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 사태’ 주인공 빌 황 체포…최고 20년형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4.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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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100억 달러 손실…‘미국판 라임사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케고스 캐피털 설립자 빌 황이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케고스 캐피털 설립자 빌 황이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100억 달러(약 12조6000억원)가량의 손실을 안긴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미국 연방 검찰에 체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남부지검이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황씨와 패트릭 핼리건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체포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황씨는 공갈, 시장조작, 사기 등 11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의 기소는 지난해 3월 월가를 흔든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때문이다. 아케고스 캐피털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63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주가 급락으로 인해 추가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케고스는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들 중 골드만삭스 등은 발 빠르게 담보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해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다른 금융회사들은 블록딜의 여파로 주가가 더 내려가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해당 사태로 발생한 국제 금융회사들의 손실액은 1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손실이 컸던 크레디트 스위트의 경우 손실 규모가 55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9억11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일본 노무라증권은 28억5000만 달러(약 3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발표됐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황씨 등이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차입했고, 이를 자신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주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한때 1000%에 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아케고스의 차입 과정을 설명한 뒤 “일반적인 사업이라든지, 복잡한 투자기법으로 볼 수 없다”며 “이건 사기”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황씨 등은 최대 2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황씨는 이날 법원에서 검찰의 기소는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황씨의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의뢰인은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의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황씨에게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 보증금으로는 1억 달러(약 1260억원)의 거액이 책정됐다. 황씨는 보석 보험증권 구입을 위해 500만 달러(약 63억원)의 현금을 지불하고, 뉴저지의 자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맡겼다. 또 황씨는 검찰에 여권을 분실한 상태라면서 배우자의 여권을 제출했으며, 뉴욕·뉴저지·코네티컷 등 미국 동부 3개 주를 벗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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