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방울그룹, 검찰 출신만 10명 근무했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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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쌍방울그룹 임원 현황 전수조사 결과
전직 검사 7명·부장판사 2명·치안감 1명 등 사외이사 이름 올려
쌍방울그룹 측 “불법성 차단 위해 검찰 출신 영입”

쌍방울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검사 출신 변호사를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기업 비리나 금융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구속했던 검사 역시 쌍방울그룹 임원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시사저널 2022년 8월16일자 ‘[단독] 김성태 구속한 검사,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재직중’ 기사 참조). 쌍방울그룹이 전직 검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이유는 수사 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출국한 김 전 회장의 과거 전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이 2020~2022년 쌍방울그룹 임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7명의 검사 출신 변호사가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재직중이다. 쌍방울그룹에 몸담고 있는 전직 검찰 수사관 3명까지 합하면 무려 10명에 달하는 전직 검찰 관계자들이 한 기업에 모여 있던 것이다. 전직 부장판사 2명과 치안감 1명도 있다. 쌍방울그룹에는 경찰 출신도 있는데, 이들을 합하면 최소 10~14명에 달하는 사법기관 출신들이 쌍방울그룹에 근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초 사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4명을 포함한 것이다.

2020~2022년 쌍방울그룹에 재직한 전직 검사 및 전관 현황 ⓒ금융감독원·로앤비 참조
2020~2022년 쌍방울그룹에 재직한 전직 검사 및 전관 현황 ⓒ금융감독원·로앤비 참조

 

특수통으로 이름 날린 검사들 대거 포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쌍방울의 주요 계열사 6곳(광림·디모아·비비안·쌍방울·이오케이컴퍼니·SBW생명과학)에 한 명 꼴로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령 전 대검 공안과장(아이오케이퍼니), 오현철 전 남부지검 2차장검사(광림),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SBW생명과학), 김영현 전 부장검사(비비안) 등이 현재 쌍방울그룹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쌍방울 수사기밀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법무법인 M(엠)의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태형 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비비안)와 이남석 전 대검 중수부 검사(쌍방울), 김인숙 전 대전지검 검사(디모아), 임동규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비비안)는 사외이사로 근무하다 2021~2022년 모두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 이외 강인철 전 전북경찰청장(아이오케이컴퍼니)과 안호봉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디모아)는 현재 쌍방울그룹 임원의 근무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1800억원에 불과한 쌍방울그룹에 전직 검사와 전관들이 이처럼 많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10대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계열사 다 포함해 검사 출신 사외이사는 2~3명에 불과하다. 쌍방울처럼 각 계열사에 특정 기관 출신들을 앉히진 않는다”면서 “특히나 몸값 비싼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저렇게까지 많이 영입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쌍방울그룹이 오래 전부터 검찰을 관리했다는 이야기는 법조계에서 파다했다. 특히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출국한 김성태 전 회장은 전직 검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검찰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쌍방울그룹에 몸담고 있는 사법기관(법원·경찰·검찰) 출신 임원 중 전직 검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심지어 검찰 수사관보다 많다. 쌍방울과 검찰의 유착 고리의 핵심이 ‘검찰 수사관이 아닌 전직 검사’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로 영입된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기업수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금융·특수통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2월 퇴직해 쌍방울 계열사 광림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오현철 전 차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장과 수원지검 특수부 부부장검사를 지냈다. 송찬엽 전 검사장을 비롯해 이건령·이남석 전 검사 역시 대검 중수부와 특수부에 근무해 기업 수사에 잔뼈가 굵다. 과거 김성태 전 회장을 구속했던 김영현 전 부장검사는 대검 중수부와 금융감독원에 파견 근무한 금융·특수통 출신이다. 이태형 전 차장검사는 서울지검 특수부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한 이력이 있다.

쌍방울그룹에 금융·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모여 있는 배경에는 과거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성태 전 회장의 전력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쌍방울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검찰이다. 2013년 그는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검사들에게 쫓기는 신세였다”며 “당시 김 전 회장 동생이 모든 걸 뒤집어쓰고 구속됐는데, 검사들이 김 전 회장의 은닉자금을 찾으면서 결국 자수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전후로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 관계자들과 인맥을 넓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는 그의 사업 방식과 무관치 않다. 법조계와 자본시장에서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쌍방울그룹의 몸집을 키운 김성태 전 회장을 빗대어 ‘언제나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고 있는 신세’라고 지적했다. 무자본 인수합병이 불법은 아니지만, 필연적으로 주가조작과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쌍방울그룹은 지난 4월 쌍용차 인수를 선언해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김성태 전 회장의 고향인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검찰 인맥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그는 주로 전북 출신 검사 및 수사관들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그는 검사로 재직했던 전북 출신 한 변호사를 통해 검찰 인맥을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인물 관계도는 이번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 사건에도 일부 나타난다. 쌍방울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수사관 출신 쌍방울 B임원은 김 전 회장과 같은 전북 출신이다. 때문에 검찰 역시 이번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한 혐의자들이 동향으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과 근무 인연이 다양하게 얽혀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북 출신 전직 검사들이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몸담고 있는 것도 김 전 회장의 지연(地緣) 관계가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송찬엽 전 검사장(SBW생명과학)과 이건령 전 공안과장(아이오케이컴퍼니)은 모두 전북 출신으로 김 전 회장과 동향이다. 특히 송 전 검사장은 2020~2021년 쌍방울그룹에 영입된 전직 검사들과 달리 2017년부터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올해 초 사임한 김인숙 전 검사와 현재 쌍방울그룹에 재직하고 있는 강인철 전 경찰청장 역시 전북 출신이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동향 출신 많아 주목

김성태 전 회장의 사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재 쌍방울그룹 수사 관련해 주가조작(시세조종)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사업방식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며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쌍방울그룹에 이처럼 많은 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수사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게 아니면 금융·특수부 출신 검사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영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쌍방울그룹 측은 ‘불법성을 차단하기 위해’ 검사 출신들을 영입했다고 해명한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전 회장이 엄청나게 수사를 많이 받았다. 이 때문에 문제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사기적 부정거래와 공시위반 문제에 대단히 예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금융·특수부 출신 검사일수록 이런 걸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영입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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