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앞으로! 직진하는 브랜드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2 13:00
  • 호수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아마존 선언’ 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나이키
이커머스 기반으로 고객과 직거래하는 D2C 마케팅 주목

2019년 11월은 나이키의 지속 성장에 중대한 전환점이 된 시기다. 나이키의 신임 CEO 존 도나호는 아마존에서 모든 나이키 상품을 철수하는 ‘탈(脫)아마존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나이키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아마존 의존도가 온라인 매출의 50% 이상이었다. 다른 인터넷 소매 채널까지 합치면 유통 채널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80%가 넘어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했다. 그 일환이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존 도나호 CEO는 자체 웹사이트, 모바일,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비자 직거래 전략을 세우며 “앞으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우려와 의구심에도 나이키의 직거래 전략은 성공했다. ‘탈아마존 선언’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가 전년 대비 84% 급증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freepik
ⓒfreepik

아마존·쿠팡 안 거치고 독자적인 온라인 판매

올리브영은 2017년 온라인 자사몰 출시 이후 4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온·오프라인 간 고객 경험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동일한 상품과 가격으로 판매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정보 격차를 없애는 체계 및 협업으로 매년 연평균 거래액이 약 60%씩 급성장했다. 올리브영은 ‘오늘드림’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자사몰의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이커머스 기반으로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형태를 D2C(Direct to Customer)라고 한다. 아마존, 쿠팡 같은 대형 유통 플랫폼이나 온라인 소매 채널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보통 자사몰 형태로 온라인 판매 채널을 만들어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관계 채널을 구축해 나가는 전략이다. 제품, 브랜딩, 온라인 스토어, 판매, 배송 및 사후관리까지 제3자 개입이 없어 브랜드와 고객 간 온전한 의사소통과 ‘찐’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성장은 훨씬 커졌다. 온라인 쇼핑 고객은 급격히 늘었고, 지출 구성도 필수품에서 일반 소비재로 다양해져 오프라인에서 어려움을 겪던 일부 브랜드는 어느 정도 온라인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 대신 제품 생산부터 배송까지 균일한 품질과 매끄러운 서비스 역량이 브랜드에 요구됐다. 온라인 쇼핑과 배송까지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보장할 수 있어야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객과 직접 거래하며 채널을 간소화하면 커뮤니케이션 역시 간편해지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과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고객 피드백이 제3자를 거치지 않는 만큼 고객 경험 개선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고객 목소리에 대응해 사용성 개선이나 빠른 불만 대응 등 민첩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또 유통 경로가 간소화된 만큼 비효율적인 유통 비용을 줄여 브랜드의 ROI(투자수익률)를 높일 수 있다. 

D2C 브랜드는 독자적인 자사몰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고,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이 용이하다. 브랜드 공급 과정에서 통제력이 높아져 전체 온라인 쇼핑 경험을 매끄럽게 제어해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면서 재구매나 상향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 모든 활동의 근간은 고객 데이터다. 무엇보다 기업이 D2C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고객 행동 데이터의 확보 때문이다. 지금은 고객의 데이터가 브랜드 성패를 가르는 데이터 경제 시대다. 제3자를 통한 데이터 확보보다 자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접 확보한 고객 행동 데이터의 가치는 그야말로 놀라운 자산이 된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는 고객의 요구 사항, 선호도부터 행동 경향, 트렌드, 숨겨진 의도까지 나타낼 수 있다. 

브랜드는 이런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을 식별하고,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내고 맞춤 제안을 할 수 있다. 거기에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춰 고객이 전체 구매 여정에서 브랜드를 특별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고객과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개선할 수 있어 새로운 고객 창출도 가능하다.

고객은 브랜드 콘텐츠를 한눈에 파악하고 구매 전 상담과 사후관리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원활하게 지원받으며, 구매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D2C 전략을 구사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2017년 7월 오픈한 KGC인삼공사의 정관장몰은 지난해 회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며 온라인 매출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정관장몰은 ‘건강’이라는 전문 콘셉트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세대별로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프로모션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였다. 

 

2030 공략한 뒤 입소문 타는 전략 효과

대형 브랜드만 D2C 전략을 활용하는 건 아니다. 미니 안마기 ‘클럭’을 선보인 데일리앤코는 D2C 전략을 펼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8년 출시 이후, 올해 3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달성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2030세대를 처음 공략한 후 제품의 효과와 입소문에 힘입어 브랜드 콘셉트를 확장해 계속 고객층을 확대해 나갔다. D2C로 성공한 브랜드 스토리는 다른 브랜드들의 D2C 전략을 유발하기 마련이지만, 기업의 자원과 형편을 먼저 살피고 정해야 한다.  

무작정 고객 앞으로 직진했다가는 돈만 쓰고 제대로 된 데이터는 얻기 어렵다. D2C 전략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단순히 쇼핑과 거래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품 품질은 기본이고, 고객이 먼저 찾고 머무를 수 있게 할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더 쉬운 안내, 알짜 정보,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놀 수 있고, 브랜드는 물론 고객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한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강력한 유통 플랫폼 없이도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고객을 연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잊지 말자.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