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하이웨이’하이테크 벤처 기업
  • 蘇成玟 기자 ()
  • 승인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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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반 산업 수익 급증…세계 시장 공략 나서
‘21세기 골드 러시’를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전통적 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를 창출하는 ‘현대판 금광’이다. 숱한 인재들이 새로운 금맥을 찾아 나서면서 벤처 기업이 계속 창업되고, 또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 속속 창출되면서 인터넷 이용자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

부나비처럼 디지털 혁명 대열에 뛰어들어 지식과 정열과 적지 않은 자금을 쏟아붓지만 성공의 단맛을 보는 이보다 실패의 쓴잔을 들이키는 이가 훨씬 많은 곳도 이 세계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골드 러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패기 만만한 젊은이들이 너나없이 금광을 향해 내달렸지만, 실제 금맥을 찾아낸 이는 극소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노다지를 찾는 사람보다 그들에게 장비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더 실속을 차린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곡괭이와 삽 그리고 막 입어도 오래가는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 그러했다. 인터넷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포탈·컨텐츠·게임·서비스 사이트가 인터넷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지만, 경쟁에서 살아 남아 축배를 드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 지금 주가가 올라 축배를 들고 있는 승자도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 수익 기반인 광고와 전자 상거래 수입이 아직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수익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는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앞에서 언제 약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현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크 장비 등 인터넷 기반 사업은 다르다. 인터넷 사업자와 이용자가 늘수록, 즉 인터넷 사업이 팽창할수록 수익이 정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이용자가 늘어난다고 ‘배너 광고’ 수입이나 전자 상거래 수수료가 비례해서 늘지는 않지만, 늘어난 이용자 수만큼 서버는 더 필요해진다. 어디 서버뿐이겠는가.

매스컴의 조명을 덜 받아서 그렇지, 한국에도 ‘곡괭이와 삽’을 파는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독특한 기술력을 갖추고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세계 1위’를 꿈꾸는 벤처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일찍이 한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초창기부터 세계 1위를 차지해 본 적은 없었다.

그처럼 세계 1위를 꿈꾸는, 또는 세계 최고 기업들에 맞서 국내 1위를 지키거나 탈환한 인터넷 기반 벤처 기업 여섯 곳을 소개한다.■로커스

은행에 가지 않아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폰뱅킹, 이동 통신 회사의 고객만족센터, 외국에 나갔을 때 특히 사용하기 편리한 수신자 부담 전화 서비스…. 컴퓨터와 전화를 통합한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기술이 이루어 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치고 한번쯤 이용해 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오늘날에는 보편화한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그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로커스(대표 김형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로커스는 음성 사서함 시스템(VMS)과 팩스 사서함 시스템(FMS) 등 뛰어난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1993년 CTI 기술을 도입해 이 분야를 선도해 온 벤처 기업이다.

로커스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뒤 상한가 행진을 거듭해 한때 2백만원(액면가 5천원 기준)이 넘을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었다. 기술 분야 벤처 기업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주가이다.

로커스에 거는 기대가 이처럼 큰 이유는 이 회사의 기술이 인터넷으로 집중되는 정보 통신 사회의 그림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로커스는 CTI 기술에 인터넷을 접목한 CITI(Computer Internet Telephony Integration)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았다. 더 나아가 CITI 기술에 방송을 접목한 CITTI(Computer Internet Television Telephony Integration) 기술까지 연구가 거의 끝나 가는 상태이다.

CITTI 기술이 실용화하면 단말기 하나로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PC·전화·텔레비전 등 모든 통신·가전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꿈 같은 시대가 열린다. 이미 정부가 기업·연구소 등과 합동으로 그같은 복합 정보 단말 시스템인 ‘NiPC(Network Integrated PC Client)’ 개발에 착수했다.

