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데이터 분석 통해 현실의 문제 해결”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5 11: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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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와 현실 잇는 고리 발견한 《게임의 사회학》

“게임 사용자들은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속 가상세계 안에서도 생산이나 소비, 물물교환, 경매 등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가상세계 속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친구 관계를 맺거나 공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주고받았다. 심지어 현실세계와 유사한 범죄행위들이 생기기도 했고, 개중에는 마치 마피아와 비슷한 범죄조직을 결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다를 뿐 그들이 하는 행태는 현실과 비슷했다.”

엔씨소프트에서 데이터 분석 및 엔지니어링 조직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은조 박사는 그런 이유로 《게임의 사회학》을 펴냈다. 이 박사는 현실과 유사한 인터넷 게임을 분석하면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게임 사용자들의 행동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회과학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임의 사회학│이은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24쪽│1만6500원
게임의 사회학│이은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24쪽│1만6500원

게임 속 캐릭터 행태, 현실세계와 비슷

“가상세계는 디지털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일어나는 사건은 모두 게임 서버를 통해 기록되고 저장된다. 이런 자료를 ‘로그 데이터(log data)’라고 부르는데, 이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는 분석하기 힘든 사건이나 현상도 로그 데이터를 이용하면 더욱 세밀하게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 박사는 게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심리와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분석과 연구가 거듭되면서 종말, 팬데믹, 인센티브, 페널티, 회사와 개인의 성장, 조직의 흥망성쇠 등 사회과학의 주제에 천착했다. 리니지, WoW, 파이널 판타지, LOL 등 게임의 로그 데이터가 흥미진진한 지식과 통찰로 거듭난 것이다. 예컨대 17년 전 WoW의 가상세계에서 터진 ‘오염된 피’ 사건(설정 오류로 인해 캐릭터 대부분이 감염되어 죽은 일)과 코로나19 사태는 가상세계 속 캐릭터의 행태가 현실세계 속 인류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박사는 게임과 현실 모두에 밀접하게 연관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도 분석했다. 사기를 쳐서 값비싼 아이템을 가로채고, 아이템 증여를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가상세계 범죄도 기승을 부린다. 이 박사는 가상세계 범죄를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가상현실을 통해 누군가를 칼로 찌르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현실과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듯하다면 이것을 단지 가상세계의 행동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쉽게 치부할 수 있을까? 혹은 육체적인 피해는 없지만 감각적으로 현실과 비슷한 정도의 고통이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가상세계라면 우리는 그 속에서의 범죄행위를 현실과 다르게 취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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