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일 건 식비밖에 없는데”…밥상물가 부담 더 커진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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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 물가 상승률 4.2%…당분간 높은 물가상승세 지속”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식품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식품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이전에는 식구들 다같이 외식해도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요즘은 나가서 먹으면 '후덜덜' 합니다. 서민살이 힘들지만 집밥 먹으며 이겨내야겠죠?"

"집밥 먹으면 경제적이고 식비도 줄어들 것 같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그렇지도 않네요. 줄일건 식비밖에 없는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먹거리 물가 상승에 외식을 줄이고 집밥으로 버티겠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공감하며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고기를 싸게 살 수 있는 상점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크게 오른 밥상 물가가 한동안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먹으며 이겨내겠다는 '집밥족'이 늘고 있지만, 식비 자체에 대한 부담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물가 상승세는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물가는 석유류, 외식 등이 올라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8% 상승했다. 분기별로 볼 때 상승 폭은 2011년 4분기 4.0% 오른 이후 최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류(22.5%)와 가공식품(5.3%)이 오름세를 보였고, 외식(6.1%)과 개인서비스(2.9%)도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모든 지역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식비 부담이 커지자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 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식품 소비가 증가했다는 가구는 전체 응답자(3318명)의 37.9%, 수도권 기준으로는 47.9%를 차지했다. 식품 소비 지출액 변화의 이유로는 59%가 '물가 변화'를 꼽았다. 지난해에 비해 체감 장바구니 물가 수준이 상승했다는 비율은 81.6%에 이르렀다. 또 전체의 35.8%는 향후 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4월 서울 지역 냉면값은 전달보다 2.3% 오른 1만 192원을 기록,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장면 가격은 5.1% 올라 서울을 기준으로 6000원을 넘었고, 비빔밥(1.6%)과 김밥(2.7%)도 전달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거리의 음식점들. ⓒ연합뉴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4월 서울 지역 냉면값은 전달보다 2.3% 오른 1만192원을 기록,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장면 가격은 5.1% 올라 서울을 기준으로 6000원을 넘었고, 비빔밥(1.6%)과 김밥(2.7%)도 전달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거리의 음식점들. ⓒ연합뉴스

밥상 물가 상승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4.2%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1.7%에서 대폭 상향 조정한 수치다. 지난 연말 정부(2.2%), OECD(2.1%)와 올해 2월 한국은행의 전망치(3.1%)는 물론 지난달 IMF의 전망치(4.0%)보다도 높다.

KDI는 "경기 회복과 함께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며 경제 전반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민간소비가 반등함에 따라 당분간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올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국제 곡물 수급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다.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위성 사진과 지리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이로스는 올해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이 작년보다 최소 35%(120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수확한 곡물의 수출이 전쟁으로 막힌 데 이어 올해는 파종과 수확부터 차질을 빚게 되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 여진이 국제 곡물 시장에 몇 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분은 앞으로 국내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얼마나, 언제까지 영향을 줄지는 기후 위기와 공급망 문제 등 다른 요인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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