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부동산] 지금 우리에겐 공공주택이 필요하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3 12: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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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화된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영향은 제한적
시장과 가격의 변화만 쫓아다니지 말아야

2017년 이후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스무 번 넘게 발표됐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택 가격은 이에 아랑곳없이 상승했다. 그렇다면 정책이 집값 폭등의 원인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주택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킨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과연 인과관계도 존재했을까.

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면 안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외투와 붕어빵이 잘 팔린다. 기온 하락과 외투, 붕어빵은 모두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다르다. 날씨가 추워져서 외투와 붕어빵이 잘 팔리는 것이지 외투가 잘 팔려서 붕어빵 가게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집값 하락기에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상승기에 시장이나 가격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시위ⓒ연합뉴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혼동하지 말아야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많은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가격 상승은 지속됐다. 그렇다고 해서 정책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는 이야기는 외투가 잘 팔려서 붕어빵도 잘 팔렸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됐던 시기에는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주택 대출이 확대됐다. 심지어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면서 적극적인 부동산 가격 부양책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은 상당 기간 안정됐다. 그렇다면 집값이 안정된 이유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 때문이었을까.

결국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큰 흐름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심지어 그동안 시장 변화를 살펴보면 오히려 정책과는 반대로 돌아가는 시장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정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 변화를 일으키는 데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투자화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화돼 있는 시장에서 참여자들은 ‘되먹임 현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한다. 되먹임 현상이란 초기 변화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주고, 결과가 다시 원인이 돼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투자시장에서는 과거나 현재에 얻는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의도된 행동을 유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매물을 늘리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해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매물이 감소할 수 있다.

정치 과정에서의 제약도 존재한다. 정책이 검토되는 과정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따라서 실제로 도입되는 정책은 여론 향방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집단들이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정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료조직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정책을 수행하는 관료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챙기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다.

투자화된 부동산 시장에서 참여자들의 되먹임 현상에 따른 의사결정, 정치적 과정의 제약 그리고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가 한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과 가격의 변화를 쫓아다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시장 안정과 주거 복지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 즉 가격은 정책을 통해 움직일 수 없다. 오르는 가격을 내리게 할 수 없고, 내리는 가격을 다시 오르게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 가격의 흐름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상승과 하락 폭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상승 폭을 낮게 만들고, 가격이 떨어지면 하락 폭을 제한하는 정책은 충분히 만들 수 있고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거 복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집값 변동이 커질수록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계층은 서민이다. 따라서 서민을 위한 주거 복지는 시장 상황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격 변동폭을 줄이고 서민 주거 복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은 공공주택 확대다. 공공주택 공급이 많아지면 유통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하락 폭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공공주택 비중이 증가할수록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주택이 증가하면 집에 투자하는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한국 공공임대주택 제고는 170만 호다.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다. 최근 그 비율이 상승했으나 한국 부동산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의 질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크다. 2019년 공공임대주택 중 60㎡ 이하 주택은 72.4%에 이른다. 공공주택은 소형 임대주택이 대부분이어서 일반분양 아파트와 외관상에서도 차이가 난다. 저소득층 주거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돼 지역사회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양과 함께 질 좋은 공공주택 공급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공공주택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최근 정부 정책은 반갑다. 정부는 공공분양 50만 호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주거 선택을 제공하고 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집값 하락기에 공공주택 공급은 더욱 절실한 정책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충분한 공공주택이 공급되면 향후 상승기가 오더라도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과 함께 질도 좋은 공공주택 늘려야

공동체가 제공하는 주택, 운송, 교육, 보건의 수준이 낮으면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평범한 것이 평균적인 삶의 요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할 때 사람들은 더욱더 많은 자산, 높은 지위에 대한 욕망을 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사회와 공동체가 높은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때 개인적 욕구와 차별 의식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일례로 스위스 취리히에 도입된 전차 네트워크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취리히의 전차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정확하다. 그곳에 비하면 뉴욕에서는 공공운송 수단의 질이 낮다. 공공운송 수단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수록 사람들은 고급 차에 매달리게 된다.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유지하고 인간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한다면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을 것이다.

질 좋은 공공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면 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줄일 수 있다. 자산을 모을 때까지 무리하게 집을 사기보다 좋은 공공주택에 살면서 더욱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과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도록 정치와 정부는 좋은 공공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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