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교주의 ‘비밀’ 벗겨낼까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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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찾아야 김기순씨 살인 혐의 입증… 법원의 증거주의 원칙도 부담
아가동산의 교주로 알려진 김기순씨가 12월16일 오후 여주지청에 자진 출두함으로써 답보를 거듭하던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김씨는 신나라유통 등 관계사의 부도와 아가동산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자진 출두한 것으로 알려져, 3인 사망 사건을 비롯한 아가동산 사건 수사가 검찰이 기대하는 대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다.

아가동산은 원시 공산 사회처럼 보수 없는 공동 생산·공동 분배의 공동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공동생활은 <신약> 사도행전에 서술된 ‘통용(通用)’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기독교계가 말하는 이단 여부와 더불어 사이비 종교 집단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또 아가동산은 유리 온실을 운영하는 등 농장 사업을 전개했고, 김기순씨는 신나라레코드 등 법인체의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은 김씨가 아가동산에서 무보수로 일한 사람들을 착취해 신나라유통 등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 “사이비 밝힐 자료 많다”

또 이들 이탈자들은 김씨의 사이비성을 폭로하기 위해 아가동산에서 윤용웅씨 등 3명이 피살되었다고 제보해, 검찰이 관련 용의자를 붙잡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 직후 언론은 이 사건을 ‘사이비 종교 광란의 살인극’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언론 보도 후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과연 사이비 종교 집단의 살인극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로서는 김씨를 살인 또는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하고 사망자의 시체를 찾아 물증으로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러나 1주일여를 도피했다가 출두한 김씨가 과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를 제시할 것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법원이 치과의사 모녀 피살 사건처럼 직접 증거가 부족한 강력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검찰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아가동산이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정·관계에 적잖은 비호 세력을 구축했다는 소문이나, 농장과 사업체 관련 각종 인·허가와 세무 업무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부분은 살인 사건이 입증되어야 설득력을 갖게 된다.

한 수사 전문가는 “인지 사건 수사에서는 확보된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자신 있는 부분까지만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 자료 확보가 안된 의혹까지 공개하다 보면 결국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채정석 여주지청장은 “아가동산의 사이비성을 입증할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살인 혐의 역시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어 기소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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