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물 전쟁’ 초읽기…상수원 고갈에 물 배급 그림자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4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반세기 만에 최악 가뭄’ 광주 상수원 전남 화순 이서 동북댐 가보니
동복댐 저수율 30% 깨져, 10년 새 ‘처음’…물 유입량과 공급량 ‘미스 매치’
역대 최소 강수량, 연초부터 극심한 가뭄 예고…당분간 해갈 어려울 듯

‘28.26%’. 인구 143만 광주광역시의 주요 상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의 13일 현재 저수율이다. 2009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동복호(댐) 저수율은 지난 3일, 30%가 무너진 이후 일주일 만에 28%대에 진입했다. 이 댐이 20%대 저수율을 기록한 것은 10년 새 처음이다. 무엇보다 매일 0.2% 가량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어 내년 초 제한급수 마지노선인 한 자릿수 돌파마저 목전에 둔 상황이다. 

호남 대표도시인 광주가 물 전쟁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악의 상수원 고갈이라는 위기를 맞으면서다.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말라가고 있다. 두 댐의 저수율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상태다. 현재 추세라면 광주는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반세기’ 만의 최소 강수량에 직면한 광주시는 강제 제한 급수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의 물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들었지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언제든 ‘물 배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오후,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호의 저수율이 28%대에 그치며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동복댐이 20%대 저수율을 기록한 것은 10년 새 처음이다. 매일 0.2%씩 떨어지고 있어 내년 초 제한급수 마지노선인 한 자릿수 돌파마저 목전에 둔 상황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12일 오후,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호의 저수율이 28%대에 그치며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동복댐이 20%대 저수율을 기록한 것은 10년 새 처음이다. 매일 0.2%씩 떨어지고 있어 내년 초 제한급수 마지노선인 한 자릿수 돌파마저 목전에 둔 상황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50년래 최악 가뭄에 속살 드러낸 동복호…저수율 28%대 진입

12일 오후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댐.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 취수탑 부근은 저수율 30%대가 깨지면서 호수의 바닥 흙이 드러나 있었다. 물이 빠져버려 갈색 속살을 훤히 드러낸 경사면은 마치 등고선을 나타내듯 층층이 검은 띠가 둘려 수심이 얼마나 많이 낮아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취수탑도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었던 부분까지 수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수탑 수위가  만수위와 비교해 10m이상 내려가 있었다. 오랫동안 물이 닿지 않은 메마른 땅 위에는 물에 잠겨있던 고사목들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고, 돌밭 사이 군데군데 풀까지 무성히 자라 풀밭을 이룬 곳도 있었다. 

보통 8~9월에 많은 비가 내린 뒤 이맘때는 저수율이 80~90%의 만수를 이루지만 올해는 가뭄 영향이 큰 탓이다. 저수율을 한 번에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날도 감질나게 흩날리던 가랑비는 채 1시간도 못돼 그쳤다. 

인근 마을 주민 김 아무개(73)씨는 “이런 가뭄은 생전 처음이다”며 “저수율을 한꺼번에 높이기 위해선 비가 확 쏟아져야 할텐데 하늘을 보니 찔끔 비에 그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광주전남에는 간밤(14일)에 2㎝ 가량의 눈이 내렸지만 해갈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다.  

광주·전남의 물 부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1일 기준 동복댐의 저수율은 28.43%, 주암댐의 저수율은 30.29%이다. 동복댐의 저수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광주시상수도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30%가 무너진 이후 일주일 만에 28%대에 진입했다. 동복호의 저수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10년 새 처음이다. 평년 저수율이 79.8%와 비교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하루에 0.2%(18만4000㎥) 정도씩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차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찔끔비로는 저수율 하락 속도를 뚜렷하게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흘러든 빗물보다 광주의 정수장으로 빠져 나간 물이 더 많은 ‘미스매치’가 주요인이다. 광주지역 하루 물 사용량은 50만 톤이다. 광주 동구·북구는 동복댐에서 1일 물 22만 톤을, 서구·남구·광산구는 주암댐에서 1일 물 28만 톤을 각각 공급받았다. 

광주시는 동복댐 저수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가파르자 하루 취수량을 예년 30만 톤에서 24만 톤으로 줄인데 이어 최근에는 16만 톤까지 줄였다. 대신 상대적으로 댐 규모가 큰 주암호 물을 임시로 늘려 정수장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주암댐도 8월 말부터 가뭄대응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가 유지되는 터라 그야말로 임시조치다. 최하열 동복수원지 관리장은 “2009년 이후로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며 “유입량이 있어야 하는데 유입량은 없고, 광주로 내보내는 공급량만 있다 보니까 수위가 많이 낮아진 상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댐.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 취수탑 부근은 저수율 30%대가 깨지면서 호수의 바닥 흙이 드러나 있었다. 취수탑도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었던 부분까지 수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수탑 수위는  만수위와 비교해 10m이상 내려가 있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12일 오후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댐.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 취수탑 부근은 저수율 30%대가 깨지면서 호수의 바닥 흙이 드러나 있었다. 취수탑도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었던 부분까지 수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수탑 수위는 만수위와 비교해 10m이상 내려가 있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동복댐 저수율 제한급수 마지노선 ‘7%’…매일 0.2% 감소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이런 속도라면 내년 2월 저수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복호 저수율의 제한급수 마지노선은 7% 미만이다. 현행 ‘광주광역시 식용수 사고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은 동복댐 저수율이 7% 아래로 내려가면 격일제 제한급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제한 급수가 시행된 것은 1992년이다.  

