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커머셜 대표 잇단 사임…무거워진 정태영의 어깨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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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절반 남기고 한 달 새 경영진 연쇄 이탈
실적 하락 속 위기 타개할 리더십 보여줄까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 ⓒ연합뉴스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 ⓒ연합뉴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잇따라 사임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임기를 절반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각자대표가 연이어 이탈하면서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업계에서는 실적 하락세 국면에서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캐피탈 경영에 손을 떼기로 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정 부회장은 신사업과 미래전략 수립에 전념하기로 했다.

하지만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지 1년 반 만에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가 연쇄 자진 사임을 선언했다. 시작은 지난달 이병휘 현대커머셜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임기(2024년 3월)를 1년 반 가량 남긴 시점이었다.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한 이 전 대표는 17년 동안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 몸담은 인물이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9일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그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비서와의 갈등으로 인한 사임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현대카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JP모건, GE머니 등 미국에서 10년 이상 능력을 키운 김 전 대표는 2011년부터 현대캐피탈에서 근무했다. 2017년에는 현대카드로 옮겼고 지난해 3월부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김 대표는 1972년생의 카드업계 최연소 CEO로, 젊은 나이와 현대차그룹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각자대표의 연쇄 이탈에 정 부회장의 고심도 깊은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하루가 귀중하고 힘들지.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지나가면 웬일인가 싶고, 무슨 일이 있으면 오늘은 왜 이리 험한가 싶고”라는 글을 올렸다. 경영진 이탈에 따른 복잡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페이’ 도입 등으로 실적 반전을 꾀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들의 연쇄 사임은 정 부회장에게는 더욱 뼈아픈 일이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14.6% 감소하면서 1557억원에 그쳤다. 롯데카드(1772억원)보다 낮은 순이익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9년 만에 업계 4위로 떨어졌다. 한때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현대카드가 지금은 정체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올 연말 애플과 함께 ‘애플페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수수료 협상은 물론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 단말기 보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지 1년6개월 만에 정 부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애플페이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하는 등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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