NiPC는 차세대 이동 통신 사업(IMT 2000)에 적합한 응용 서비스를 지원하는 표준 단말 시스템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CITTI 기술에서 앞선 데다 NiPC 개발에도 참여한 로커스가 ‘꿈의 이동 통신 사업’이라 불리는 IMT 2000 사업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지난해 로커스는 ‘선불(pre-paid)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SK텔레콤과 함께 몽골 이동 통신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일본에서 가장 큰 국제 전화 회사인 KDD에 광고 전화 서비스도 공급하고 있다.

로커스는 이미 국내에는 뚜렷한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으며, 올해부터는 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펼쳐 갈 계획이다. 그래서 매출액이 2000년 1천2백70억원, 오는 2002년에는 5천억원을 돌파해, 지능형 통신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로커스의 목표다.■핸디소프트

1991년 설립된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는 그룹웨어(사내 공동 작업 기반을 마련해 주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와 워크플로우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응용한 각종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 기업이다.

핸디소프트의 그룹웨어는 1994년 과학기술부로부터 국산 신기술 인증 마크를 획득한 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1998년 기준으로 한국 그룹웨어 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한다. 세계 그룹웨어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로터스조차 핸디소프트에 밀려 한국 시장 점유율이 11%에 그치고 있을 정도이다.

로터스가 핸디소프트 제품에 맥을 못춘 이유는 한국의 기업 특성상 그룹웨어에서 결재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명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도장을 애용하는 데다 결재 과정도 복잡하다. 핸디소프트는 그같은 한국의 기업 특성을 철저히 반영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룹웨어로 세계 시장에서 강자들과 상대해 최고로 떠오르기는 버거운 실정. 그래서 핸디소프트는 전자 상거래 시대가 도래할 것에 대비해 주력 아이템을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워크플로우로 전환해 여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이면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이 3조8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세계적 투자 기관 골드먼 삭스는 2004년에 기업 간의 전자 상거래 시장이 약 15조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워크플로우 시장은 아직 세계적 지배력을 가진 회사가 출현하지 않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여기에 깃발을 꽂겠다는 것이 핸디소프트의 야망이다. 수년간 축적한 기술력이 이미 국내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스태프웨어나 액션테크놀로지 등 미국의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핸디소프트는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칼스(CALS;Commerce At Light Speed) 프로젝트’의 워크플로우 분야에서 수십 개 기업들을 따돌리고 스태프웨어와 최종 단계에서 경합하고 있다. 올 상반기가 끝날 무렵이면 선정 작업이 끝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일 핸디소프트가 낙점받게 되면 워크플로우 분야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서게 된다.

■버추얼텍

‘한 우물을 파라’는 격언은 버추얼텍(대표 서지현) 같은 벤처 기업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인트라넷’ 소프트웨어만 전문으로 연구 개발해 온 버추얼텍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무선 인트라넷까지 개발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룹웨어들은 대부분 사내 컴퓨터 서버와 PC만이 연결되었다. 하지만 서지현 사장은 사내 전산 시스템이 모두 인터넷 기반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1996년 탄생시킨 것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한글 인트라넷 그룹웨어 ‘인트라웍스’. 회사에 있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인트라웍스는 지난해 6월 미국 시장에서 영어 버전인 ‘조이데스크’로 출시되어 뛰어난 기능과 안정성을 자랑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천만 명 회원을 확보한 ‘프리아이’를 비롯해 70여 개 인터넷 서비스 사업체에 공급되었다.

현재 가장 크게 기대를 모으는 것은 무선 인트라넷. 버추얼텍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3개 PCS 회사에 공급 계획이 추진되는 등 좋은 실적이 기대되지만, 미국에서 5대 통신사에 꼽히는 한 기업에 납품하려고 다른 3∼4개 업체와 경합하고 있다. 만일 사업권을 따낸다면 버추얼텍으로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큰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다.

버추얼텍은 인트라넷 한 분야에 집중해 온 전문성뿐만 아니라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벤처 성공 사례에 속한다.

