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쟁취 ‘아미타불’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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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당선 백일 기도’ 등 불심 잡기 총력전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한 백일 기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8월 말, 주요 사찰에서 백일 기도를 올리라는 내용의 지시를 전국 지구당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지구당들의 보고를 종합한 결과 4백여 개 사찰에서 백일 기도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사찰에 따라 5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인 기도 비용은 지구당에서 냈다고 한다. 경기도에 있는 한 사찰의 관계자는 한나라당 사람이 찾아와 주지 스님을 만난 뒤 기도 비용으로 금일봉을 놓고 갔다고 말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해 주었다.


대선이 가까워 오면 후보들이 백일 기도를 올리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지만 민주당은 엄두도 못낸다. 당내 상황이 어지러운 탓이다. 후보가 바뀔지도 모르는데 누구를 위해 기도를 올리냐는 소리가 나오며 유야무야되었다. 한나라당이 백일 기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19일 부처님오신날에도 전국 7백여 사찰에 이후보 당선을 기원하는 등을 달고 <불교신문> 등 불교계 5개 신문에 축하 광고를 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등을 100여 개 다는 데 그쳤고, 축하 광고도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1997년의 경우와 뚜렸하게 대비된다.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사찰 수백 곳에서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백일 기도를 올리고, 전격적으로 서울 안암동에 있는 중앙승가대학을 방문하는 등 부단히 불교계와 거리를 좁혔다.


한인옥씨도 사찰 돌며 성지 순례


그러나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단 한 곳의 사찰에서도 기도를 올리지 않았고, 이후보의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강조한다며 당 홍보물에 ‘파계승 탈’을 사용했다가 불교계의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이런 악연이 있기 때문인지 1997년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불교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불교 인구의 40% 이상이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에 몰려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 등을 달거나 백일 기도를 올려 불교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후보의 부인인 한인옥씨와 함종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성지순례단을 만들어 전국 사찰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월, 불교계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 조직인 불교대책위원회(위원장 하순봉 최고위원)를 만들었다. 당내에 기독교대책위원회나 천주교대책위원회도 있지만 실무자급만 30명에 달하는 불교대책위원회와는 규모나 인원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곳도 불교대책위원회 밖에 없다. 권익현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정병국씨와 고흥길 의원의 보좌관인 김영국씨 등 당내 불교통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보는 1주일에 한번씩 불교대책위원회로부터 상세한 활동 내용을 보고받는다고 한다. 부인 한씨도 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당 활동과 관계없이 조용히 사찰을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한씨는 국회의원 부인들 여러 명과 동행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실무자 한두 명만 데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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