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체벌, 약인가 독인가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199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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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둘러싼 찬반론 분분… ‘시 외우기’ 같은 대안 찾기 바람직
‘당당봉.’ 당당하게 때리고 당당하게 맞자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당당봉은 서울 중동고의 체벌 문화를 상징한다. 이 학교에 50㎝ 길이 나무 막대인 당당봉이 등장한 것은 97년.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체벌당한 학생이 졸도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 이후 이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 들은 머리를 맞대고 체벌 원칙을 정했다. 가령 교사에게 불손한 행동을 하거나 흡연을 했을 때 당당봉으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2∼3대 맞을 것인지, 벌점을 부과당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원칙 있는 체벌 문화를 세우려는 노력은 성동고·태릉고·둔촌중 같은 학교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교육부가 얼마 전 ‘전면 금지’에서 ‘제한적 체벌’로 입장을 선회한 후 일선 학교에서는 체벌을 할지 벌점제를 도입할지(벌점제 또한 교육적이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체벌을 한다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체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체벌에는 교사의 교육할 권리와 학생의 인권이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두 가치 가운데 어느 쪽도 희생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 교사들은 체벌 금지가 교권 침해이며, 체벌 없이 학생을 가르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산만하고 반항적인 요즘 아이들 40∼50명을 데리고 말로만 기강을 잡으라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냐고 반문하는 교사도 많다. 반면 교권은 체벌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바탕을 둘 때 확립될 수 있다며,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체벌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교사 편의주의이지 교육적 행위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체벌에 대한 교육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체벌은 일시적인 행동 억제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 행동 변화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학생들의 공격성을 부추기는 등 폐해도 적지 않다. 체벌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폭력으로 치닫는 경우이다. 교사가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매를 들 경우 과잉 체벌이 되기 쉽고, 이럴 경우 매는 ‘사랑의 매’차원을 뛰어넘는 폭력이 된다. 청소년 웹진 〈채널텐〉이 3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군사 정권의 군사 문화가 교사들에게도 체벌 중독증을 가져왔다고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체벌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까. 광동종합고 송승훈 교사가 제시하는 학생 지도 방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초 동안 일어섰다 앉기 △재미있는 몸짓 하기 △불러다가 1 대 1 대화하기 △교장실에서 한 시간 머무르기 △손잡고 운동장 한바퀴 돌기 같은 몸을 움직이는 일과 △시 외우기 △짧은 글 읽고 생각 적어오기 △그때 상황에 대해 글쓰기…. 즉 학습과 관련된 방법으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자신의 문제 행동을 돌아보게 하자는 것이다.

최윤진 교수(중앙대·청소년학)는 “선생님들도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근거와 확신 없이 습관적으로 체벌의 위력에 의존해온 것이 아닌가 돌아봐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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