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나이키의 빛과 그늘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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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1의 스포츠 용품 회사인 나이키가 내우 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매출액과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밖으로는 해외 공장에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는 7월12일 밤 9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 생 드니 축구 경기장. 8만 관중과 17억에 이르는 전세계 텔레비전 시청자들은 숨을 죽이며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볼 것이다. 32개 팀 가운데 과연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단연 브라질 팀이다. 월드컵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리는 지난 대회 우승팀 브라질.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날 브라질 팀을 가장 열렬히 응원할 사람들은 브라질 국민들보다도 나이키 사 직원들일 것이다. 나이키 상표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 선수들이 초록색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10년간 나이키가 브라질 팀에 내놓을 돈은 4억달러. 그밖에도 브라질 선수 14명과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대표적인 예가 호나우도 선수(21). 브라질 팀의 최고 보배로 꼽히는 그는 10년 동안 해마다 백만달러씩 받기로 되어 있다. 그밖에도 나이키는 한국·이탈리아·네덜란드·나이지리아·미국 팀과도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스포츠 용품 업계 1위인 나이키의 명성을 확실하게 각인하겠다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 하루 임금 1달러 60센트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법. 나이키는 요즘 내우 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매출액·순익·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의 생산 공장에서 나이 어린 노동자를 혹사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발등의 불은 매출액과 순익 감소. 지난 1/4분기 나이키의 순익은 7천3백10만달러였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9%나 줄어든 것. 나이키는 외환·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매출액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출액이 줄기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10대들이 운동화를 패션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줄어든 것. 지난 3월 나이키가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본사 직원을 1천3백명 해고하고, 신제품 발표회를 줄이면서 예산을 3억2천5백만달러나 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나이키는 외국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원성까지 사고 있다. 현재 나이키 해외 공장은 3백50개이고, 여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50만명이나 된다. 아시아에서는 1백80개 공장에 35만명이 일한다. 그런데 이들 공장의 근로 조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만여 명이 일하는 인도네시아 공장이나, 1천3백명이 일하는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 임금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공장 여성 근로자는 하루에 1달러 60센트를 받는데, 이 지역 인권 단체와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하루 최저 임금은 3달러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한 달에 1백∼2백 시간을 더 일할 수밖에 없다.

임금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린이 노동’이다. 원칙적으로 14세 미만 어린이는 공장에서 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나이키 사는 16세 미만 어린이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어린 소년들을 착취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필립 나이트 회장이 직접 나서서 근로 조건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운동화를 만드는 공장은 18세, 의류를 만드는 공장은 16세 이상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접착제도 최대한 독성이 없는 것으로 교체하며, 실내 공기 정화 기준도 미국식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회사를 차리고, 일본 공장에서 제품을 수입해 사업을 시작한 필립 나이트 회장. 25년 만에 나이키를 세계 제1의 스포츠 용품 왕국으로 일구어낸 그가 과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아디다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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