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요시미 옥중 인터뷰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9.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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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태국 천부리 형무소에 수감된 적군파 테러리스트 다나카 요시미와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25일 오전 11시30분에 면회를 신청하고 2시간 가량을 기다린 후 그를 만났다. 철창에 갇혀 있는 데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면회객이 찾아와 시끌벅적했지만 기자는 다나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캄보디아에서 체포되어 방콕으로 압송되었는데, 캄보디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캄보디아에 체류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캄보디아에서 무역 업무가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바람에 무역 업무가 여의치 않았다. 캄보디아에서 무역 회사를 차리고 고다마 쇼고 씨와 함께 담배를 거래했다. 또 캄보디아에서 무역 일을 하면서 일본에 입국하는 방법을 알아 보았다.

당신이 북한공작원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웃으면서) 나는 북조선 공작원이 아니다. 비행기 납치범이었다는 것은 시인한다. 하지만 위조 지폐 사건에 대해서는 결백하다.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범죄자가 되었다. 더욱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처벌을 받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그렇다면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국경을 넘어 도피할 때 왜 북한 외교관들과 함께 북한 외교관 차량을 이용했나?

나는 비행기 납치범으로 인터폴에 수배되어 있었다. 따라서 외국에 나올 때는 북조선 여권과 입국 서류를 소지할 수밖에 없다. 사업하다가 미국 비밀수사국에 쫓기자 북조선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북조선 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비밀수사국의 밍 야오 씨를 만난 적이 있는가?

체포된 후 조사가 시작될 때 몇 번 만났다. 그는 심문 초기 자주 들어왔으나 요즘은 보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을 위조 지폐 제조국이라고 지목했다. 혹시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북조선이 위조 지폐를 생산하는지 않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위조 지폐를 소지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면 왜 태국 형무소에 갇혀 있는가?

미국 정부는 내가 적군파 소속인 데다 비행기 납치범이다 보니 위조 지폐 유통에 깊이 개입했으리라고 예단한 것 같다. 미국은 북조선을 테러 지원국과 위조 지폐 제조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미국은 나를 전향시켜 북조선이 테러 지원 국가이고 위조 지폐 지원국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인으로 이용하려 들 것이다.

지금도 요도호 납치 행위가 옳았다고 생각하나?

(웃으면서) 죄 없는 사람들을 고생시켰으니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다.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젊은 시절에 실수를 저질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본 국민에게 사죄하고 싶다.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북조선인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다. 일본인이다. 객관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체제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가 아니다.

당신은 아직도 사회주의자인가?

나는 민족주의자에 가깝다. 개별 민족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나를 사회주의자로 분류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주의 국가들이 많이 쓰러졌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진영이 승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에도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결국 일본으로 송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태국 천부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순간 일본으로 송환되어 요도호 납치 사건으로 재판을 다시 받을 것이다. 하지만 요도호 납치 사건은 이미 3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생각한다. 요도호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열리면 나도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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