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강좌 한국철학>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성태용 (건국대 교수·철학) ()
  • 승인 199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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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한국철학>은 소장 한국 철학 전공자들의 의지를 집약한 것이기에, 한국 철학 연구의 앞날을 짐작하게끔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대하면서, 일관된 관점으로 서술한 한국 철학사 하나 산출하지 못한 한국 철학계의 오랜 부끄러움이 씻길 날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존 한국 철학사나 한국 철학의 문제를 포괄하여 다룬 저서들보다는 한 차원 높은 저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그 구성에서부터 몇 가지 주목할 특징을 지니고 있다. 크게 3부로 나누어, 제1부 ‘사상 별로 본 한국 철학’에서는 한국 철학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교·불교·도교에 대하여 총괄적으로 서술했다. 즉, 한국 철학사를 이해하기 위한 전단계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2부 ‘시대 별로 본 한국 철학’에서는 한국 철학사에 대한 새로운 시대 구분에 의거하여 종적으로 한국 철학사를 개괄하였다. 의식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이 따르고 있는 시대 구분 - 삼국·남북국 시대와 개항·광복을 중세와 근·현대의 기점으로 잡는 - 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지고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3부 ‘논쟁 별로 본 한국 철학’에서는 한국 철학사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어온 논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밋밋하게 시간적 전개만을 따라가는 방식을 피하고 문제 중심으로 한국 철학사를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였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최근 불교계에 큰 쟁점으로 떠오른 ‘돈점 논쟁’과 남북한의 주된 철학적 관점을 비교하면서, 현실에서의 한국 철학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포괄적으로 조명하는 ‘현대 한국 철학 논쟁’을 상당한 비중을 두어 다루었다는 점이다. 근·현대 철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한국 철학 연구에서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북한의 주체 철학까지도 한국 철학사의 한 부분으로 다루는 등 현실 한국 철학 연구 풍토를 쇄신하고자 하는 소장 학자들의 진보적인 정신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를 중심으로 집단 연구를 통해 이러한 결실을 내었다는 사실도 우리 한국 철학 연구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좀더 완성된 체계의 한국 철학사 서술이 나오기까지의 과도기적 산물임이 분명하다. 집단 연구를 통하였다고 하지만, 책 가운데 얼핏얼핏 드러나는 통일적 관점의 부족 등은 그러한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전통을 이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의식 있는 이들이 이 책을 징검다리로 삼아, 이 책의 저자들이 지향하는 더 나은 내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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