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출연 사절' 선언한 서희덕 이사
  • 노순동·고재열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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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를 난장판으로 묘사하다니…"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서희덕 이사


최근 2백50여개 회원사와 연대해 소속 연예인을 MBC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서희덕 이사를 만났다.




전례가 없는 사태다. 왜 이러는가?


중국이나 타이완의 한류(韓流)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연예산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이 생명인데, 그렇게 연예계를 '난장판'으로 묘사하면 어느 부모가 자녀를 연예계에 보내려 하겠는가. 기획자들은 자신들을 노예 상인처럼 묘사한 것에 몹시 분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문제인가?


어떻게 노비 문서, 노예 계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나. 가수들 위상이 높아져 매니저가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신인 가수라고 해도 총수입을 배분하는 배율은 5 대 5다. 협회는 1998년부터 표준계약서를 마련했으며, 〈시사 매거진 2580〉이 보도한 대로 배분율이 3 대 7까지 가는 계약은 협회가 인준하지 않는다.


인세가 턱없이 낮은 것은 사실 아닌가?


신인의 경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인세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인기를 얻으면 다음 단계에서는 반영된다. 20원을 낮다고 하는데, 신인의 경우 제작사가 돈을 전혀 회수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H·O·T는 신인 때 조건을 그대로 끌고 갔기 때문에 분노를 산 것이지만, 예외적이다. 그곳도 다른 식으로 보상을 했을 거라고 본다.


방송사를 비판하는 이유는?


가수가 방송국에 음악 컨텐츠를 제공해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게 하는데도 대접은커녕 시녀 부리듯 한다. 방송의 영향력 때문에 불만을 감수해 왔지만, 더 참을 수 없다. 출연료도 형편없을 뿐더러, 4분짜리 노래를 방송용 3분짜리로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A급 가수 외에는 전곡을 부를 기회가 거의 없다. 가수가 가창력이 있어도 방송국이 라이브를 소화할 기술이 모자라는 것도 문제다.


일방적인 출연 거부는 실력 행사라는 시각이 있다. 보도에 불만이 있다고 다른 곳(예능국)에 가서 분풀이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얼마나 상처가 깊었으면 이러겠는가. 곪았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기획자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SBS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KBS나 MBC는 옛날 식대로 고압적으로 대한다.' 〈시사 매거진 2580〉에 대해서는 중재위에 제소하고 민·형사 책임을 동시에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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