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참고 견디면 큰일 만든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1:05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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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서너 번 이상 발생하는 ‘편두통’, 예방치료 반드시 필요
심한 고통 동반하는 ‘군발두통’, 산소치료 제도 개선해야

봄이 되면 일조량 변화와 계절적 특성 때문에 뇌혈관 수축과 이완이 잦아 두통이 심해진다. 두통은 인구의 70~80%가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과거에는 그냥 참고 견디는 증상쯤으로 여겼던 두통이지만, 지금은 병원 진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넓어졌다. 실제 병원을 찾는 두통 환자가 연간 100만 명을 넘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두통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20년 87만6084명에서 2022년 112만4089명으로 늘어났다. 남녀 모두 60~69세 구간에서 환자가 가장 많다.

어지간한 두통이라면 대부분 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두통과 함께 열, 구토, 경련, 의식 소실, 눈·귀 주변 통증이 동반될 때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대한두통학회는 매년 1월23일을 ‘두통의 날’로 정했는데, 1주일에 2일 이상 두통이 있으면 3개월이 넘기 전에 전문가에게 진료받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같은 자세 오래 유지해도 편두통 발생

두통은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차성 두통이 가장 흔하다. 일차성 두통은 원인 질환이 없는 두통을 의미하며 여기에 긴장성 두통, 편두통, 군발두통이 해당한다.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 과로·피로, 감정적인 문제로 유발되며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서있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잘 생기며 머리가 조이는 듯한 증상을 보이는데, 한쪽 머리에서만 나타나기도 해서 편두통으로 오인할 수 있다.

긴장성 두통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호전된다. 머리 통증이 시작될 때 수건을 머리에 대거나 묶어 두피 혈관을 압박하는 것이 임시 조치가 될 수 있다. 술과 카페인을 피하고 어두운 방에 누워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좋다. 또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 진통제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근육이완제,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증상을 줄일 수 있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장은 “긴장성 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으로 중등도 이하 압박성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약물 치료로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편두통과 군발두통은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해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한쪽 머리만 아픈 것이 편두통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편두통 환자 대다수는 머리 양쪽에서 통증을 경험한다. 보통 10대에 시작해 수십 년 동안 심장이 쿵쿵 울리듯이 머리가 아프고(박동성 통증), 움직이기만 해도 머리가 흔들리는 증상이 생긴다. 빛이나 소리에 민감해지며 속이 메스꺼운 위장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편두통은 보통 수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면서 점차 강도가 심해진다. 그리고 72시간(3일)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이런 경험을 5번 이상 했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크다.

1년에 2~3차례 생기는 편두통은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고 통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쉬면 대부분 호전된다. 중등도 이상의 편두통에는 의사가 처방한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치료제를 한 달에 10회 이상 사용할 때는 만성 편두통이나 약물 과용 두통과 같은 합병증성 두통으로 변형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나 약사의 복약지도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만일 한 달에 3~4번 이상 발생하는 편두통이라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예방치료가 필요하다. 예방치료는 편두통 발생 빈도와 강도를 줄이고 만성 두통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예방치료에는 다양한 약물(항우울제·항뇌전증약·베타차단제·칼슘통로차단제 등)을 사용하는데 수개월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홍균 대한두통학회 국제이사(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을 없애버리겠다거나 뿌리 뽑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 일단 50% 정도로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하다 보면 언젠가부터 머리가 맑은 날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치료 외에 편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기상·식사·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또 카페인 섭취나 강한 시각 자극 등 뇌의 과활성을 유발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편두통 유발 인자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상황을 피한다면 편두통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송태진 대한두통학회 정보이사(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 달에 두통이 4번 이상 발생하거나 한 달에 8일 이상 두통이 있는 경우 예방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만성이 돼버린 편두통은 보톡스로도 치료한다. 보톡스는 흔히 주름 개선용으로 알려졌으나, 편두통을 유발하는 근육 및 신경 부위의 통증전달물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박홍균 이사는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목 통증이 9%, 눈꺼풀이 처지거나 눈썹이 비뚤어지는 경우가 4% 정도 있다. 첫 3개월 동안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50% 정도 된다. 첫 번째에 이만큼 도달하지 못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치료하다 보면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10%씩 더 생긴다. 최소한 두세 번 맞아보고 치료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독 편두통을 많이 앓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편두통성 뇌를 타고 난 사람이 인구의 10~15% 정도 된다. 편두통성 뇌는 환경과 신체 변화에 민감한 뇌라는 의미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해도 날씨·계절·기온·습도 등의 변화에 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또 불빛·소리·냄새·스트레스·식사·수면이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불규칙할 때 뇌가 빠르게 감지한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생존 반응이다. 그러나 모든 신호를 놓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뇌 활동이 과해져 두통이 발생한다.

