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로부터 손짓 받는 사람들
  • 文正宇 기자 ()
  • 승인 199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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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사 영입 박차, 아태재단이 젖줄…“깜짝 놀랄 인물 많다”
신당행을 결심한 민주당의 중·하위 당직자들은 “계급이 강등될 각오를 하고 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민주당에서 국장 했으면 신당에서는 차장 하기도 힘들 것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외부 인사 영입의 폭이 클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신당은 새 인물을 수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당 주비위 김대중 상임고문은 7월20일 여의도 당사 입주식에서 “지금까지 학계·문화계·정치 군인이 아닌 군 장성과 여성계 인사 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희망을 갖고 중간이 튼튼한 당이 되도록 좋은 인사를 추천해 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외부 인사 영입은 김대중 상임고문의 직접 지휘 아래 정대철·이종찬·권노갑 의원 등이 맡아 뛰고 있다. 이들은 요즘 밤낮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아태재단에서는 통일원 차관을 지낸 임동원 사무총장,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장행훈 통일연구소장이 외부 인사 영입 임무를 맡았다. 군에서 줄곧 하나회와 대립했던 청죽회의 리더이기도 한 임총장은 군과 전직 관료 출신을, 장소장은 언론계 출신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18 관련자와 하나회 출신은 배제

김고문과 정대철·이종찬·권노갑 의원 등은 각종 채널을 통해 입수한 명단을 놓고 결격자를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영입 대상자를 최종 결정한다. 이들이 정한 인선 기준은 간단하다. “명망가나 유명 인사가 아니더라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잠재력이 있는 젊은 세대, 즉 활기가 넘치고 재기 발랄한 전문인·문화예술인을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군 장성 출신을 영입하되 정치 군인인 하나회 출신과 율곡 비리 관련자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직 장성 출신인 ㅇ씨는 율곡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 때문에, ㄱ씨는 하나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아깝지만 배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5·6공에 깊이 관여했거나 5·18에 연루된 인사도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정대철 의원은, 인선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며, 신당이 5·6공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력에 결정적인 흠이 있는 인사는 아무리 탐나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당측은 이런 인선 기준을 갖고 중소기업 사장을 지낸 중견 경제인, 언론인, 법조인, 전문직 종사자, 문화예술인 들을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

신당에 외부 인사를 제공하는 가장 큰 젖줄은 아태재단이다. 아태재단 운영위·자문위·후원회에는 당장에라도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만큼 행정 경험이 있는 명망가들이 모여 있다. 자문위원 가운데는 연세대 송 자 총장 등 전·현직 대학 총장만 해도 6명이나 된다. 운영위에는 한상진 서울대 교수와 통일문제 전문가인 김남식씨 등 비교적 진보적이고 젊은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리고 만명이 넘는 후원회원과 아태아카데미를 졸업한 20~30대 2백53명도 아태재단이 신경을 써서 관리해온 인재 그룹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당에서는 내년 총선 때의 공천 비율이 4(아태재단):3(영입 인사):3(민주당 인사)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대로 공천이 진행된다면 아태재단 출신 인사가 민주당 출신자들을 앞지르게 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공천자의 약 70%가 신인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신당은 8월12일 전에 외부 인사 영입을 마무리 지으려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대중 상임고문은 “영입 의사를 밝힌 인사 가운데는 깜짝 놀랄 만한 인물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발기인대회 이전에라도 공개하겠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영입 작업이 애초에 김고문이 생각했던 것만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종찬 의원은 “정치권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막상 들어와서 고쳐보자고 하면 발을 빼는 사람이 많은 게 문제다”라며 영입 작업이 만만치 않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신당 지도부가 내놓고 호남 출신 인사들과 접촉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입 작업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명단이 실려 있다는 이른바 ‘생살부’의 출현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역 의원들은 출신지가 자기 지역구와 겹치는 인사들을 당 지도부가 접촉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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