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옷 벗기고 성 상납 즐기니…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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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비디오 업계 ‘탈선 현장’ 심층 취재
사례 하나. 지난 3월 중순, 시중의 비디오 대여점에 ‘플레이걸스 TV’라는 제작사가 만든 <수정 2>라는 작품이 배포되었다. 일자리를 찾아 ‘즐거운 산장’이라는 숙박업소에 도착한 순영이 허드렛일을 하는 달구, 산장 주인 명자, 손님을 접대하는 서주를 만나고, 서주가 김교수와 정사하는 장면을 훔쳐보게 된다는 뻔한 줄거리의 에로물이었다.


그런데 두 달 뒤 이 테이프는 전국의 비디오방과 대여점이 눈에 불을 켜고 확보하려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성인 비디오 대리점들이 몰려 있는 서울 청계천 상가에까지 사람들이 몰려 웃돈을 주어도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지난 5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된 영화배우 이경영씨(41)와 성관계를 맺은 에로 배우가 이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베드신을 감행한 출연 배우가 만 열일곱 살 미성년자인 데다 성인 뺨칠 정도로 성숙한 몸매를 지녔다는 입소문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풀렸다.


불황 타개책으로 미성년 배우 고용


<수정 2>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같은 배우가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에로 비디오를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여배우가 미용사로 출연한 <보조 미용사>라는 이 작품은 6월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다행히’ 사법기관의 형사 처벌을 우려한 제작사가 출시를 포기해 햇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 청계천 8가의 한 비디오 대리점 업자는 “이 달에 <수정 3>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그때를 기다려 보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곳의 또 다른 ‘ㅅ비디오 대리점’ 업자는 이양과 함께 출연한 배우라며 ‘ㅇ슬비’나 ‘ㅇ희수’ 양이 출연한다는 비디오물 구입을 은근히 권했다.
사례 둘. 최근 서울에서 활동하는 에로 비디오물 제작사 대표 ㅎ씨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자기가 운영하는 인터넷 성인 방송의 ‘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걸려온 전화였다.


앳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이 여성은 몇살이냐고 묻자 서슴없이 열일곱 살이라고 대답했다. ㅎ씨가 나중에 학교 졸업하고 연기 공부한 뒤에 통화하자고 했더니 대뜸 “영화에 출연하면 하루에 3백만원 준다는 데 사실이냐”라고 물어왔다.


그 여성이 알고 있는 정보는 에로 비디오 업계의 현실과 달랐다. 여배우들은 하루에 보통 일당으로 60만∼70만 원 받는다. ㅎ씨가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뒷말이 이어졌다. “저는 (성관계를) 실제로 할 수 있는데요.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3백만원 주시면 안되나요?” 에로 비디오 업계 관계자조차 놀랄 정도로 거침없고 대담한 제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르노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자세히 설명해도 상대방이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바람에 버럭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ㅎ씨는 “요즘 10대는 부끄러움도 없다. 돈만 많이 벌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놀라워했다.


에로 비디오 업계가 지속되는 불황으로 고사 상태에 직면하자 미성년 여성을 배우로 고용하는 불법 사례가 늘고 있다. 정사 장면을 ‘연기’하는 데서 벗어나 ‘실연’한 것처럼 보이는 조악한 비디오 테이프까지 은밀히 유통되고 있다.





‘망가져 가는’ 에로 비디오 업계에서도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0년에 실수로 미성년자를 성인물에 출연시켜 물의를 빚은 영화 제작자 한지일씨(53)는 비디오 제작사들의 각성을 촉구했다(36쪽 인터뷰 기사 참조). 하지만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국내 에로 비디오 업계에서는 미성년자 고용과 ‘성 상납’ 등 ‘탈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 12월에는 에로 비디오 업계에서 알아주는 제작사인 ‘클릭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0대 청소년을 성인 비디오물에 출연시킨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제작사는 당시 미성년자인 박 아무개(17)·이 아무개(18) 양에게 노골적인 성행위 연기를 시켰다는 지탄을 받았다.


