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번방’ 주범, 여성으로 가장해 10대 성 착취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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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방 조작 후 피해자에게 “신상 유포 글 봤다” 메시지 보내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시민들이 ‘n번방’ 관계자들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시민들이 ‘n번방’ 관계자들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제2의 n번방’ 사건 주범으로 지목되는 ‘엘’(가칭)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최은아’라는 가명을 사용해 여자로 행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가짜 박제방’이 있는 것처럼 대화 내용을 조작하기도 했다.

31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10대 미성년자 A양은 지난 5월 자신을 ‘최은아’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사진을 유포하고 신상을 ‘박제(특정인의 신상정보나 성착취물을 공개한 뒤 지우지 않고 남겨둔다는 온라인 은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급히 알려드려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해당 문자는 A양이 SNS에 재미 삼아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올린 뒤 날아왔다.

당시 A양은 영문도 모르는 채 ‘신상이 유포됐다’는 말에 지레 겁먹고 “유포하지 말아 달라”며 애원했다. 이에 상대는 “도와주기 위해 연락한 것이다. 내가 영상을 왜 유포하냐”며 안심시켰다.

상대를 신뢰하게 된 A양은 박제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묻자, 그는 대화 캡처본 사진을 보냈다. 여기엔 대화방 참여자 3명이 A양 실명을 거론하며 ‘신상도 같이 박제할 거임?’, ‘박제하려고 하는데 애들 좀 모아줄래?’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최은아란 인물이 엘 본인이고, 해당 캡처본은 그가 조작한 대화방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경찰 모니터링 결과, 해당 시점에 A양 신상정보 등이 유출된 정황도 없었다. 엘이 A양을 안심시키기 위해 여성으로 위장해 접근한 뒤 ‘가짜 박제방’을 만들어 속였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A양은 “범인을 잡으려면 멈추지 말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영상을 계속 보내 안심시켜야 한다”는 그의 안내에 따라 성착취물을 스스로 촬영해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은 성착취물을 해킹해 모두 지워주겠다며 계속해 A양을 속였다.

‘제2의 n번방’ 주범으로 추정되는 엘이 ‘최은아’라는 가명으로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텔레그램 캡처본
‘제2의 n번방’ 주범으로 추정되는 엘이 ‘최은아’라는 가명으로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텔레그램 캡처본

한편,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착취 범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엘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적 중이다. 특히 해당 피해자 중 6명이 모두 미성년자이며, 이중 초등학생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번방을 추적했던 단체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활동가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 6명은 아동·청소년으로 1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피해자도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엘에 대해 “공권력의 수사라든지, 본인을 감시(추적)하고 있는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든지 이런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며 “엘이 주기적으로 닉네임과 아이디를 세탁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문형욱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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