 

군발두통, 눈물·콧물·결막충혈 동반

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경우는 사실 질병이라기보다는 생존과 성취에 유리한 일종의 체질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편두통으로 인한 두통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을 괴롭힌다면 그것은 두통 질환 즉 질병이다. 두통을 호소하면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정서가 있고,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두통이 심한 자신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최대한 숨기고 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두통이 잦아지고 만성화되면 치료가 더욱 어렵다. 또 편두통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원인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 두통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편두통보다 더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군발두통이다. 이 두통도 지금과 같은 환절기에 심해지는 탓에 국제적인 ‘군발두통 인식의 날(3월21일)’까지 제정돼 있다. 군발두통은 한쪽 뇌에서 매우 심한 통증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죽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자살 두통’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통증은 약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도달하며 지속 시간은 15분에서 3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하루 8번까지도 반복되며 한두 달 동안 이어지다 수개월간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군발두통은 눈 주변 신경계가 흥분돼 발생하므로 머리 통증과 함께 눈물·콧물·결막충혈 등이 동반된다. 대개 40대에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이후 점차 감소하며 70세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다. 신경전달물질을 늘리는 약물로 치료하기도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것이다. 분당 7~10리터의 산소를 15분 정도 흡입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는 산소치료 처방전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산소치료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질환군에 군발두통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산소치료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는 의사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등 일부로 제한돼 있어 군발두통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는 산소치료 처방전을 발행할 수 없다. 일본은 신경과 의사가 군발두통 환자에게 산소치료 처방전을 발행한다. 중국과 미국은 군발두통 환자의 산소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한다.

따라서 군발두통 환자가 산소통을 사거나 대여해 집에서 흡입하는 게 현실이다. 장비 사용법이 간단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이 뒤따른다. 이런 환자를 위해 산소치료법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한 조수진 대한두통학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은 “산소치료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받지 못한 채 가정에서 산소치료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군발두통 환자를 위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산소치료 처방전 개정 등 군발두통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50세 이후 두통은 ‘진단 필요한 위험 신호’

이와 같은 일차성 두통과 달리 원인 질환이 있는 것을 이차성 두통이라고 한다.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으로는 뇌혈관질환·뇌종양·뇌수막염·감기 등이 있다. 약물이나 술도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차성 두통에 비해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심각성은 크다. 

뇌종양·뇌염·뇌수막염·외상성 뇌출혈 등이 생기고 1~2개월 이내에 두통이 심해지거나 열이 나면서 의식이 혼미해지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뇌 컴퓨터촬영, MRI, 뇌척수액 검사 등으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두통이 장시간 계속된다면 뇌출혈이나 뇌종양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외에도 과로·기침·용변 후 두통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졸음·의식저하·시력장애·보행장애가 두통과 동반될 때도 뇌가 보내는 위험한 신호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노인에게 새롭게 발생한 두통은 이차성 두통을 시사한다. 권경현 과장은 “50세 이후 두통이 시작돼 2주 이상 지속되면 다른 문제로 두통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낙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막하 혈종은 물론 뇌종양 등 두통의 원인이 되는 여러 장애는 노인층에서 비교적 흔하다”고 강조했다.     

두통을 위험 신호로 여겨야 할 때는? 

• 새로운 형태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될 때
• 두통이 며칠 또는 수 주에 걸쳐 점차 심해질 때
• 일반 진통제를 수일 먹어도 증상의 호전이 없을 때
• 과로·긴장·기침·용변 후 또는 성행위 후에 두통이 나타날 때
• 50세 이후에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될 때
• 구역과 구토가 동반되고 구토가 점차 심해질 때
• 열이 나고 목이 뻣뻣하며 전신 무기력, 근육통, 관절통 등이 있을 때
• 점차 시력이 떨어지고 팔과 다리에 힘이 없거나 걸을 때 균형을 잡기 힘들 때
• 의식 수준이 떨어져 혼미하거나 자꾸 졸거나 자려고 할 때
• 과거 경련 발작 경험이 있거나 머리를 다친 후 두통이 발생할 때
• 다른 이유로 항응고제를 사용 중일 때
• 임신 중이거나 암으로 치료 중일 때
※자료: 대한두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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