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강삼재·이부영·박준병·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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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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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재, 연타석 말 실수 젊은 총장에 ‘불안감’

젊은 사무총장 강삼재. 얼마전 민자당은 사무처 요원을 공개 모집하는 광고 팜플렛에 젊은 사무처 직원에 둘러싸여 파안대소하는 강총장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강총장은 ‘무기력과 무인기’ 속에서 표류하는 현 상황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민자당에게는 ‘젊음과 활력의 상징’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젊은 강총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그것은 ‘도무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당 일각에서는 강총장이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르고, 무슨 말을 불쑥 내뱉어 화근을 불러들일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오간다. 거기에는 고속 출세에 대한 견제 심리, 여권의 오랜 관행과 정서에 익숙한 일부 당직자들의 구태의연한 시각도 작용한다.

그러나 강총장 스스로 주변의 불안감을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특유의 입심과 지나칠 정도로 직선적인 성격 때문이다. 그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실린다는 점을 실감한다”면서, 자리에 걸맞게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강총장은 연달아‘말’로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실수는 이른바 ‘여소야대 망국론’. 강총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원들을 독려하면서 분발을 촉구한다는 것이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소야대 시절 야당의 맹장’이던 강총장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이때를 놓칠세라 맹공격을 퍼부었다. 강총장의 발언에 대해 한 야당 의원은 “총선에 이기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철학과 기본 입장이다”라면서 강총장의 ‘대변신’에 혀를 내둘렀다.

청와대에서도 강총장이 몸을 사리지 않고‘야당 두들기기’의 총대를 메는 건 가상한 일이지만, 행여나 당 안팎의 견제 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 대상이 될까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행여 세대 교체의 상징인 젊은 총장까지 낙마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의원직 상실 위기 이부영 YS 덕분에 끄떡없을 것?

민주당 이부영 의원이 14대 국회에서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지검 공안 2부가 10월13일 열린 이의원에 대한 파기 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구형한 것이다. 이의원은 89년 3월 전민련 상임의장으로 있으면서 국가보안법과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는데, 대법원이 일부 혐의 사실에 대해 무죄를 인정해 현재 서울지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의원은 11월3일 선고 공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7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의원 직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의원은 상고해 보아야 시간을 번다는 의미 외에는 아무런 법률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원은 정기국회 회기중이라 파기환송심 자체도 연기할 수 있었으나 법원에 연기 요청을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5년 이내에는 어떤 공직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의원이 선고 공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15대는 물론 16대 총선에도 출마할 수 없어 사실상 정치 활동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의원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은 정부로부터 사면 복권 조처를 받는 것뿐이다. 11월에 정부와 민자당은 대대적인 사면 복권을 계획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반기를 든 이의원의 발을 묶어놓지는 않으리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구나 이의원은 김대통령이 얘기한 민자당의 ‘깜짝 놀랄 만한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는 새옹지마 이해찬·박준병의 ‘악연’

요즘 이해찬 서울시 정무 제1 부시장은 하루에도 몇번씩 “아, 옛날이여, 금배지 시절이여!”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의원 시절 국감 스타였던 그가 이제는 감사를 받는 처지가 되어 쪼그리고 앉아 있게 되고 보니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무엇보다 자민련의 박준병 의원을 대할 때마다 이부시장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치판이 아무리 변화무쌍하다지만 두 사람만큼 정치적 처지가 180도로, 그것도 세 번씩이나 뒤바뀐 경우는 드물 것이다.

80년 5·18 당시 이부시장은 신군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한 피해자였고, 박의원은 20사단장으로 전남도청 진압을 지휘한 가해자였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87년 두 사람은 국회에서 여야 의원으로 다시 만났고, 1년 뒤에는 처지가 정반대로 달라졌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의원은 5·18 가해자측을 맹렬히 질타하는 ‘쫓는 자’였고, 박의원은 벼랑 끝에 몰린 ‘쫓기는 자’신세였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95년, 그들은 또다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서울시 부시장이 된 이씨와 국회 내무위 소속 박의원이 서울시 국감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박의원이 쫓는 자이다. 안되겠다 싶었을까. 이부시장은 15대 총선 출마를 노린다. 반면 정치권에 다시 불어닥친 5·18 태풍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은 박의원은 최근 민자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처지가 네 번째로 바뀌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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