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섹스 쿠폰 팔아요”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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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윤락 수법 더 교묘해져…퇴폐업소들 때아닌 호황
지난 10월16일 오전 1시 서울 종로. 택시를 잡으려는 김 아무개씨(31·회사원)에게 갈색 머리의 늘씬한 미녀 두 명이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 두 여성은 계속해서 김씨 주변을 서성거렸다. 낌새를 챈 김씨가 ‘술 한잔 하자’고 말을 건네자 둘은 흔쾌히 따라나섰다. 기자는 김씨 일행을 추적했다. 술을 마시던 두 여성 중 한 여성이 ‘용돈 15만원을 주면 같이 잘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흥미를 보이자 다른 여성은 ‘돈을 더 주면 1 대 2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취재에 들어가자 두 여성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두 여성은 속칭 청량리 ‘588’에서 일하는 윤락녀였다. 둘은 성매매 단속 이후 PC방과 나이트클럽에서 ‘수요자’를 찾았다. 하지만 인터넷은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나이트클럽은 시간이 많이 걸려 길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두 여성은 청량리 집창촌에서 영업할 때보다 수입을 더 올리는 날이 많다고 한다. 청량리 윤락녀들 가운데 나이트클럽과 길거리에서 이런 방식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청량리·영등포·미아리·용산과 전국의 집창촌 대부분이 ‘홍등’을 내렸다. 퇴폐 이발소 밀집 지역인 서울 장안동·석관동도 된서리를 맞았다. 겉으로는 성매매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성매매는 은밀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청량리와 미아리 등 집창촌 입구는 어김없이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손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업 정지 상태다. 이에 비해 장안동 이발소 타운은 불을 꺼놓고 단골 손님 위주로 영업을 한다. 10월16일 오전 2시, 서울 장안동의 ㅎ휴게텔을 두드렸다. 업주 윤 아무개씨는 “업소 가운데 출입문을 단단하게 고치고 폐쇄회로 TV를 설치한 후 영업을 재개한 곳이 많다. 어차피 윤락 현장을 잡히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영업한다. 낮에는 손님이 많다”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호객 행위 부쩍 늘어

‘음란의 바다’ 인터넷은 아직도 가장 큰 사창가다. 지난 9월23일 이후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도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는 방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 윤락의 속도와 범위는 경찰보다 몇 배 빠르고 넓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경찰관은 “늦은 밤 ‘친구를 찾습니다’ ‘즉시 만나자’ ‘만남’ 따위 대화방은 거의 대부분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대상이 워낙 많아서 단속할 여건이 못 된다”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며 무작위적인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최근 휴대전화로 윤락을 알선하는 업체들은 ‘오빠, 시간 되면 전화해줄래’ ‘지난번은 미안. 내가 오늘 잘해줄게’ 등 전혀 성매매와 관계없는 문구를 사용한다. 업체는 060·080이 아닌 일반 전화번호를 사용해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성매매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퇴폐 업소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도우미를 고용한 노래방과 퇴폐 이발소는 성매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월14일 밤 8시, 서울 종로구청 앞 한 노래방은 만원이었다. 노래방 종업원은 “손님이 몰려들어 도우미들을 맞춰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우미를 부르려면 최소한 1시간 반 전에 예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퇴폐 쇼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시청 주변 북창동·무교동 단란주점 골목도 넘쳐나는 손님으로 표정을 관리해야 할 정도다. 10월15일 밤 10시. 북창동 골목은 불야성이었다. 호객 행위를 하는 한 아무개씨(23)는 “홀딱쇼를 하면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있어 옷을 입은 채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 서비스는 더욱 화끈해졌다”라며 기자의 손을 이끌었다.

낮에 만나 ‘2차’ 가도록 권유하기도

무교동의 한 웨이터는 “이곳은 성매매 단속과 관련이 없다. 우리 업소는 단속이 나올 경우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어서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했다. 무교동 ㅈ업소의 서 아무개 마담은 “이 지역은 성행위와 거의 유사한 행위까지 가능해 손님이 몰리고 있다. 손님들을 잡기 위해 서로 수위를 높이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성매매는 단속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여관이 딸린 대형 룸살롱에 대해 경찰은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남 학동사거리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홍 아무개씨는 “강남 업소들은 대부분 경찰과 쌓아둔 인연이 깊어 이번 단속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손님들도 이 점을 믿고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대형 업소는 저마다 경찰 단속에 대한 방책을 하나쯤은 강구해둔 상태다. 강남 선릉역 ㅎ업소의 고 아무개 영업상무는 지난 10월12일 아가씨들을 모아놓고 경찰 단속을 피하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요지는 손님과는 애인 관계이며 성행위는 끝까지 안 했다고 우기라는 내용이었다. 서초구 서초동 ㅂ룸살롱은 ‘2차’를 먼저 나가고 술은 나중에 마시는 것으로 영업 방침을 바꾸었다. 한밤중에 2차를 원하는 손님은 경기도 분당과 용인의 단독 주택으로 모신다. 이 업소 마담은 손님에게 가능하면 다음날 낮에 만나 2차를 가도록 권유한다.

경찰의 단속은 신풍속도를 만들기도 한다. 강남역 한 룸살롱의 홍 아무개 마담은 “1주일 섹스 쿠폰·한달 계약 동거 등 수백만원짜리 상품권이 최근 강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돈이 필요해 2차를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아가씨와 단속 걱정 않고 즐기고 싶은 사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엄격하게 시행되자 새로운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태국·필리핀 등지로 섹스 관광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이다. 이들 여행사는 ‘성인 여행’ ‘환상 골프 여행’ ‘크레이지 투어’ 등의 이름으로 섹스 관광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필리핀 성인 관광을 주로 하는 ㅁ여행사 이 아무개 사장은 “성매매법 시행 이후 섹스 관광 문의가 10배 늘었고, 계약도 400% 가량 신장했다. 현지 여성이 공항에 마중 나와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에스코트 걸’ 상품이 인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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