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참사 1주년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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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참사 1주년, 관련자 무죄·집행유예
건설 회사의 부실 시공, 관계 공무원의 안전 불감증이 합작으로 빚어낸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 50여 명이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사고 발생 꼭 1년째 되는 10월22일 오전 11시부터 출근길과 등교길에 뜻하지 않은 변을 당한 회사원·학생 등 성수대교 붕괴 사고 희생자 32명에 대한 합동 위령제가 사고 지점 교량 잔해 위에서 열린 것이다.

소복과 조복 차림을 한 유족들은 위령제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행사 장소에 도착해 주변을 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되살아나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숨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는 유족도 있었다. 위령제가 끝나자 유족들은 난간으로 다가가 흐르는 강물 위로 국화 한송이씩을 던졌다.

떠내려가는 꽃떨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유족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유족 대표 김학윤씨는 추도사에서“벌써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서 다리가 무너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믿기지 않을 일은 따로 있는지 모른다. 지난 4월의 재판에서 붕괴 책임과 관련 있던 사람들 전원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나 사고에 대한 사법 처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대형 건물과 주요 구조물에 대한 안전 진단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지난 여름에는 백화점까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무리 큰 사고라도 그 때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치유되지 않는 한 믿기지 않을 일은 지금까지 치렀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희생을 강요하며 변함없이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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