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어려워도 아이들 공부시켜야”…교육 강조했지만 예산은 깎는다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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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등 예산 삭감해 대학 지원 늘리는 교부금 개편 예고
교육계 거센 반발…“발상 이해할 수 없다” 정부 규탄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7월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과 예산 집행 방향을 두고 교육계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교육 지원은 제대로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유·초·중등 분야에 투입하던 재원을 빼내 대학 등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늘 첫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다’는 질문에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아닌가. 제일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 긴축은 불가피하다(는 것)“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긴축을 해서 그 돈을, 경제위기에 더 어려운 분들에게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며 ”아무리 집안이 어려워도 아이들 공부시키고 해야 하듯 국가의 성장동력에 대해서는 또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향하는 ‘교육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나온다. 특히 전날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한다면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유·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금 제외)로 조성된다. 이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에 사용된다. 하지만 나라 살림 규모는 커지는데 학령인구가 계속 줄면서 유·초·중등교육에 사용되는 재원에 비해 고등·평생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가 고안해 낸 방안은 교육세를 떼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넣어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세 전입금은 매년 5조원 안팎 규모로 조성된다. 2022년 본예산 기준 교육세 전입금은 5조3000억원가량인데 유특회계 전출금 1조7000억원을 제외하면 3조6000억원이 남는다.

기존 학자금 지원과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외에 타 부처 인재양성사업 예산(4000억원)을 이관받고 일반회계 전입금(1조∼1조9000억원)에 교육세(3조6000억원)를 합한다고 가정하면 고등·평생교육 예산은 기존보다 최대 48%가량 늘어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영 가리지 않고 강력 반발 나선 교육계

정부의 교육 재정 운용 방향을 확인한 교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재정당국이 시·도교육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지방 유·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기침체로 내년 세수 축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오히려 교부금을 덜어낸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미래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논평에서 교부금 개편은 “열악한 환경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유·초·중등 교육예산 줄이기에 골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요하지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축소할 게 아니라 여전히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해 코로나19 이후 학생 회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교육비 지출 단위는 ‘학급’을 중심으로 풀어가야 수도권의 과밀학급 문제와 지방의 학교 통폐합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논평을 내 교부금 쪼개기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되 그만큼 교부율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후자를 무시했다”며 "동생과 형을 싸움 붙이는 나쁜 정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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