광주시가 시행한다면 예정일은 내년 3월 1일이라고 제한급수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급해 주목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 사용량이 큰 폭으로 줄지 않으면 내년 3월 1일부터 제한 급수라는 비상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상수원 고갈에 대응해 광주시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격일제 급수로 특정 시간에 급수를 제한하는 방식,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단계별로 적용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 시장은 전했다. 

강 시장이 제한 급수라는 고육책을 꺼내 든 것은 광주·전남이 반세기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유효저수량은 9200만 ㎥인 동복댐의 경우 현재 저수량이 2615만 ㎥이고, 유효저수량이 4억5700톤인 주암댐의 경우 1억 3842㎥에 머물고 있다. 비가 전혀 오지 않을 경우 수돗물 공급이 가능한 날짜는 동복댐 164일, 주암댐 214일에 불과하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동복댐의 경우 유효저수량이 적은데 비우하자면 물그릇이 적어 가뭄 피해가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또 다른 식수원인 주암댐도 가뭄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동복호로부터 17㎞ 정도 떨어진 주암댐도 30.29% 정도의 저수율을 보이며 내년 5월 고갈이 우려된다. 


연강수량 1304㎜ 넘는 전남에 이제까지 829㎜ 내려…평년의 60%

광주·전남은 교과서에 실린 정도로 ‘다우지(多雨地)’이다. 그럼에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강수량 통계로도 반세기 내 최악의 가뭄이다. 가뭄의 기준이 되는 올해 광주·전남 누적 강수량은 ‘역대급’으로 적었다. 광주기상청 ‘2022년 가을철(9~11월)기후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전남 누적 강수량은 829.3㎜에 불과했다. 평년 1304.8㎜의 61.2%밖에 비가 내리지 않은 셈이다.

각종 기상기록 기준으로 삼는 1973년 이후 50년 사이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는 두 번째로 적었다. 역대 1~11월 누적 강수량이 낮았던 시기는 1988년(818.7㎜)이었다. 전남은 여름 남서계절풍이 불 때나 태풍이 지나갈 때 비가 쏟아지는 다우지다. 한국지리 교과서에도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가 대표적인 다우지로 명시돼있는데 올해만 보면 교과서가 틀린 셈이다.

광주의 또 다른 식수원인 주암댐도 가뭄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동복호로부터 17㎞ 정도 떨어진 주암댐도 30.29% 정도의 저수율을 보이며 내년 5월 고갈이 우려된다. 12일 오후 유입원이 바짝 말라버린 전남 승주읍 주암호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의 또 다른 식수원인 주암댐도 가뭄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동복호로부터 17㎞ 정도 떨어진 주암댐도 30.29% 정도의 저수율을 보이며 내년 5월 고갈이 우려된다. 12일 오후 유입원이 바짝 말라버린 전남 승주읍 주암호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의 평년 12월 강수량은 37.1㎜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평년만큼만 비가 내린다고 해도 전남은 올해 매우 이례적으로 연 강수량이 900㎜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전남은 연평균 강수량이 1350㎜ 정도다. 지금까지 비가 가장 적게 온 1988년 833.3㎜, 1995년 843.2㎜, 1994년 892.5㎜, 2017년 921.0㎜였다. 누적 강수 일수도 76.7일로, 평년에 비해 23일이 적었다. 10월 강수일수도 3.9일을 기록, 지난해와 평년 각각 6.0일, 5.6일을 기록한 것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 문제는 향후 3개월간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가뭄 해갈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년과 비슷한 비가 오더라도 이 기간 평년 강수량은 114.9㎜(11월 52.3㎜, 12월 33㎜, 1월 29.6㎜)에 불과하다. 가뭄 전망 역시 향후 3개월간 4단계인 ‘경계 단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수량은 이달과 오는 1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40%, 2월엔 평년 수준(32~49㎜)일 확률이 50%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주의 경우 이르면 30년 만에 제한 급수가 내년 1월께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 시민 상수원 동복댐 저수율은 13일 현재 28.26%다. 최근 절수 실천에 따른 물 생산량 감소율(8.7%)을 적용할 경우 고갈 시기는 애초 3월 말에서 5월 14일께로 다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광주시는 예상했다. 광주 수돗물 생산량은 10월 셋째 주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넷째 주 1%, 11월 첫째 주 2.4%, 둘째 주 2.4%, 셋째 주 5.6%, 넷째 주 6.2%, 이달 첫째 주 8.2%, 둘째 주 8.7% 등 차츰 감소폭이 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유례없는 가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한급수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상황의 급박함을 전했다. 그의 이어진 말이다. “과거 같으면 70% 수준을 보이는 12월 초의 동북댐 저수율이 올해는 20%대까지 내려갔다. 증발량이나 저수지 침투량 등을 반영하면 3월 말로 예상하는 고갈 시점은 더 당겨질 수도 있다. 제한급수 상황까지 가지 않길 바라지만 제한 급수가 필요한 때를 대비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