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비용 꼼꼼히 따져보니…
  • 신호철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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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명 보내면 연간 4천억~6천억원…위험수당 등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어
3천명에서 만명으로. 처음 파병 이야기가 불거졌던 9월 중순께만 해도 군사 전문가들은 파병 규모를 특전사 1개 여단(1천8백∼2천 명)에 추가 보병 대대를 포함한 3천명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다가 9월17일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차관보가 ‘한국군 파병 규모는 여단과 사단 중간 정도’라고 언급하면서 파병 규모는 7천명 선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만명이다. 9월20일 AP통신은 미국이 터키·파키스탄·한국에 4만명을 파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각 당사국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터키에 1만~2만 명, 파키스탄에 1만~1만2천 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국군이 담당할 몫은 여건에 따라 적게는 8천명에서 많게는 무려 2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

파병 여부를 고민할 때 병사들의 안전 못지 않게 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파병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비용 계산은 간접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군 파병 예산을 짐작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외국에 보낸 한국군의 비용을 참고하는 방법이다. 2003년 5월 이라크에 파병한 서희·제마 부대가 좋은 사례다. 현재 서희부대(건설공병단)의 경우 인원 약 6백명에 예산은 3백25억원 정도다. 제마부대는 100명에 46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1만명 파병을 대입하면 1년간 무려 4천5백억∼1조 원이 든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병부대나 의무부대는 고가 장비가 많기 때문에 보병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파병 비용, 육군 병장 1백50만명 1년치 월급

보병과 비교하자면 동 티모르에 주둔하고 있는 상록수부대가 있다. 1999년 10월 동 티모르에 파견된 상록수부대는 부대원이 연인원 4백명 가량이다. 비용은 1999년 예비비 40억8천만원, 2000년 1백2억3천만원, 2001년 1백24억3천만원, 2002년 1백6억 9천만원이었다. 병사 1인으로 환산하면 1년에 2천5백만원 가량 소요된다. 만약 동 티모르 수준으로 이라크에 전투병 만명을 파병하면 1년간 2천5백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병 비용은 주로 인건비이고, 그 다음으로 부대 운영비가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 1인당 예산이 상록수부대보다 높다고 말한다. 병사들의 위험 수당이 위험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동 티모르의 경우 위험수당이 월 1백30만원이지만, 이라크에 있는 제마부대는 1백67만원, 서희부대는 1백80만원이다. 게릴라가 준동하는 북부 지역에 전투병이 배치될 경우 위험수당은 서희부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상록수부대와 달리 값비싼 중화기도 필요하다.

파병 비용을 추산하는 또 다른 방법은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미군은 1인당 전쟁 경비가 무려 100만 달러(12억원)가 넘기 때문에 비교하기 적당치 않다. 흔히 한국 파병의 예시로 거론되고 있는 폴란드의 경우 현재 군인 2천5백명을 이라크에 보냈는데, 경비는 연간 9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환산하면 1인당 약 4천만원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이라크 파병 비용은 1인당 연간 4천만∼6천만 원선으로, 만명을 파병하면 4천억~6천억 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육군 병장 1백50만명에게 1년치 월급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또 이 비용은 단순 부대 운용비여서, 인명 손실이나 사회적 손실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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