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미국 비밀수사국 뒤에서 도왔다
  • ()
  • 승인 1999.02.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90년대 중반부터 슈퍼K 사건을 수사하는 데 깊숙이 간여했다. 초정밀 위조 지폐인 슈퍼K의 제조국으로 북한이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은 북한이 위조 지폐 제조와 유통에 간여한다는 확증을 잡지 못했다. 안기부와 미국 비밀수사국은 확증을 얻기 위해 북한 외교관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특히 95∼96년 동남아시아에 위조 지폐를 유통시키는 신원 미상 북한 외교관을 뒤쫓고 있었다. 95년 말에는 북한 외교관 신분을 가진 이가 캄보디아 공항을 통해 위조 지폐를 반입하려 한다고 캄보디아 경찰에 제보하기도 했다.

미국 비밀수사국이 위폐 관련 정보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직접 공작원을 상주시키며 첩보 활동을 벌이는 데는 한국 안기부를 따라올 수 없었다. 안기부는 다나카가 체포되기 전에 위폐 유통과 관련이 있는 북한 외교관을 유인해 그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북한 외교관을 추적한 국내 정보 당국자는 “다나카가 체포된 후 그의 사진과 비교해 보고 그 외교관이 다나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안기부는 그의 사진을 미국 비밀수사국에 제공해 다나카 검거를 크게 도왔다고 한다. 안기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다나카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정에 제시하지 않은 첩보 내용을 감안해 그가 위조 지폐범이라고 아직도 확신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