■코리아링크

‘화려한 변신’. 컴퓨터 네트워크를 설계·구축하고 장비를 유통하는 기업이었던 코리아링크(대표 박형철)가 새로운 초고속 통신망 장비를 공급하는 하이테크 기업으로 놀랍게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코리아링크는 ‘SDSL(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대칭 디지털 가입자망)’에 기반을 둔 통신 장비인 ‘이더와이어 2000’을 개발 출시했다.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망)은 데이터 수신 속도(8Mbps)와 송신 속도(1Mbps)가 달라 주로 송신을 이용하는 일반 가정에서 쓰일 뿐,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이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면이 있었다.

반면 SDSL은 수신 속도는 좀 떨어지는 대신 동일한 송·수신 속도(2.3Mbps)로 그같은 결점을 극복했다. 또 ADSL이 광통신망 이용 거리에 따라 속도가 불안정했던 데 비해, SDSL은 고른 속도로 안정성을 나타낸다. 거기에다 SDSL은 설치 비용마저 ADSL의 절반이 안되어 앞으로 기관·기업 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일 전망이다.

코리아링크는 머지 않아 SDSL의 전송 속도를 4.6Mbps·10Mbps로 높일 계획이어서, 현재 2Mbps에 그치고 있는 미국 SDSL 시장에 진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코리아링크는 이밖에도 ‘전자 가격 표시기’를 대형 유통 매장에 독점 수입·공급하고 있어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 3백3억원보다 300% 넘게 급신장한 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아시스템

인터넷 산업이 가장 번창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최고 유망 기업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기업이 시스코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하는 나라치고 시스코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스코야말로 인터넷이라는 금광 옆에서 최고 품질의 ‘곡괭이와 삽’을 파는 기업이다.

한아시스템(대표 신동주)이 관심을 모은 것은 네트워크 장비 중에서도 특히 전세계 라우터 시장을 석권한 시스코와 경쟁해 승리했기 때문이다(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접속 장비). 비록 한국 시장과 소형 라우터에 국한하지만 쾌거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아시스템은 IMF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한 경우. 1998년 8월 첫 출시한 ‘러슬 라우터’가 시스코의 소형 라우터에 비해 값은 절반 이하이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자 신뢰를 얻었다. 라우터 임대 사업을 하는 한국통신에 거의 90%를 납품하는가 하면, PC방이 급속히 늘어난 데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한아시스템은 주력 기종인 라우터 신제품을 계속 출시해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아시스템에 따르면, 아직 공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현지에서 반응이 좋아 안정적인 공급선이 될 만한 주체와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시큐어소프트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보 교환이나 거래는 보안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의 ISS 사와 CA 사, 이스라엘의 체크포인트 사 등이 패권을 다투고 있다. 기술 대국인 일본에서조차 자체 개발한 보안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다르다. 시큐어소프트(대표 김홍선)가 자체 개발한 방화벽(침입 방지 시스템) ‘수호신’이 공공기관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어울림의 ‘시큐어웍스’, 캑신의 ‘화랑’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보안 소프트웨어들이 이처럼 강한 면모를 과시하는 것은 보안의 특성상 특히 공공기관이 외국 제품을 꺼리는 탓도 있다. 일반 사업체에서는 이스라엘 체크포인트 사의 ‘파이어월’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사이버텍홀딩스가 시장 점유율 70∼80%로 단연 앞서 있다.

‘토종’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강자 시큐어소프트는 미국·이스라엘 기업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틈새 기술이나 신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겨룬다는 계획이다.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인 ‘시큐어데스크’ 같은 제품이 한 예다. 이는 플로피 디스켓에 의한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관리자 위주의 PC 보안 소프트웨어.

시큐어소프트는 현재 독점 수입·공급하고 있는 미국 ISS 사의 ‘침입 탐지 시스템’과 ‘취약점 분석 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급신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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