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평]연봉제, 무한경쟁 시대의 승부수
  • 梁炳武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임금연구센터 연구실장)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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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국제화·개방화·정보화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이로 인해 현재 세계 각국은 국제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한국 기업들도 초우량 기업만이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연봉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봉제는 개개인의 능력·실적·공헌도를 평가하여 연간 임금액을 결정하는 능력 중시 임금 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94년 말 현재 4.2%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76.9%로 나타나 앞으로 연봉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연봉제를 실시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예상된다.

첫째, 연봉제는 능력과 실적이 임금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종업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의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한다. 때문에 조직의 활성화와 사기 앙양을 유도할 수 있다.

인재 확보·임금 관리 수월

둘째, 인재를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다. 빠른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는 국제 부문 및 신규 사업 부문에서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관리자, 전문직 종사자, 하이테크 기술자 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종래의 연공급 체계로는 그런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연봉제를 통하여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경영 감각을 키울 수 있다. 구미에서는 매니저 이상의 간부는 대부분 연봉제이고, 연봉제로 근무하는 것 자체가 능력과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원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자에게도 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영자에 준하는 책임감을 부여하면, 그 관리자는 달성한 업무와 연봉을 비교해 경영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넷째, 임금을 관리하기 쉽다. 현행 연공급 임금 체계는 기본급·수당·상여금으로 구성되어 있어 체계가 대단히 복잡하므로 임금의 동기 유발 기능이 상실된 상태이다. 임금 인상 방법 역시 임금 교섭과 호봉 인상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임금 관리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복잡한 임금 체계와 임금 구조를 단순화하여 임금 관리의 효율성과 효과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다섯째, 상사와 부하 간의 의사 소통이 원활해진다. 연봉제 대상자는 매년 스스로 업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상사와 면담하여 확정한 후 연말에 그 달성 정도를 평가 받게 된다. 그러므로 연봉제 대상자는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수행하여 이를 평가 받을 때 상사와 면담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 상하 간에 의사 소통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연봉제는 한국의 고유한 장유유서 의식과 선입자 우대 원칙과 갈등이 예상되고, 평가의 신뢰성 문제, 감액이 될 경우 사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종업원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심을 유발하여 위화감을 조성하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연공 기준에 능력주의 가미한 ‘한국형’도 가능

연봉제 도입의 기본 방향은 공정한 평가와 처우가 연계되도록 하여야 한다. 임금 관리는 단순히 인건비 절약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근로자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사기 관리를 병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연봉제 임금 관리는 인사 고과를 통하여 평가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균등성를 지향하고 공평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결과 소수 정예주의에 의한 고임금→고생산성→저인건비 전략이 실현될 때 무한경쟁 시대에서도 기업의 성장·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연봉제를 도입한답시고 현행 연공주의 임금 체계를 완전히 없애면 곤란하다. 우리의 문화적 전통인 유교의 연공주의를 존중해 가면서 기업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능력을 반영해야 한다. 기업에서 평가 문화가 정착된 경우에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은 순수 연봉제 실시가 가능하겠으나, 연공주의 색채가 강한 기업에서는 연공 기준에다 능력주의를 가미한 한국형 연봉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능력주의를 반영하되 점진적으로 능력 비중을 늘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봉제란 경영자와 관리자가 사장을 중심으로 함께 뛰며 명승부를 연출해 내는 임금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무한경쟁 시대의 험난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연봉제를 통한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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