율 50% 시점에 윤 후보가 1위로 올라서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포인트 이상 더 벌어지지 않은 채 윤석열 48.6%, 이재명 47.8%로 득표율 0.8%포인트 차, 득표수 약 25만 표 차이로 윤 후보가 그야말로 신승을 거두었다. 역대 대선 사상 가장 근소한 득표율 차의 승리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여의도로 출발하며 지지자들 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10일 서울 여의도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尹 호남에서 12.9%, 李 TK에서 22.3%…지역 아성 뚫어

25만 표의 역대 최소 표차를 보인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서울과 충청 지역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와 ‘보수의 텃밭’ 영남의 강고한 지지 기반에서 비롯됐다. 서울은 진보진영이 지리멸렬했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역대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50.6%라는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이 후보를 5%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윤 당선인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이 후보에게 각각 5.5%포인트, 1.8%포인트 차이로 패하면서 50만 표를 뒤졌다. 하지만 서울 지역 승리를 통해 수도권에서 잃은 표심을 19만 표로 줄이고, 영·호남에서 20만 표를 만회하면서 충청에서 17만 표 차이로 승기를 잡았다.

보수진영 후보인 윤 당선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역시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포함하는 영남 지역이었다. TK에서 윤 당선인은 73.9% 득표율로 22.3%를 득표한 이 후보에게 5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으며, PK 지역에서도 57.7% 대 38.2%로 이 후보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을 더 얻었다. 이 후보 역시 비록 영남 지역에서 크게 밀렸지만, 역대 대선 사상 TK 지역에서 진보진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TK에서 진보진영 후보로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던 후보는 20.2%를 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PK 지역에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40%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38.4%를 이 후보가 깨지는 못했지만 이에 거의 근접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득표율 30%를 목표했던 호남 지역에서 12.9% 득표율로, 84.6%를 얻은 이 후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보수진영 후보로는 호남에서 대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얻었던 10.5% 득표율 기록을 넘어섰다.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보수진영 어느 후보도 10% 득표율을 넘기지 못했던 호남에서 윤 당선인이 극심한 진영 대립 상황에도 호남 표심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남에서 윤 후보는 250만 표를 잃었지만 영남에서 270만 표를 더해 영·호남을 통틀어 20만 표를 더 얻으면서 수도권에서 잃은 19만 표를 만회할 수 있었다.

 

20대는 李에 2%p, 30대는 尹에 2%p 지지율 더 높아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 지역은 ‘충청의 아들’ 윤 후보에게 이 후보보다 5%포인트 더 많은 50.5% 과반 이상 득표율을 안겨줌으로써 초박빙 선거에서 윤 당선인이 승기를 잡는 데 든든한 원군이 되었다. 하지만 ‘충청의 사위’인 이 후보도 45.4%의 득표율로 2017년 대선에서 40%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충청에서는 윤 당선인이 결국 17만 표를 더 얻으며 대선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강원 지역도 윤 당선인이 54.2% 득표율로 전통적인 보수 지역의 표심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04년 ‘탄핵 총선’ 이후 보수진영 국회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제주에서는 이 후보가 52.7%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42.7%를 얻은 윤 당선인보다 4만 표를 더 얻었다. 이번 대선을 지역별로 보면 윤 당선인은 서울·충청·TK·PK·강원에서, 이 후보는 경기·인천·호남·제주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세대 간 대결 양상도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2030세대가 주목을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표심을 살펴보면 “40대와 50대에서는 이재명”, “2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윤석열”을 더 강하게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다만 30대는 어느 후보를 더 지지하는지 예단하기 어려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번 대선은 20대에서 10%포인트 정도 더 많은 표심을 얻고 있는 윤석열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예상하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 당일 발표한 지상파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는 대선 D-7일 시점에 종합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크게 달랐다. 20대에서 이재명 48%, 윤석열 46%로 이 후보가 오히려 2%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30대를 비롯해 그 외 연령대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는 앞서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와 대체로 유사했다. 결국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0.6%포인트 차(윤석열 48.4%, 이재명 47.8%) 초박빙으로 나온 출구조사와 선거 D-7일 전에 2~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여론조사 격차를 밝힐 수 있는 열쇠가 바로 20대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40대와 50대 연령층에서는 분명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에 60대 이상에서는 윤 당선인 지지가 강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에서는 윤 당선인과 이 후보에게 표를 균등하게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를 보면 20대에서는 이 후보가 2%포인트 앞선 반면, 30대에서는 윤 당선인이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보면 20대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좀 더 높았더라면 더 여유 있게 승리할 수 있었겠지만, 2030세대의 선택은 절묘했다. 윤 당선인은 2030세대로부터 기대했던 만큼 득표율을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윤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은 2030세대다. 역대 대선을 되돌아보면 2030세대가 늘 진보진영에 표를 몰아줬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에 고르게 표를 던짐으로써 초박빙 승부에서 윤 당선인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세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상황이 바뀌면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나타난 2030세대 표심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엇갈린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 2030세대의 남성은 윤 당선인을, 여성은 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58%가 윤 당선인을 지지한 반면 여성의 58%는 이 후보를 선택했다.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달라지는 양상은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대 남성은 윤 당선인 지지가 53%인 데 비해, 여성의 50%는 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후보별 지지가 정반대로 나뉜 것은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선거에 전략적으로 이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만세를 부르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윤-안 단일화 효과, 특정 후보 유불리 단정키 어려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도 초박빙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였다. 단일화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단순 비교함으로써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후보 단일화가 윤석열과 이재명 두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을 총결집시키는 데 도화선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과정에서 조사한 정권교체 표심은 48.7%로 윤 후보의 득표율(48.6%)과 거의 일치했다. 정권교체 표심을 총집결시켰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론 진보진영의 지지자들을 이재명 후보 쪽으로 총결집시키는 효과도 나타났다. 2030세대 여성층과 부동층에 머물러 있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이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가 어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20대 대선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 간 대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영남과 호남의 지역적 편향의 표심이 10년 전이나 20년 전과 비교해도 그 모습 그대로다. 그나마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서 윤 당선인이 호남에서, 그리고 진보진영 후보로서 이 후보가 TK에서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건 의미 있는 결과다. 그동안 지역 갈등보다 더 심각했던 세대별 갈등 구조는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2030세대가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떠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해 ‘젠더 갈등’과 같은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비호감 대결’로 점철된 선거 과정에서 진영이 갈리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지만, 과반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윤 당선인과 이 후보 모두 선거운동 마지막 날 국민통합을 외쳤듯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상생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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