클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박양의 주민등록 나이가 실제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몰랐던 것이 실수였다. 에로 영화계에 대한 사법기관의 본보기 수사로 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미성년자 출연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성 상납’ 시비도 여전하다. 한 에로 비디오 애널리스트는 “어떤 에로 비디오 제작사의 전속 배우가 민영 방송 시트콤에 단역으로 고정 출연했다. 그런데 불과 100만원인 출연료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방송 제작진이 내심 ‘한번 (몸을) 주기’를 바라고 있더라”며 방송·연예 업계에 성 상납이 횡행한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영화배우 이경영씨 사건은 이같은 탈선과 몰양심의 종합판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8월 영화배우 지망생 이 아무개양(17·당시 고등학교 2년)에게 ‘배우를 시켜주겠다’ ‘제작 중인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이양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경영씨에게 이양을 처음 소개한 이양의 매니저 윤 아무개씨(34)와 시트콤 방송작가 이 아무개씨(56)도 이양과 성관계를 가졌다. 영화 출연을 미끼로 한 전형적인 성 상납이다.


매니저 윤씨는 2000년 7월 인천 부평에 있는 한 배우학원에서 이양을 알게 된 뒤 두 차례 에로 비디오를 찍도록 주선했다. 이양은 ‘모닝컴퍼니’ ‘무비뱅크’ 브랜드를 보유한 제작사 플레이걸스 TV에서 다른 여배우 2∼3명과 함께 에로 영화 두 편에 조연 또는 단역으로 출연했다. 에로 비디오 업계 관계자는 “연기 경험이 없는 데다 외모가 뛰어나지 못해 몇 작품 안 찍었다. 한두 차례 베드신을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로 배우의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몰라


현행 법규상 미성년 여성의 성인 에로물 출연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이다. 그러나 이양은 주민등록증을 변조해 스물네 살이라고 속여 에로물을 찍었다. 매니저 윤씨가 이를 부추겼다. 에로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던 제작사 대표와 감독은 이양이 성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 소홀했다.


이양을 출연시켜 물의를 빚은 모닝컴퍼니 영업부장 김 아무개씨는 “여배우가 고의로 나이를 속이면 알아내기 힘들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활동 중인 에로 배우들의 정확한 나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에로 비디오 업계 자체가 미성년자 규제를 허술히 한다는 주장이다.


에로 여배우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윤 아무개씨(25)는 “미성년자를 배우로 고용하는 것은 업계의 금기 사항이다. 그런데도 돈맛에 여배우와 공모하는 에이전시들이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매니저들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제작사들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어물쩍 나이를 속인다는 것이다.


제작사들은 보통 배우 4∼5명을 두고 있는 에이전시 업체로부터 출연 배우들을 소개받는다. 비디오물 한 편을 제작하려면 대개 베드신을 연기할 여배우가 3∼4명 필요하다. 이들은 주연이나 조연을 가리지 않고 일당제로 1명당 하루 60만∼70만 원을 받는다. 이 가운데 30%가 에이전시 몫이고, 나머지가 여배우 차지다. 여배우들은 목돈을 손에 쥐려고 제작사를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많이 벗고 많이 찍는다.





하루에 한 편 ‘날림 제작’


물론 요즘은 에로 비디오 업계도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모집 공고를 내서 배우를 공채한다. 전속 배우와 정식 계약을 맺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경력과 나이가 불투명한 여성들이 ‘몸매가 좋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반짝 출연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다반사다.


제작자측은 소비자인 에로 비디오 마니아들(주로 20∼40대 남성)을 원망한다. “마니아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요구한다. 스토리와 드라마에 더 공을 들이면 지루하다며 외면해 버린다. 무조건 신선한 얼굴에 자극적이고 노골적으로 찍어야 잘 나간다.” 한 에로 영화 감독의 푸념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는 제작자측에 더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현재 에로 업계는 ‘날림 제작’이 성행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졌다.


최근에는 3∼4일, 심지어 하루 만에 한 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날림으로 제작하다 보니 비디오 테이프의 재킷에 등장하는 인물과 실제 출연 배우가 다른 경우도 있다. 배우의 이름이 없는 작품도 허다하다. 무성의하게 제작하면 비디오 마니아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연 2백억원대에 이르렀던 에로 비디오 시장은 현재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16년 동안 에로 비디오 업계에 종사해온 ‘유호프로덕션’ 유병호 대표는 “지금은 하나같이 세미 포르노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에로물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일본의 성인 에로물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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