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지역민방, 광고료 배분 싸움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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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지역 민방에 편향”…“선거 앞둔 특혜” 주장
대구 가스 폭발 사고 때 공보처는 방송사에 축소 보도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때문에 방송사 못지 않게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 공보처가 이제는 문화방송 노동조합에 의해 공정 방송을 저해하는 주역으로 항의 받는 처지에 놓였다.

문화방송 노조는 또 공보처를 비판함과 동시에 81년 출범한 이래 방송 광고 영업권을 독점해 온 한국방송광고공사(광고공사·KOBACO)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광고공사 폐지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문화방송 노조의 운동은 광고료 책정을 둘러싼 시비에서 비롯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5월14일 출범한 부산·대구·광주·대전 4개 지역 민영 방송사에 책정된 광고료가 해당 지역의 가시청권이나 전국 방송망 등 여러 방송 여건을 고려할 때 자사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광고 수입은 뉴스·연속극 등 모든 프로그램의 제작비와 전파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광고’가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

프로그램 광고료는 방송 송출 비용인 전파료 13%·제작비 87%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작비이다. 제작비 87%를 백%로 계산할 때 서울 본사가 85%를 가지고 나머지 15%를 전국 계열사에 분배한다. 제작 규모가 영세한 지역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것이 명목이다.

그런데 광고공사가 지난 5월11일 지역민방 사장단을 소집해 발표한 광고 요금안에 따르면, 서울방송이 4개 지역 민방들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제작비 배분 비율이 부산 1.44%·대구 1.34%로 같은 지역 문화방송 계열사(부산 0.85%·대구 0.85%)보다 각각 1.69배 1.6배 높다. 문화방송 노조는 무슨 근거로 이런 배분 비율 책정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시청률도 집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4개 지역 민방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광고료에 대해 지역 문화방송 계열사보다 2백%나 높게 배정했다면서 이를 문화방송에 대한 재정적 폭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광고공사는 문화방송의 제작비 배분율을 기준으로 광고 요금안을 만들면서 지역의 인구·경제에 따른 ‘구매력 지수(BPI)’를 반영해 책정했다고 말한다. 광고공사 홍지일 업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문화방송 본사 및 계열사의 제작비 배분율은 부산·대구가 광주·대전보다 오히려 낮은데, 이를 그대로 지역 민방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MBC 노조 “광고 영업권 확보 못하면 파업”

홍국장은 지역 민방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광고료를 2백%로 책정한 데 대해, 문화방송 부산 계열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광고료가 서울 본사의 10분의 1밖에 안돼 이를 기준으로 삼기 곤란했음을 든다. 지역 민방의 취약한 재정을 돕기 위해 해당 지역의 토막 광고(프로그램 사이에 끼여드는 광고) 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했다는 것이다. 또 광고 계약은 대개 분기 별로 갱신하는데, 지역 민방 개국일인 5월14일은 기존 방송사의 광고 계약 기간 안에 있기 때문에 이때 함께 요금을 올려주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홍국장은 “6월1일부터 기존 방송사도 현행 프로그램 광고료의 2백20% 인상 조처를 받을 수 있는데 문화방송 노조는 이런 점은 쏙 빼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노조는 4월13일 4개 지역 민방 사장단이 청와대에 올린 건의문을 예로 들며 현재의 광고료 책정은 지자제를 앞두고 지역 민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보처가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월간 〈방송과 시청자〉 5월호에 실린 각 지역 민방 사장들과의 인터뷰에는 ‘현재 광고비는 전파료 13%와 제작비 87%로 짜여 있는데 전파료 비율을 늘리고 제작비 일부를 배분해 달라는 내용으로 협상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건의문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러나 공보처 장성진 광고정책과장은 “각 방송사의 경영 이사와 광고공사 고위 간부·지역 민방 대표·광고정책과 직원이 모두 참여해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광고료는 공보처가 개입해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번 운동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광고공사 노조는 문화방송 노조가 광고공사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광고공사 노조는 공보처장관과 자사 경영진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문화방송 노조에 대해서도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자사 이기주의의 충족인가’와 같은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화방송 노조의 권문혁 선전홍보부장은 “광고 규제에 의한 경영 압박 때문에 광고 영업권을 방송사가 환수하지 못하면 방송은 정부의 간섭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5월25일 전체 대의원 대회를 열어 광고 영업권을 환수하지 못할 경우 20개 본·계열사의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광고 영업권은 광고공사의 가장 중요한 존립 기반임을 감안할 때 이는 한 집단의 존폐가 걸린 사안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공보처에 있다는 것은 문화방송 노조측의 주장일 따름이지만, 공보처도 침묵만 지키기는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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