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 실패가 던지는 교훈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1 10:05
  • 호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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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경영진 1·2심 무죄 났으나 2년 전 이미 폐업
갈등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싸움만 벌여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경영진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은 끝났지만 ‘타다’는 이미 2년 전에 문을 닫았다. 요즘의 ‘택시 대란’을 지켜보면서 타다를 문 닫게 만든 국회나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타다와 같이 택시 서비스를 대체·보완하는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도입을 진작에 허용했다면 최소한 택시 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8년 10월 출시된 렌터카 기반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는 당시 차별화된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등장한 지 1년 반 만에 회원 170만 명, 차량 1500대를 확보하며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타다가 불법이라며 이재웅 당시 소카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타다’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이동 서비스다.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타다’를 말 그대로 앱을 기반으로 한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로 봤다.

사진은 2020년 타다 금지법의 여파로 매각 예정인 차량들. 최근 계속된 택시 대란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문 닫게 만든 국회나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규제에 막혀 빛 보지 못한 승차 공유 서비스

경영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민주당은 아예 새로 법을 만들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종류에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을 신설해 기존 택시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1심에서 ‘합법’ 판결을 받았던 만큼 렌터카 방식의 서비스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은 후 ‘택시 총량제’를 따르도록 했다. ‘타다 금지법’은 타다의 운행 근거로 활용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나 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엄격히 제한하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타다의 유지를 위해서는 운행 방식을 변경하거나 차량 1500대에 대한 기여금을 내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법 통과 직후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타다는 바로 문을 닫았다. 이후 기여금 부담과 총량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해 관련 사업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타다가 사라진 후 시장에는 택시만 남게 됐다. 마침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줄어든 택시기사들이 배달업 등 벌이가 나은 다른 일자리로 대거 이동했고, 기사 부족으로 인한 택시 대란이 일어났다. 아쉽다는 지적이 쏟아질 만한 상황이 됐다.

25만 대에 이르는 전국의 택시 숫자를 생각하면 불과 1500대 수준인 타다가 있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은 사례로 비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국회의 입법은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검찰의 기소는 워낙 무리였다. 업체가 사업 준비를 위해 국토교통부나 서울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관도 불법이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법이었다면 처음부터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고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타다의 혁신성을 누구나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렌터카에 기사를 채용하는 꼼수로 그냥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출현한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 또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변화 과정에는 언제나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환기에 새로 등장해 변화가 필요한 기업과, 기존 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해 오다가 변화의 시련을 맞아야 하는 기존 업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건 자연스럽고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고 갈등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다.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조정하는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산업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적 합의가 오로지 이해 당사자 간 타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와 조정 범위가 관계자의 이해만을 조율하는 것으로 축소되면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 이해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소비자,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비용과 편익도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타다는 디지털 플랫폼 도입으로 기존 사업자와 디지털 플랫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한 경우다. 이 역시 갈등을 조정하려면 전체 소비자의 편익과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 IT 기술이 발달할수록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은 재화나 용역의 공급자와 수요자 등 다양한 이용자 집단 간에 이뤄지는 온라인 거래를 중개하면서 당사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거래에 안전장치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부여한다. 플랫폼의 강점은 흔히 ‘온 디맨드 서비스(on demand service)’라고 부르지만,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혁신을 이유로 플랫폼의 책임을 무시할 수는 없다.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아 반드시 패배시켜야 하는 전쟁은 아니라는 말이다. 갈등이 비용을 낳고 누군가는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경우, 오로지 어느 한 곳에서만 모든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갈등 조정이 불가능하다. 혁신과 상생을 함께 담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혁신이 제도화되는 과정은 언제나 그 수혜자가 늘어날수록 빨라진다. 혜택은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것이 좋다.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승차 고유 서비스 플랫폼인 우버는 2013년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1년 반 만에 철수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호주, 프랑스,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도입한 우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콜택시로 규정해 영업을 중단시켰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택시 업계의 노력도 현재 규제에 막혀 있다. 운전기사들의 소득 보전을 위한 택시를 이용한 소형화물 운송 서비스는 화물 업계의 반발로 좌절됐다.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려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 정치에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 뒤늦게 정부는 심야 택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풀고 요금을 올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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